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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에평화] 낙태죄 위헌 여부에 앞서 양육비 책임법 제정해야

[이땅에평화] 낙태죄 위헌 여부에 앞서 양육비 책임법 제정해야

태아 생명 수호에 나서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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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3 발행 [1501호]
▲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2017년 12월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을 실시하고 거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 위헌 여부를 심리한 지 2년이 지났다.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소원은 현재까지 두 차례다. 2012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낙태죄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도마 위에 있다. 2017년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 청원 글에는 약 23만 명이 서명하면서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에 한국천주교회는 무분별한 낙태를 단호히 반대하며 생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2017년 10월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인 서명 운동’을 실시했고, 지난해 4월 폐지 반대 100만 서명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가톨릭 신자인 의사, 변호사 등도 태아의 생명을 지키고자 낙태죄 폐지 운동에 동참했다.

교회의 생명운동은 외침에만 머물지 않고, 홀로 양육하는 미혼모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캠페인 ‘미혼모에게 용기와 희망을’이 그 예다. 교구 생명위원회는 미혼모 지원금을 모금하고, 1월 12일 미혼모 시설장 추천을 받은 미혼모 3명에게 기금을 전달했다. 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인 이동익(방배4동 주임) 신부는 “교회가 낙태 반대 운동을 하려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미혼모들에게 우윳값이라도 쥐여주며 낙태를 반대해야 한다”며 “교회가 낙태죄 폐지 반대 운동을 위해 하는 행동이 겨우 서명 운동이라는 교회 안팎의 쓴소리를 듣고 미혼모 지원을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전히 낙태죄를 둘러싼 갈등은 첨예하다. 특히 ‘성 평등’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낙태죄 논쟁은 불이 붙었다. ‘내 몸의 권리는 내게 있다’는 주장과 맞물리면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작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남녀 2019명을 대상으로 한 ‘성 평등 현안 인식 조사’를 보면 20대 여성 10명 중 7명이, 20대 남성 10명 중 5명이 낙태죄 폐지를 지지했다.

그러나 낙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 낙태는 태중의 아기를 죽이는 살인이므로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태아의 생명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근거로 훼손될 수 없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자유에 대한 관점은 사회 안에 생명에 대한 심각한 왜곡을 불러온다. 자아의 증진을 절대적인 자율성이라는 측면으로 이해한다면, 사람들은 불가피하게 서로를 거부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생명의 복음」 20항)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전문가들은 사회와 교회의 고민이 낙태죄 위법 여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태아와 산모를 보호하는 양육비 책임법을 제정하고, 모든 임산 부모를 고려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낙태죄가 폐지되는 게 여성 인권 신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단순한 시각은 옳지 않다”며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할 여러 가지 정책이 마련되고 사회와 조화될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내 신자들도 낙태는 분명 ‘죄’이지만, 사회와 교회가 변화할 지점이 있다는 데에는 공감한다. 정미정(요안나, 32, 서울 장안동본당)씨는 “태아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점에서 낙태는 문제지만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사회 분위기는 분명 잘못된 것 같다”며 “남녀가 올바르게 성을 인식하고 생명 존중을 실천하도록 교회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전수(라파엘, 33, 서울 명동본당)씨도 “태아는 사회적 약자이기에 우리가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힘주어 말하면서도 “교회가 낙태를 주장하는 여성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여다보고 함께 답을 찾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은지 기자 eunz@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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