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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4주일 -고독한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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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3 발행 [1501호]
▲ 손희송 주교



해바라기는 노란색의 크고 둥근 꽃으로 우리 눈을 즐겁게 해주고, 영양분 많은 까만 씨앗으로 우리 몸을 이롭게 해줍니다. 해바라기가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기 위해서는 해를 향해 있어야 합니다.

해가 해바라기를 비추듯이 하느님은 인간을 사랑의 빛으로 비춰주십니다. 그분은 ‘참고 기다리는 사랑, 친절하고 교만하지 않은 사랑, 진실을 두고 기뻐하면서 모든 것을 덮어주는 사랑’(제2독서)을 빛처럼 우리에게 내려주십니다. 그 빛을 향해 있을 때 우리의 믿음이 아름답게 피어나서 이웃사랑이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선택하시어 충만한 사랑의 빛으로 비춰주셨습니다. 그들이 믿음과 희망, 사랑이란 꽃과 열매를 맺기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은 너무도 자주 하느님을 등지고 우상을 쫓아다녔습니다. 그 결과로 불행과 고통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살게 되었습니다.

때가 되자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구해주시고자 당신 외아들을 세상에 보내주셨습니다. 구세주 예수님은 당신의 고향 나자렛에서부터 복음을 선포하시면서 하느님 아버지의 빛을 전해주십니다(복음). 나자렛 사람들은 은총의 말씀을 듣고 놀라워합니다만, 예수님을 구세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들 마음이 굳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굳어진 마음을 깨뜨리기 위해 쓴소리를 하십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발끈해서 예수님을 죽이려고 몰려들었지만, 예수님은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가십니다.

예수님은 사람들과 함께하시면서 약하고 힘든 이들을 자비롭게 보살펴주셨습니다. 하지만 군중의 비위를 맞추던 분은 아니었습니다. 과거 예레미야 예언자가 그랬던 것처럼(제1독서) 필요하다면 백성에게 맞서셨습니다. 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말씀도 꺼리지 않으셨고 그들의 분노마저도 감수하셨습니다. 예수님께는 ‘여론의 향배’보다 하느님의 뜻이 더 중요하였기 때문입니다.

다수의 격정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오만에 혼자라도 저항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진정한 용기입니다. 무리를 지어 거친 목소리를 내는 이들 앞에서 진실이 맥을 못 추는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다수의 횡포에 저항하려면 고독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런 용기의 소유자는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사람들 곁에서 - 생각 없이 또는 그렇게 안 하면 왕따 될까 두려워 - 덩달아 손가락질하지 않습니다. 또한, 누군가를 우상처럼 떠받드는 사람들 곁에서 무작정 따라서 똑같이 행동하지도 않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이 아니라 하느님께 뿌리를 깊이 둔 분으로서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셨기에 진리를 위해라면 다수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의 빛 안에 머물면서 그 빛의 도움으로 고독하더라도 진정한 용기를 발휘하는 신앙인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손희송 주교(서울대교구 총대리)



※매월 첫째 주 ‘생활 속의 복음’에는 서울대교구 주보 ‘생명의 말씀’에 소개되는 서울대교구 주교단의 글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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