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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 ‘사랑의 맛집’으로 자리매김 30여 년

노숙인들 ‘사랑의 맛집’으로 자리매김 30여 년

제35회 가톨릭 대상 수상한 ‘토마스의 집’, 매일 400~500명에게 따뜻한 식사 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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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3 발행 [1501호]
▲ 30년 넘게 노숙인들을 위해 무료 점심을 제공해오고 있는 ‘토마스의 집’에서 노숙인 손님들이 자리를 채우고 식사하고 있다. 토마스의 집은 1월 26일 한국 평협이 시상하는 제35회 가톨릭 대상을 수상했다.



“여기 밥하고 국물 조금만 더 주세요.”

“네, 이 정도면 괜찮으세요?”

1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 828-1에 있는 ‘토마스의 집’. 오전 11시 30분이 되자 20평 남짓한 식당이 손님들로 금세 꽉 찼다.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이튿날인 1월 26일 시상한 제35회 가톨릭 대상을 받은 토마스의 집 현장이다.

이날 메뉴는 소불고기와 어묵국, 깻잎, 멸치볶음. 인심 넘치도록 가득 담긴 밥과 국이 이내 식판에서 비워졌다. ‘여기, 무슨 맛집인가?’ 이곳을 지나는 이들은 종종 토마스의 집에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바깥에 길게 늘어선 대기 인원이 문전성시를 이루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노숙인들에겐 둘도 없는 ‘사랑의 맛집’인 셈이다.

1986년 영등포본당 주임이었던 염수정 추기경이 당시 노숙인이 추위 속에 숨진 소식을 듣고, 봉사자들과 의기투합해 무료급식소를 연 것이 토마스의 집의 시작이다. 1993년 현재 대로변 자리로 옮겼고, 김종국(서울 문래동본당 주임) 신부가 책임자로 있다.

성탄절, 명절 할 것 없이 토마스의 집이 선사하는 ‘밥’은 노숙인들에게 매일(목ㆍ일요일 제외) ‘사랑’이 되고 있다. 30여 년 전 뿌려진 씨앗이 오늘날까지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새해 첫날에도 500명을 훌쩍 넘겼다. 오는 설 명절 예상인원은 700명이다.

이날도 앞치마를 두른 봉사자 10여 명은 각자 자리에서 봉사에 임했다. 식사는 박경옥(데레사) 총무의 식사 전 기도로 시작됐다. 이윽고 부엌에서는 봉사자 3명이 밥과 반찬으로 식판을 연신 채웠고, 다른 봉사자 4~5명은 싱크대에 매달려 새 식판을 척척 내놨다. 당일 음식을 만드는 봉사자들은 새벽같이 나와 매일 밥과 반찬을 마련한다.

12년째 봉사해오고 있는 오종찬(베드로)씨는 새 밥솥 뚜껑을 열 때마다 주걱으로 밥에 십자가를 긋고 성호를 그었다. 오씨는 “하루 대형 밥솥 10개 분량이 소진된다. 봉사하는 때가 제겐 가장 즐거운 시간”이라며 “식사하시는 모든 분께 건강을 주시길 주님께 꼭 기도드리고 밥을 담는다”고 했다.

자리 안내를 맡은 봉사자도, 모자란 음식을 채워주는 봉사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식사 시간이 끝나는 2시 30분까지 3시간 동안 노숙인들의 식사를 도왔다. 식당 밖 노천에 차려진 테이블도 만원이다. 밥값은 200원. ‘자존심 유지비’ 명목이다. 20평 남짓한 작은 식당은 이날도 450여 명의 배를 채워줬다. 식사 후 간식과 양말 선물은 덤이다. 월세와 식사비 마련, 배식 봉사까지 모든 게 자발적인 봉사와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토마스의 집이 생길 때부터 30년 넘게 매일 봉사해온 정희일(안나, 96) 어르신은 “나누면서 사는 삶이 나를 젊게 만들어준 힘이 됐다”며 “힘닿는 데까지 손님들께 주님 사랑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15년째 토마스의 집 실무 운영을 담당해온 박경옥 총무는 “토마스의 집은 봉사자들의 깊은 신앙심과 사랑 없이는 지금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껏 음식이 부족했던 적은 없지만, 더 많은 이의 관심과 후원이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봉사·후원 문의 : 02-2672-1004, 토마스의 집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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