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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헌법 제32조(백형찬, 라이문도, 서울예대 교수·교육학 박사)

[시사진단]헌법 제32조(백형찬, 라이문도, 서울예대 교수·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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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3 발행 [1498호]

 

기말고사를 끝내고 졸업반 학생 몇 명과 진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말 취업하고 싶어서 여러 곳에 서류를 냈는데 연락이 없습니다” 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현장에서 사람을 뽑질 않아요. 그래서 일단 진학해 더 공부하기로 했습니다”라고 힘없이 말했다. 학생들은 자기소개서와 학습계획서를 내놓으며 부족한 곳을 지적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자료들을 꼼꼼히 살펴가며 고쳐주었다. 얼마 후 학생들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다. “교수님, 시험에서 떨어졌습니다.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했는데….” 학생들이 절망하면 안 되기에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낙심하지 마라. 더 좋은 기회가 온다. 반드시!”


우리나라 전체 실업자 중 23%가 청년층에 몰려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2018년 11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 통계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7.9%이고 청년 실업자는 33만 9000명이다. 실제로는 더 많은 청년 실업자가 있을 것이다. 국군의 수가 61만 명이니 국군의 반 정도나 되는 엄청난 수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일이 매년 벌어지며 우리나라는 최악의 청년 실업 사태를 겪고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국가와 사회가 근본적으로 풀어내지 못하면 일본에서 시작돼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가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수많은 청년이 아무런 희망 없이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모습을 생각해보자.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은 점점 폐인이 되어 갈 것이다. 이러한 일은 내 자식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대학교육까지 받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놀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 사회적, 가정적으로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헌법 제32조에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 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국민의 근로 권리를 명시한 것이다. 그런데 국가는 어떠한 방법으로 국민의 근로 권리를 지켜주려고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 ‘공공기관 일자리 확대, 정규직 전환 기업에 세제 지원 확대, 중소기업 사회보험 신규 가입자 세액공제, 신입사원 연차휴가 확대, 미래 유망 5개 자격증 신설, 월 최대 180만 원으로 실업급여 인상, 출산 전후 휴가 급여 월 최대 160만 원 지원.’ 이것은 작년에 정부가 추진한 청년 일자리정책이다. 공공기관 일자리 확대를 제외하고는 청년 실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정책이 보이질 않는다.


지난해 말에 취업포털 인크루트에서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올 한 해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를 설문한 결과, 고목사회(枯木死灰)가 1위로 뽑혔다. 고목사회는 ‘마른 나무나 불기 없는 재와 같이 생기와 의욕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얼마나 절망적이었으면 그런 말에 한 표를 던졌을까? 2019년은 ‘황금돼지띠의 해’이다. 국가와 사회가 힘을 합쳐 올해에는 청년 일자리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을 더 이상 절망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절망하면 프랑스의 노란 조끼처럼 한국의 빨간 조끼가 될 수 있다. 새해 첫날, 성당에서 부른 ‘평화의 기도’가 생각난다.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광명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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