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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기도의 연대, 교황 방북의 초석을 놓는다

교황 방북 대비 한국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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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3 발행 [1498호]




교황 방북 대비 한국 교회 무엇을 해야 하나


2018년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 불안한’ 평화의 경계선에 있던 한 해였다. 남ㆍ북ㆍ미ㆍ중으로 이어진 7차례 정상회담은 진전과 답보를 거듭했다. 그랬기에 지난해 10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수락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 구축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부풀게 했다.
 

하지만 이제나저제나 기다려온 북측의 교황 방북 초청은 해를 넘겼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조차 그 내용이 빠졌다. 그런 데다 최근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잠적하는 뜻하지 않은 악재를 만났다. 해서 “교황 방북은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섣부른 판단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하지만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새해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결정적’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교황 방북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한국 천주교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도의 연대는 교구장 주교들의 한결같은 당부다. 특히 춘천교구장 겸 함흥교구장 서리 김운회 주교는 가톨릭평화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금의 평화 분위기도 지난 시간 끊임없는 기도와 인내를 바탕으로 하는 지속적 노력의 결과이기에 하느님께 의지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일치를 위한 기도와 실천을 계속해달라”고 호소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이자 의정부교구장인 이기헌 주교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에서 “한반도 평화의 여정이 순조롭게 나아가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성모님의 중재를 기도드려야겠다”면서 교황님 방북을 위해 열심히 기도해 달라고 거듭 당부한다.
 

이렇듯 교황 방북은 기도가 앞서야 할 정도로 ‘파격적이고’ 또 ‘기적과도 같은’ 사안이다. ‘자유롭게 신앙을 고백하고 실천하는’ 실체적 신앙공동체도, 사목자도 없을뿐더러 평양교구장 서리조차도 서울에 있는 상황에서 사목 방문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공은 북측으로 넘어갔다. 특사든, 공식 초청장 전달이든 북한의 공식 초청이 있어야만 교황 방북의 첫걸음을 뗄 수 있을 터다. 그래서 교황 방북 성사 여부에 앞서 한국 천주교회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하고 실천해야 할지에 대해 주교나 사제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은 권고나 주문이 나오고 있다.
 

가톨릭대 교수 김종수 신부는 지난해 11월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이슈 브리핑에 발표한 기고를 통해 “북한이 교황의 평양 방문을 성사시키려면 자신의 변화와 개방을 약속해야 하고, 국제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세계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며, 남과 북이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확신을 민족 모두에게 심어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은 올해 가톨릭평화신문 신년 대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자주 말씀하시는 대로 끝없는 용서와 조건없는 나눔을 지닌 자비의 마음을 가지라”고 당부한다. 이는 70여 년간 계속된 질곡과 갈등을 넘어야만 화해가, 북녘 복음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임을출(베드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남남, 남북, 동서 갈등 같은 민족의 상처를 치유하고 적대 관계를 해소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며 “교황님 따로, 교회 따로 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평화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사제들 또한 평화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예수회 한국관구장 정제천 신부도 “한국전쟁의 상처를 넘어 북녘 형제들을 형제적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북녘 복음화를 위해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특히 “성직자 없이 수십 년간 하느님을 목말라 하며 신앙생활을 해온 북녘 신자들을 위해 한국 교회에서 사제를 파견하는 방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교회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평화를 만드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이은형 신부는 “3ㆍ1 운동 100주년이나 4ㆍ27 휴전선 인간 띠 잇기 등 평화 행사에 종교계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주교회의 의장이자 광주대교구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홍익인간, 곧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하자는 게 우리 민족이 추구했던 가치가 아니었느냐”고 반문하고 “우리만의 평화가 아니라 세계 평화, 지구촌 평화에 우리나라가 이바지하도록 공감대를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교황 방북 여부로 살펴본 교황청 외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은 성사될 것인가. 새해 들어 이만큼 뜨거운 관심사도 드물다. 국내외적으로 기대와 전망이 엇갈린다. 시선이 쏠리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교황청이다. 정확히는 교황청의 움직임이다. 물밑에서 어떤 외교적 활동이 이뤄지고 있을지 추측만 무성할 뿐 드러난 사실은 없다. 교황청의 외교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바티칸 외교는 조용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무슨 말을 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해야 할 말을 하지 않고, 무엇을 담고 있느냐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라고 말했다. 교황청 외교의 속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교황청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인남(태국ㆍ캄보디아ㆍ미얀마 주재 교황대사 겸 라오스 교황사절) 대주교는 “평화의 사도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이뤄지도록 기도로 준비하며 기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장밋빛 기대와 엇갈리는 전망에 시선을 빼앗기기보다 차분하고 조용하게 평화를 위한 기도를 드리는 것이 교황청 외교 정신에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교황청 외교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끈질김이다. 교황청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는 신중하면서도 끈질기게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 바티칸 외교 활동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우리나라에 방한하기도 했던 그가 같은 달 24일 가톨릭 통신 CNA와 한 인터뷰에서다.
 

“로마에서 또는 세계적 언론 앞에서 발언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라는 그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정치 지도자들이 정의와 평화의 수호자인 양 어떤 사안을 비판해 눈길을 끌려는 외교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황청 외교 정책의 두 기둥은 ‘평화’와 ‘인간 존엄’이다. 복음 정신과 그리스도교 가치관에 바탕을 둔 외교가 교황청의 정신이다.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세속 국가의 외교 방침과는 차원이 다르다. 교황청은 교회만의 이익을, 또 특정된 한 국가의 이익을 도모하지 않고 인류 공동체가 모두 함께 평화와 공동선을 위해 노력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조정자 역할을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를 위한 교회의 사명과 외교적 역할을 이렇게 밝힌다. “평화의 전갈은 협상으로 이루어진 평화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일치가 모든 다양성을 조화시켜 준다는 확신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 「복음의 기쁨」 230항 참조)
 

지난 2012년 12월 콩고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내놓은 콩고 주교들의 가르침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로지 일치를 통하여, 마음의 회개와 화해를 통하여, 우리는 우리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윤재선 기자 leoyu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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