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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의 엄마일기](7)축구가 뭐기에…

[이지혜 기자의 엄마일기](7)축구가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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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5 발행 [1495호]



근무 중 남편에게 카톡이 왔다. 짜증이 섞인 말투다.

“지성이 축구 계속시켜야겠어? 안 뛰고 구경만 한 게 지금 몇 주째야. 자기는 지성이가 불편해 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봐.”

훌륭한 아빠다. 보통 아빠는 아이의 학교 이름만 알고, 반은 모른다던데. 육아휴직 6개월 차인 남편은 일주일에 한 번 지성이를 데리고 실내축구장에 간다. 커피를 마시며 아이들 공차는 모습을 보는 엄마들 틈에서 남편은 둘째 서진이를 본다. 그런데 그날도 지성이는 축구를 하지 않겠다고 버텼고, 남편은 화가 났다.

“자기가 짜증 나는 건 알겠는데, 자기가 안 한다고 화를 내면 지성이는 강압적으로 느껴서 더 안 하고 싶어져. 지성이가 뛰든 안 뛰든 똑같은 모습을 보여줘.”

“전문가처럼 말만 하지 말고, 전문가처럼 행동해주라.”

카톡방에는 당장 그만두자는 남편과 조금 더 지켜보자는 나와 설전이 벌어졌다.

지성이는 새로운 공간에 들어가기 전 관찰이 많이 필요한 아이다. 신나게 축구장을 활보하는 데 3주가 걸렸다. 지성이가 적응할 때까지 난 둘째 서진이를 업고 같이 뛰었다.

지성이를 축구장에 보내기 시작한 건 올해 초다. 워낙 뛰어노는 걸 좋아하는데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축구였다. 그냥 친구들과 즐겁게 뛰어놀게 하고 싶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아이를 재우며 물었다. “지성이는 오늘 왜 축구가 안 하고 싶었어?” “오늘 기웅이가 축구 안 해서. 기웅이가 보잖아.” 기웅이는 유치원의 같은 반 친구다. 이날 처음 축구반에 합류했다. “기웅이가 지성이 축구하는 모습을 보는 게 부끄러웠어?” 고개를 끄덕인다. 함께 축구를 하는 친구들과 다른 유치원에 가게 되면서 지성이는 조금 어색해 했다. 그런데 반갑게 유치원 친구가 왔는데 그 친구가 자신을 관심 있게 볼 거라는 생각이 부끄러웠나 보다.

아이와 놀이터에 가서, 미끄럼틀을 타지 않고 왜 그네만 타느냐고 화를 내는 부모는 없다. 무엇을 타든 자유다. 그러나 돈을 내는 순간 달라진다. 아이가 매달 내는 돈의 값어치를 못한다고 생각하면 돈이 아까워진다. 아이보다 돈이 더 중요해지는 지점이다.

유아 심리상담사 선생님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놨다. 축구를 억지로 시킬 필요는 없지만,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불편함을 느낄 때 그 상황에서 얼른 빼내어 주는 것보다 훌훌 털고 일어나도록 묵묵히 같이 있어 주는 것도 좋다고 했다. 학교에 가면 새 학기, 개학처럼 어색하고 불편한 일들이 널렸다면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견뎌내는 일이 가장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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