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31)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31)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마음을 비우고 기도로 채우는 하느님의 공간

Home > 기획특집 >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2018.11.25 발행 [1491호]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은 조화로이 수도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주님의 뜨락이다. 사진은 옛 왜관 성당과 새 수도원이 잘 어울려 있는 왜관 수도원 전경.

▲ 수도원 성당은 빈틈없이 꽉 차있는 기도의 공간이다. 수도자의 삶을 보여주듯 단순하게 장식된 성당은 모두 수도자들이 직접 꾸민 것이다.



주님을 섬기는 학원

“만약 여러분에게 수도원과 함께 ‘기도, 검은 수도복, 버림, 침묵과 고독, 공동생활, 봉사’ 등의 이미지가 떠오른다면 그것은 바로 전통적인 ‘성 베네딕도 수도원’의 모습일 것입니다.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은 무엇보다 먼저 기도하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의 가치 기준에서 벗어나, 검은 수도복을 입고 수도원 안에 머물며, 모든 재산을 공유하고 오롯이 하느님만을 찾으며, 기도하고 일하는 단순한 삶을 통해 하느님을 찾아가는 곳이 바로 ‘성 베네딕도 수도원’입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누리집 글이다. 이 글처럼 수도원은 오롯이 하느님만을 좇는 삶의 자리이다. 그래서 쉬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지만, 기도하고 하느님을 만나려는 사람은 누구나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이다. 베네딕도회 수도원은 전통적으로 영적으로 주린 사람들을 내치지 않고 예수님처럼 맞이해 왔기 때문이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은 왜관역 건너편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수도원 정문 안으로 들어서면 ‘주님을 섬기는 학원’이라는 표지석이 자리하고 있다. 스승인 베네딕토 성인의 ‘수도 규칙’을 삶의 교과서로 삼아 하느님과의 완전한 일치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는 법을 배우고 사는 수행처’라는 뜻이리라.

수도원 뜨락은 ‘조용한 기쁨’을 선사한다. 수도원 공간 안에 얼마나 큰 평화로 가득한지 공기마저 다른 느낌이다. 수도원 담 너머에서 들려오는 분주한 세속의 일상 소리와 달리 간간이 정적을 깨는 자연의 울림은 역설적으로 ‘고요’와 ‘침묵’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숨소리, 발자국 소리가 조심스러워진다.

수도원 안으로 들어서면 고풍스러운 적벽돌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신로마네스크 양식의 옛 왜관 성당이다. 북한 땅 덕원에서 공산주의자에 의해 수도원이 해체된 후 6ㆍ25전쟁을 겪으면서 피난 온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이 대구대교구의 도움으로 1953년 왜관성당 자리에 수도원 터를 잡았다. 수도자들이 전쟁통의 궁핍과 비참함 속에서 관상생활을 할 때 이 성당은 그들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수도자들은 이 성당에서 기도로 힘을 얻어 전쟁의 상흔을 입은 가난한 지역민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 쉴 곳을 아낌없이 나눴다. 그래서 지금도 왜관 지역은 한국 교회에서 가장 높은 복음화율을 보이고 있다.

수도원은 크게 대성당과 수도자들 삶의 자리인 봉쇄 구역으로 나뉜다. 2007년 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1955년에 축복한 수도원이 다 타버려 2009년 새로 지은 건물이다. 수도원 성당 곳곳에는 이곳 수도자들의 손길이 남아 있다. 제대는 물론이고 성당문, 색유리화, 십자가와 촛대, 감실 등 전례 용기 모두 수도자들이 직접 만들었다. 또 파이프오르간과 종은 독일 수도원에서 지원해 준 것이다. 형제애가 아름다운 성전을 꾸민 것이다.


▲ 제대를 중심으로 한 직사각형의 공간은 자기 인생을 걸고 하느님과 서약을 하는 거룩한 공간이다. 수도원의 가장 중요한 자리이다.

▲ 2007년 화재로 숯이 된 성모자상.




성당 내부는 수도자의 삶을 웅변하듯 단순하다. 제단에는 제대와 독서대, 강론대, 촛대뿐이다. 천장 십자가 좌우로 수도자석인 가대가 마련돼 있고 제대와 마주하는 자리에 회중석이 있다. 그 가운데에 직사각으로 훌륭하게 균형 잡힌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매일 수도자들이 기도하러 행렬지어 오갈 때 현존하는 그리스도께 예를 바치고, 자기 인생을 걸고 하느님과 서약을 하는 거룩한 공간이다. 이 전례 공간 옆으로 벽으로 구분된 작은 경당이 있다. 성체조배를 할 수 있는 자리이다. 촘촘히 줄지은 반원형 아치의 색유리화를 투과한 빛들이 아름다운 색채로 물들이고 있다.

수도원 1층 손님방을 지나면 소성당이 나온다. 옛 수도원 성당이다. 알빈 신부가 그린 벽화와 수도원 화재 때 숯덩이로 변한 성모자상이 있다. 아마도 수도자들은 이 ‘블랙 마돈나’를 보면서 죽지 않으면 부활할 수 없는 종말적 삶을 사는 수도자의 운명을 묵상할 것이다. 블랙 마돈나와 마주한 먼저 세상을 떠난 선배들의 영정 사진처럼….

이처럼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은 빈틈없이 꽉 차있는 기도의 공간이다. 잠든 의식과 영혼을 깨우는 종소리로 시작해 그 울림으로 마감하는 기도의 일상이 결코 단조롭지 않은 것이 기도의 삶 또한 치열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느님과 진솔한 만남을 원할 때 꼭 한 번 왜관 수도원을 찾길 감히 권해 본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 가톨릭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발행일자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