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종합
교회 가르침, 양심적 병역거부자 위한 대체복무제 권고
미니 기획 - 양심적 병역거부와 의로운 전쟁은?
2018. 11. 11발행 [1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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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교회는 정의로운 전쟁을 옹호하면서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대체 복무의 길을 터줄 것을 권고한다. 사진은 한국전쟁에 파견돼 지프 보닛 위에 제단을 차려놓고 병사와 미사를 봉헌하는 미국의 에밀 카폰 신부. 【CNS 자료 사진】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쓴 「신의 나라는 네 안에 있다」에 신앙적 소신으로 병역을 거부하고 온갖 고초를 겪는 청년이 나온다.

경찰과 군 당국은 “모든 폭력에 반대한다”며 버티는 그를 설득하다 지친 나머지 혁명주의자라는 혐의를 씌워 강제입대시킨다. 청년은 정신병원에 끌려가도, 전방 부대로 전출돼도, 감옥에서 학대를 받아도 요지부동이다. 보초를 서라는 명령에는 따르지만, 총은 들지 않는 식의 저항이었다. 결국 군은 형기가 남았는데도 교정 불능의 골치 아픈 병사를 집으로 돌려보낸다.

예수 그리스도의 비폭력 평화의 길을 따르는 신앙인이라면 마땅히 병역을 거부해야 한다는 게 톨스토이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그는 전쟁 자체를 반대했다.

그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한 것은 권력의 폭력성에 대한 반발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이유 역시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대한 믿음에서 나왔다. 그는 그리스도를 충실히 따르면 비폭력 무저항, 자유와 평화의 삶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단, 톨스토이가 예수의 신성과 부활도 믿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었느냐는 논란은 논외의 문제다.

복음서를 문자 그대로 읽으면 톨스토이의 생각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악에 폭력으로 맞서지 말라는 예수의 가르침은 참 행복 선언(산상설교)에 압축돼 있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대어라 …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마태 57 참조)

이 때문에 초세기 그리스도인들은 전쟁을 거부했다. 초세기 교회 사상가 오리게네스는 “우리는 어떤 민족을 거슬러 결코 무기를 들지 않으며 전쟁을 벌이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머리이신 예수님에 의해 평화의 자녀가 되었다”고 말했다.

당시는 이런 평화주의가 그리스도교의 보편적 이념이었다. 하지만 4세기 그리스도교가 로마 제국의 종교가 되면서 ‘그리스도의 평화(Pax Christi)’가 ‘팍스 로마나(Pax Romana)’와 결합됐다. 팍스 로마나는 로마 제국이 추구하는 세상의 질서와 평화를 말한다. 이때부터 교회 교부들은 인간(통치자)의 명령이더라도, 평화를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전쟁이라면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성 아우구스티노의 ‘의로운 전쟁론’(正戰論)’이 대표적이다.

아우구스티노의 정전론에는 몇 가지 조건이 붙는다.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합당한 정의를 추구하고, 평화 재건을 지향해야 한다 △복수와 잔악 행위, 보복을 피해야 한다 등이다. 13세기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가 이를 심화해 더 명확하게 체계를 세웠다. 오늘날 국제연합(UN) 같은 국제사회도 두 신학자가 정립한 정전론에 기초해 분쟁 사태에 개입한다.

하지만 정전론은 현대사회 들어 힘을 잃고 있다. 대량 살상과 파괴를 불러오는 현대전의 참상을 보면서 ‘정의로운’ 전쟁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년 전 바티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정의로운 전쟁론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 이 명칭을 ‘정의로운 평화’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가톨릭교회는 정의로운 전쟁론을 옹호하지만,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가지 않겠다는 이들의 양심적 결정도 존중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양심의 동기에서 무기 사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위한 법률을 인간답게 마련하여, 인간 공동체에 대한 다른 형태의 봉사를 인정하는 것이 마땅하다”(「사목헌장」 79항)고 천명했다.

덧붙이면, 신약성경 어디에도 병역 복무자를 비난하거나 단죄하는 장면은 없다. 예수는 백인대장을 만났을 때 군인 신분을 질책하기는커녕 그의 믿음에 감탄해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마태 8,10)고 극찬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6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은 헌법 불합치라고 판결한 데 이어 대법원이 1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처음 무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일률적 병역 의무 강제 행위는 ‘소수자 관용’이라는 민주주의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병역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국방부와 병무청 등은 대체 복무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국방부는 이 제도가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으려면 복무 기간이 현역병의 2배(36개월)는 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과도한 복무는 징벌”이라며 국제 인권기준에 따라 1.5배가 적당하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양심’을 명확하게 검증하는 것도 이 제도 안착의 과제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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