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사람들
[이지혜 기자의 엄마일기](5)세상에서 가장 슬픈 면접
2018. 11. 11발행 [1489호]
홈 > 여론사람들 > 일반기사
    기사를 카톡으로 보내기 기사를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기사를 twitter로 보내기 기사를 facebook으로 보내기



‘도곡동, 1세 남아 1명, 입주, 270만 원’, ‘생후 40일 신생아 사랑으로 돌봐주실 이’, ‘요리 잘하시고 인품 좋은 분’.

컴퓨터 화면에 뜬 구인공고 한 줄 한 줄에 저마다 사연이 있다. 베이비시터 채용을 위해 엄마들이 찾는 ‘시터넷’에 접속해보면 요즘 부모들이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는지 알 수 있다. 엄마가 된 지 만 4년이 넘은 나도, 요리를 그다지 잘하는지 모르겠고 인품은 더 모르겠는데 과연 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시터가 있을까 싶다.

2년 전, 베이비시터를 구하기 위해 공고를 낸 적이 있다. 첫 아이를 출산하고 복직했을 때 잠시 양가 부모님 도움을 받았지만 더는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구인 공고를 내자마자 일을 원하는 4~5명에게 전화가 왔다. 어린이집 교사 자격증이 있는 베이비시터부터, 전화를 받자마자 ‘자신은 정말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하는가 하면, 아이가 잘 때 같이 자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결국 지인을 통해 2명을 소개받았고, 면접이 이뤄졌다. 베이비시터를 소개해준 믿을만한 지인은 요리를 잘하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워낙에 요리를 잘해 한 집에서 5년 넘게 일한 ‘경력’을 소개했다. 그러나 아이와 눈을 별로 마주치지 않고 묻는 말에 대답만 하셨다. 이튿날 면접 온 분은 활발하고 쾌활했다. 동물원이니 미술관이니, 요즘 엄마들보다 더 많이 데리고 다닌다고 했다. 의욕 넘치는 말투였다. 최근까지 강남에서 의사 부부의 아이들을 돌봤다고 했다.

당시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았던 20개월 된 지성이는 베이비시터의 방문에 대성통곡했다. 지성이는 내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극도로 매달렸다. 심지어 지성이는 낯선 아주머니들에게 집에 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땐 엄마로서 잔뼈가 굵지 못했고, 마음이 여리고 약했다. 작고 사소한 감정에 쉽게 무너지는 출산 후 증후군 같은 것도 겪었다. 낯선 아주머니를 소파에 앉혀둔 채 우는 아이를 안고, 난 베란다로 시선을 돌린 채 눈물을 훔쳤다. 아이를 낳고 가장 슬펐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다행히, 대기를 걸어뒀던 어린이집에서 등원하라는 연락이 왔고, 서울에서 4시간 거리에 사시는 시어머니가 올라와 주셨다. 지성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동안 이모와 고모, 양가 할머니ㆍ할아버지가 총동원됐다.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 내가 가장 많이 했던 3가지 말은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부탁합니다’였다. 그리고 남편의 육아휴직이 시작되고, 난 이 말에서 잠시 해방됐다.




기사를 facebook으로 보내기 기사를 twitter로 보내기 기사를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기사를 카톡으로 보내기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이전뉴스 다음뉴스 추천 목록
 
발행일자
지난코너
TV온에어 FM온에어 TV편성표 라디오편성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