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사람들
카슈끄지의 죽음이 남긴 교훈(박현도, 스테파노,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인문한국 연구교수)
2018. 11. 11발행 [1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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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행하는 여러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사사건건 반대의 필봉을 휘두르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언론인 카슈끄지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2017년 미국으로 떠났다. 대학 생활을 했던 미국에서도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 객원 칼럼니스트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변화를 갈구하는 글을 계속 썼다. 올해 초에는 아랍세계 민주화를 위한 정당까지 결성해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의 신경을 단단히 건드렸다. 왕실은 활동을 접고 귀국하면 일할 자리도 주겠다고 회유했다. 그러나 카슈끄지는 도덕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면서 거절했다. 아내가 떠났다. 정부가 강제로 이혼시켰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올해 5월 이스탄불에서 열린 한 학회에 참가했다가 질문을 계속하던 24살 연하의 박사 과정 터키 여성 젠기즈와 눈이 맞았다. 둘은 미국과 터키를 드나들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했다. 젠기즈와 혼인하기 위해 전 부인과 이혼한 증명서를 떼러 9월 28일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 갔다.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갔을 것이다. 그런데 의의로 친절했다. 서류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니 영사관에서 10월 2일에 다시 오라고 약속을 잡아주었다. 약속 당일 카슈끄지는 젠기즈에게 영사관이 친절하니 걱정 안 해도 될 것이라고 하면서도 자신이 나오지 않으면 터키 대통령 고문인 아크타이에게 연락하라고 전화번호를 주고 영사관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살아있는 모습으로는 영원히 나오지 못하였다. 시체는 여전히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다.

터키 정보당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을 도청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심각한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어 다 밝히지 못하고 친정부 언론 매체를 통해 정보를 흘리고 있는 것 같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카슈끄지의 죽음을 부인하다가 결국은 왕세자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 ‘아래 것들’이 과잉 충성심을 발휘해 죽였다고 변명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터키는 카슈끄지를 죽이기 위해 15명의 암살단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0월 2일 새벽에 터키로 들어왔다고 하면서 신상도 공개했다.

미국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터키는 사우디아라비아와도 몇 년간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카슈끄지 살해사건을 이용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양측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고 한다. IMF 위기에 몰려 있으니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는 경제적 지원을 받아내고, 미국과는 관계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인권, 자유, 민주를 핵심 가치로 삼는 서방국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카슈끄지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할 엄청난 금액의 무기 때문에 더는 비난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무기 판매를 계속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캐나다 트뤼도 총리는 무기 수출을 잠정 중단할 수도 있다고만 할 뿐 금지하겠다는 말은 아낀다. 독일 메르켈 총리만 목소리를 높였지만, 합당한 해명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할 때까지라는 단서가 붙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음울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카슈끄지 살해. 국제사회에, 아니 우리에게 언제 정의라는 것이 있었던가?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사치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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