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출판
[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 명화] (48) 4등 & 나비를 쫓아서
아이의 인생 무대, 부모가 대신 올라갈 수 없어
2018. 11. 11발행 [1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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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4등’포스터.

▲ 토머스 게인즈버러 작 ‘나비를 쫓아서’.



1등만을 기억한다. 왜, 꼭 1등이어야만 하나? 당신과 나는 1등이 아닌데도 말이다. 도대체 우리 사회에 1등이 몇 명이나 될까? 지금 우리 사회는 약육강식을 논하고 결과만을 따지는 고질적인 병에 시달리고 있다.

2016년 개봉한 정지우 감독의 영화 ‘4등’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옴니버스 영화 시선 시리즈의 12번째 영화다. 수영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초등학생 준호. 경기에만 나가면 4등이다. 준호는 그저 수영이 좋다. 경기를 마친 어느 날, 애가 탄 엄마가 말한다. “4등? 너 때문에 죽겠다! 진짜 너 뭐가 되려고 그래? 너 꾸리꾸리하게 살 거야? 인생을?”

엄마는 새로운 수영 코치를 찾는다. 엄마는 오직 아들이 1등을 하길 바랄 뿐이다. 새 수영 코치 광수는 16년 전 촉망받던 수영 선수였다. 어떤 잘못을 해도 1등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던 그는 결국 체육계에서 낙오된다. 그 후 그는 강압적인 훈련으로 선수들을 1등으로 만드는 수영 코치가 된다. 수영장은 그에게 여전히 기록을 짜내는 전쟁터다.

광수는 말한다. “잡아주고 때려 주는 선생이 진짜”라고. 광수를 만난 뒤, 준호는 1등과 0.02초 차이로 생애 첫 은메달을 딴다. 오랜만에 웃음꽃이 활짝 핀 준호네 집. 준호의 어린 동생이 묻는다. “정말 맞으니까 잘한 거야? 예전에는 안 맞아서 맨날 4등 했던 거야, 형?” 12살 준호의 몸은 멍투성이다.

이야기의 끝은 아무도 없는 수영장. 굴절된 빛을 따라 유영하는 어린 준호는 물고기처럼 자유롭다. 수영장 바닥에 비친 빛을 만지려는 아이의 허튼 손이 평화롭다. 만질 수 없는 빛을 쫓아 자유롭게 수영하는 12살 소년. 18세기 영국 풍경화가 토머스 게인즈버러(1727~1788)가 자신의 딸들을 그린 ‘나비를 쫓아서’와 묘하게 닮은 모습이다.

여느 화가들처럼 토머스 게인즈버러는 자신의 자식들이 예술가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당시 인정받은 예술가는 바로 상류층으로 흡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자식들은 그림 창작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의 그림 ‘나비를 쫓아서’는 자식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어둠이 짙어진 숲 속에서 비단 드레스를 입고 나비를 잡겠다고 나선 두 어린아이는 귀엽지만 어딘지 위태롭다. 맨손으로 나비를 잡겠다는 천진난만한 동생과 드레스 앞치마를 임시 채집주머니로 삼은 언니는 손을 꼭 잡고 있다. 두 딸의 모습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어둠 속에서조차도.

누구나 안다. 아무리 부모라도 인생이란 무대에 오른 자식을 대신해줄 수 없다는 걸. 4등이든지 1등이든지 인생은 스스로 살면서 겪는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을 허락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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