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종합
[특별기고] 낙태 유혹 뿌리친 미혼모에게 격려와 지원을
이동익 신부(서울대교구 방배4동본당 주임, 주교회의 생명윤리위 총무)
2018. 11. 11발행 [1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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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한국 교회 전체가 낙태죄 폐지 반대를 위한 전 국민 서명운동을 벌였다. 가톨릭 신자들이 중심이 돼 모두가 열정적으로 서명운동에 동참하면서 100만 인의 서명을 받아냈고,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님이 헌법재판소에 전달했다. 필자도 본당(서울 공항동) 신부로서 이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우리 본당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서명을 받은 본당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런데 서명운동을 하던 중 교회 안팎에서는 별로 우호적이지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대표적인 소리는 이랬다. “아니, 가톨릭교회가 낙태를 줄이기 위해 한다는 노력이 고작 이까짓 서명운동이야? 여태껏 뭘 하고 서명 용지만 가지고 쫓아다니는 거지?” 필자도 공감하는 반응이었지만 실상 무척 가슴 아픈 한 마디였다. 사제 생활 전체를 생명운동에 매진하였던 필자로서는 부끄러움도 너무 컸다.

필자는 가끔 강의 기회를 통해 “우리 교회의 각 본당에서 미혼모를 직원으로 채용할 수 있다면 낙태를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대안도 될 수 있고, 실천적인 생명존중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얘기를 듣고 있던 한 본당 신부님이 이런 말을 한다. “미혼모를 직원으로 채용하면 본당 신자들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그 미혼모도, 또 본당 신부도 신자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견디기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본당 신자들이 미혼모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미혼모를 직원으로 채용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것이다. 그럴 만한 얘기다. 가톨릭교회의 윤리가 아주 엄격하고, 특히 결혼도 하지 않은 처녀가 애를 낳았다고 할 때, 교회 안에서 그 손가락질을 누가 견디겠는가?



생명 지키려는 용기에 박수를

미혼모, 특히 청년 미혼모가 아기를 낳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심적, 육체적 고통을 겪었을까를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미혼모의 심정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들의 외면, 사회의 따가운 시선, 주위의 따돌림,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그래서 낙태에 대한 유혹, 그에 따른 엄청난 심적 고통…. 이 모든 어려움을 뒤로하고 생명을 지키려고 하는 어머니의 마음, 그 마음으로 생명을 살리는 참으로 어렵고도 위대한 결정을 한 사람이 바로 미혼모가 아닌가. 그래서 미혼모에게 ‘미혼모로서 애를 낳았다는 것을 비난하기보다는 미혼모로서 애를 낳았다는 것을 칭찬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우리 사회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듯이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전향적으로 바뀔 때 우리 사회에 낙태의 참상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생명의 경이로움과 위대함을 믿고 실천하고자 하는 우리 신자들의 인식이 변화되길 기대한다. 오래된 통계지만 가톨릭평화신문이 오래전 서울 지역 반장 71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참으로 놀랍다. 더 놀라운 것은 그 통계가 아직도 별로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설문조사에 따르면 98.9%가 “낙태는 살인”이라는 교회의 가르침을 알고 있으면서 83.6%가 낙태의 경험이 있고, 그중에 28%는 3~5회 낙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40.3%는 천주교 신자가 되기 전에 낙태한 것으로 나타났다.(본지 제162호 1991년 12월 15일 자 참조)

이렇듯이 교회의 가르침을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실천하는 것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 곧 윤리적 인식 차원의 생명의식 교육과 실천적 차원의 행동 교육이 분리돼 있다는 것이며, 결국 생명 존중을 위한 교회의 노력은 인식과 실천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교회가 실천적 노력해야 할 때

이제는 교회가 우리 사회에 생명 존중을 위한 실천적 노력을 보여줄 때다. 이론적인 가르침들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장에서 실천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때에 비로소 살아있는 생명존중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 실천으로 우선 미혼모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작은 행동, 작은 발걸음을 내디디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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