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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예술인] (29) 배우 정수영 그라시아

감초 연기 비법, 주님 주신 탤런트로 매일 최선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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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8 발행 [1487호]



“유년기나 청소년기에 꿈이 있는 게 더 비정상 아닌가요?”

배우 정수영(그라시아, 36)씨는 ‘배우가 꿈이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꿈이 없었다”고 했다. 아뿔싸. 순간 ‘인터뷰 대상자를 잘못 골랐나’ 하는 불길한 느낌이 스쳐 갔다. 무슨 뜻인지 더 파고들었다.

“어린 나이에 나는 누구일까, 나는 왜 이럴까 하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죠. 인간은 내가 누군지 알려고 태어났다고 생각해요. ‘젊은이가 꿈이 있어야 해’ 하는 식으로 사회가 정한 규범에 구속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건 남의 생각이니까. 하느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탤런트를 찾아가는 여정이 인생 아닌가요?”

영화ㆍ드라마ㆍ예능 프로그램에서 ‘주연급 감초’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 온 그는 ‘신앙심’과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는 배우다.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2006)에서는 살짝 맛이 간 동네 말썽꾸러기 ‘강자’로 인기몰이를 했고, 어느 드라마에선 ‘똥파리 교미하는 것만 봐도 부럽다’는 대사를 쏟아내는 능청스러운 노처녀 연기로 시청자들 배꼽을 뺐다. 하지만 그를 잘 아는 가족과 동료들은 정수영을 평범하고 조용한 캐릭터로 알고 있다. 카메라가 돌아가면 완전히 변신할 뿐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1988년 문화공보부 장관에 임명된 시인 정한모(1923~1991) 교수다. 정 교수는 재임 시절 월북 및 납북 문학 예술인들에 대한 해금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아버지는 도예가 정진원 교수다. 2남 3녀 중 장녀인 그는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동생들과 툭탁거리며 재밌게 산 경험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에 무시할 수 없는 힘이 된다”고 했다. 5남매가 살아온 이야기는 당장 시트콤으로 제작해도 될 정도로 기가 막힌 사연들로 가득하다고.

사실 정수영은 배우 이전에 성악가를 꿈꿨다. 지난해 MBC 일밤 복면가왕에서 ‘라푼젤’로 무대에 오를 정도로 노래 실력이 뛰어나다.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본당 성가대에서 활동하며 실력을 키워온 덕분이다.

그가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흥미롭다. 그저 ‘연기가 재미있어 보여서’였다. 그는 “여러 대학을 지원하다 성악과와 등록비가 같은 한 대학 연극학과가 있어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했다”며 깔깔 웃었다. 연기가 좋아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무대에 오른 경험 덕분에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었다.

모태신앙인인 그는 10년 넘게 ‘냉담 교우’ 배지를 달고 산 적도 있다. 그는 이 시기에 불교ㆍ힌두교ㆍ이슬람교ㆍ부두교 등에 심취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1장 1절 ‘사람은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과 일치되기 위해 태어났다’는 구절을 읽는 순간 큰 깨달음을 얻고 교회로 돌아왔다. 그는 “방황의 시기가 없었다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깨닫지 못했을 것만 같다”고 했다.

12월 방송예정인 SBS 드라마 ‘운명과 분노’ 촬영에 매진하고 있다는 그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산다면 후회 없이 살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에 대한 걱정, 과거에 대한 후회보다 현재를 즐기는 삶을 살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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