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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 명화] (45) 5쿼터 & 피에타

[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 명화] (45) 5쿼터 & 피에타

아픔이 사랑으로 승화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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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1 발행 [1486호]
▲ 영화 ‘5쿼터’ 포스터.

▲ 미켈란젤로 작 ‘피에타’



15살인 루크는 또래 친구가 미친 듯 난폭 운전하는 차에 불안하게 앉아 있다. 결국, 차는 추락하고 사고로 인해 행복한 가정의 사랑스러운 막내아들이었던 루크는 뇌사 판정을 받는다. 2012년 개봉작 ‘5쿼터’의 첫 장면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참 많이 울었고, 영화를 감상한 후에도 많은 게 생각났다.

루크가 동경했던 형은 미식축구 유망주였지만 동생 루크를 잃은 슬픔에 훈련 대신 술에 빠져 산다. 그러나 주변의 관심과 격려로 형은 괴로움을 이겨내고 동생 루크의 희망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동생의 등 번호 5번을 달고 경기에 나간다. 루크를 기리는 형의 정신과 투지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던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은 리그에서 기적을 일으킨다.

영화 ‘5쿼터’는 2006년 미국 대학 미식축구팀의 한 선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긴 감동 실화다. 우리에게 다소 낯선 스포츠인 미식축구는 15분씩 4쿼터제로 경기가 진행된다. 영화 제목인 5쿼터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그러나 형제의 이야기는 영화뿐만 아니라 미국 ‘루크 아바테 5쿼터’ 재단이 설립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루크 아바테 5쿼터 재단은 10대들의 안전 운전과 장기 기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루크의 뇌사 판정에 병원은 가족에게 이제는 시간 문제라며, 장기 기증 수술을 권한다. 가족은 병원 측의 제안에 분노하지만, 루크가 건강했을 때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기에, 엄마는 아들과 함께 이 땅에서 사는 방법이 장기 기증이라며 자신과 가족을 다독인다. 축구를 좋아하고 친절한 마음씨를 가졌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아들 루크는 5명의 생명에 자신을 나누고 떠났다.

장례식에서 아들의 관을 쓰다듬으며 오열하는 아버지 모습에 십자가에서 내려진 아들 예수님을 끌어안은 성모 마리아가 떠올랐다. 이를 표현한 대표적인 예술 작품은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조각가, 화가인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의 ‘피에타(Piet)’다. 이탈리아어로 ‘슬픔’, ‘비탄’이라는 뜻의 피에타는 그리스도교 예술에서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미켈란젤로가 25살에 창작한 ‘피에타’는 성모 마리아를 젊고 강한 여성으로 표현했다. 마리아의 담담하고 공허한 표정은 하늘을 향해 펼친 마리아의 왼손과 연결된다. 그러나 예수님의 겨드랑이를 받치는 오른손은 애틋하고 비통하다. 강인한 모성과 무덤덤한 표정으로 표현된 마리아는 깊은 비탄을 느끼게 하는 심리적 여백을 준다.

루크를 잃은 슬픔에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한 루크의 가족을 보면서 예수님의 부활을 본다. 한 가족의 절망이 온 세상을 희망으로 바꾼 것이다. 우리에게 모든 걸 나눠주시고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장기 기증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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