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유럽 현대 성당 탐방 (5)
하느님과 백성의 집 성당, 능동적 전례 참여 공간 돼야
2018. 10. 14발행 [1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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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롱샹성당.


▲ 라 뚜레트 수도원


▲ 메겐성당에 있는 ‘성모자상’


▲ 아시성당의 십자가상.




지난여름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가톨릭미술가회가 주최한 유럽 현대성당건축 탐방의 하나로 독일ㆍ스위스ㆍ프랑스 일대의 현대 가톨릭 성당 건축 순례를 다녀왔다. 20여 년을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122개 성당을 포함, 180여 군데에 달하는 가톨릭 관련 건물을 설계한 알빈 슈미트(Alwin Schmid) 신부의 40주기 건축 전시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유럽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이번 여행의 방문지와 성당은 몇몇 곳을 빼고는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다. 기대 이상의 많은 것을 보았고 충격도 컸다.
 

몇 가지 느낀 점을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방문했던 성당의 건립 과정에 대한 책과 안내책자, 카탈로그 등 자료가 풍부했다. 대부분 유럽 성당은 설계를 포함한 건축 준비 과정이 매우 충실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주로 건축기금 마련을 위한 노력, 예컨대 건축위원회 활동이나 바자, 유명 가수 초청 축제 등이 대부분이다. 건축안을 놓고 공간 구성이나 전례 개념, 외부공간 활용, 성미술 방향, 기술적인 검토 등의 개방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성직자나 사목위원회 등 비전문가(?)에게 거의 위임하다시피 하고 있다, 전문가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고, 설계 공모도 거의 형식적으로 이루어진다. 건축위원회의 심의가 좋은 안을 선택하기보다는 교회가 다루기 편한 건축가를 고르는 단순한 통과의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둘째, 성당은 천주교 전례를 담는 그릇이며, 하느님의 집이자 하느님 백성의 집이다. 따라서 좋은 교회건축은 모든 신자가 미사 전례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공간 구조를 갖춰야 한다. 유럽 성당에서 느꼈던 것은 입구에 반드시 세례대와 고해소가 배치되고, 긴 장방형 평면보다는 부채꼴, 사다리꼴, 타원형, 정방형 등의 평면으로 설계돼 회중석과 제단 사이의 적극적인 관계가 추구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세례대가 있는 성당은 찾아 보기 힘들고 세례 예식 또한 축소, 변형돼 특별한 감동도 기억도 주지 못한다. 분절화되지 못한 장방형의 긴 신자석은 신자들을 무대(제단) 위에서 거행되는 연극(미사)을 구경하는 구경꾼으로 전락하기 쉽게 만든다. 미사에서 평신도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는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셋째, 성당 전체면적 중 전례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교회는 커뮤니티센터로서 다양한 기능을 수용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1980년대 성당들의 특징이기도 한 교회건축의 비성역화, 민주화, 인간화, 다용도화 현상은 21세기로 접어들면서 급격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세속적 기능들은 시민사회의 성숙과 경제발전 등으로 지역사회로 다시 환원되고 교회는 ‘인간의 존재 의미’ 및 ‘하느님과의 재결합’이라는 종교의 근본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성당의 공간 구성을 다시 점검해 메말라 가고 있는 인간성 회복과 하느님 사업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공간 재구성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넷째, 건축 양식(style)과 규범에 의해 설계되던 과거와 달리 현대 교회는 건축가와 예술가에게 많은 자유가 주어져 있다. 따라서 전례와 신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더욱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교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오로지 성직자만의 영역으로 구분돼 심층적인 연구와 논의가 없다.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통 언어가 없는 것이 아닐까?

 

다섯째, 유럽은 탈이념과 다원주의 시대에 대응한 새로운 건축 개념을 교회건축의 역사성과 정통성, 토착성의 바탕 위에서 모색함으로써 밀레니엄(새천년) 전환기에 새로운 교회건축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많은 교회가 문을 닫거나 세속적인 용도로 전용되는 한편, 고속도로 교회, 휴양지 교회, 기념 교회, 피정 교회, 탈 교파 교회 등 다양한 유형의 교회가 새로이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또 다른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새로운 주거지역 개발에서부터 일상에서의 일탈과 피난 욕구다. 교회와 성당은 조용함과 명상, 자유를 위한 장소이다. 지난 몇 년간 외부세계의 소음으로부터의 보호에 대한 늘어나는 요구에 대응하여 유럽 건축가들은 인상적인 교회 내부를 창조했다. 틀에 박힌 고상한(?) 종교건축 양식에서 유럽의 그 지역 문화의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좀 더 자유로워지고 있다.

하느님의 집, 하느님 백성의 집으로서의 주어진 사명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또한 다양한 지역사회에 좀 더 능동적으로 다가가 하느님의 사업을 펴기 위해 교회는 그 건축 시부터 이런 점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문규철 클레멘스 서울대교구 포이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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