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영성
[김용은 수녀의 살다보면](35)사랑은 완성이 아닌 과정, 무한이니까
2018. 10. 14발행 [1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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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언니와 형부가 단둘이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언니 부부가 결혼할 때 첫 마음을 기억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길 바라며 행운을 빌어주었다. 사실 언니는 부모님의 강한 반대에도 평생 죽고 못 살 것 같던 형부와 결혼했다. 어느덧 언니 부부가 결혼한 지 30여 년이 훌쩍 넘었다. 누구나 그렇듯 언니 역시 어렵고 힘든 시기를 잘 버텨왔다. 그래서 나는 그 여행이 언니 부부의 제2의 인생을 향한 전주곡이 되기를 내심 바랐다.

언니는 여행에서 돌아와 나에게 전화했다. 나는 궁금해서 다급히 물었다. “어땠어? 좋았지?” 언니는 일 초도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번에 확실히 알았어.” 그때 나는 언니가 형부와 여생을 행복하게 살자고 약속했다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할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언니는 한숨 쉬며 말했다. “안 맞아도 이렇게 안 맞는 남자와 30여 년을 살아왔다는 걸 말이야.” 예상치 못한 대답에 당황스러웠다. “나는 빵과 커피를 맛있게 즐기는데 밥 타령이나 하고 있지를 않나. 미술관에서 그림 감상하는데 빨리 나가자고 보채지를 않나. 맞는 게 있어야 함께 여행을 다니지. 그렇다고 통하는 게 있나.”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한편으론 부부로 살면서 그림을 보며 진지하게 대화할 수 없는 관계라는 게 안타까웠다.

연애할 때 미술관을 가보지 않은 걸까? 하기야 가난하던 시절, 문화를 누리며 연애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연애 콩깍지는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니 말이다. 사랑은 콩깍지가 벗겨질 때 시작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콩깍지가 벗겨질 때쯤 남편이 되고, 아내가 된다. 그때야 비로소 서로를 제대로 볼 수 있을 듯싶다. 그냥 넘어갈 수 있던 결점도 미워 보이고, 귀엽게 들리던 잔소리도 신경이 거슬릴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란 바로 그 불편한 지점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취향이 다르고, 통하지 않는 그 지점이 진짜 사랑을 해야 할 곳이다. 다툼이 있어야 인내를 알고, 분노의 감정 이후에 온유함도 배운다. 서로 밀고 당기며 제자리를 찾아간다. 사랑이 완전해서 결혼한 게 아니라 완전한 사랑을 위해 결혼한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무한’에 대해 말하던 출연진의 이야기가 기억난다. ‘무한대는 숫자가 아닌 과정’이라면 ‘사랑은 무한이기에 과정’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어왔다. 혹시나 사랑의 완성을 결혼이라고 생각하면 결혼 생활은 오래 못 간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을 갈망하지만, 그 사랑은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채워가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불완전한 사랑에서도 의미를 찾고 만족하며 살아가는 게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

수도생활도 마찬가지다. 처음 수녀원에 들어올 때 나는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는 설렘으로 시작했다. 모두가 천사였고 모든 것이 기쁨이었다. 천국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콩깍지는 벗겨지기 마련. 때론 지옥을 등에 업고 수시로 나락에 떨어지기도 했다. 가만히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분명한 건 고통이 있어 참을 수 있었고, 미움이 있어 회개도 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님만 따르며 살겠다는 수녀들 사이에서도 완성된 사랑은 없다. 다만 만들어가고 있을 뿐이다.

10월은 결혼의 달이라고 한다. 왜 사람들은 결혼할까?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다. 사랑은 완성할 수 없는 무한이니까. 그래서 결혼은 사랑의 시작이다.



성찰하기



1 결혼 생활을 하며 “예전에 그가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때, 남자와 남편, 여자와 아내는 다르다는 걸 기억해요.

2 소통이 어려울수록 감정을 자극하는 말을 피해요.

3 사랑이 식었다고요? 그때가 사랑을 다시 시작할 때입니다. 사랑에는 끝이 없는 과정만 있으니까요.



<살레시오교육영성센터장, 살레시오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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