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사도직 현장에서]나는 매일 싸운다

유승원 신부 한국중독연구재단(KARF) 카프성모병원 원목실장

Home > 사목영성 > 사도직 현장에서
2018.10.14 발행 [1485호]


나는 매일 싸운다. 입원 환자와 싸우고 환자 가족과 다툰다. 끊지 못하는 악습과 대립하고 중독이라는 질병과 각을 세운다. 중독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직업을 따져 묻지도 않는다. 독은 힘이 세다.

한 걸음 뒤에서 중독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하여 중독자에게는 물론, 돌보는 가족들에게도 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임을 명백히 알려야 한다. 오해가 병을 키우기도 한다. 몰이해가 사람을 미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의지의 문제라 생각하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술을 마신 사람을 탓하기 쉽다. 하여, 왜 술을 마셨는지 나는 더는 묻지 않는다. 알코올 등의 중독물질을 찾을 수밖에 없도록 육체가 길들어 있기에 이유 따위는 부끄러움을 남길 뿐이다. 다만, 다시 치료를 시작해 보자고 초라하게 굽은 등을 다독일 따름이다.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짐작으로만 가닿을 수 있는 그 사람의 자리에 어림잡아 서 볼 따름이다.

약은 쓰고 독은 달다. 술잔은 가깝고 유혹은 크다. 도박은 쉽고 세상일은 고되다. 마약은 달콤하고 해독은 멀다. 치료는 더디고 회복은 힘겹다. 끊어냄은 어렵고 완치는 불가능하다. 가족은 지치고 환자는 절망한다.

세속의 눈에 십자 형틀은 절망의 표시이다.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면 절망 끝에 빛으로 승리한 희망의 표지이다. 절망에 빠진 그들에게 누군가는 희망이 있음을 알려야 한다. 이 순간에도 회복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한 달, 일 년, 십 년을 독과 싸우며 여전히 회복을 향하여 발걸음을 내딛는 사람들이 분명히 우리 주위에 있다. 미미해서 초라해 보일지라도 그들의 움직임은 단단하며 그들의 노력은 빛바래지 않는다.

나는 싸울 것이다.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며 그들이 다만 포기하지 않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싸울 것이다.



ⓒ 가톨릭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발행일자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