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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가닥 수녀님은 아무도 못 말려

웃음 치료사 김현남 수녀, 입회 60주년 체험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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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7 발행 [1484호]
▲ 겨울빨래 수녀한테 걸렸니?



겨울빨래 수녀한테 걸렸니?

김현남 수녀 지음 / 예지 / 1만 5000원




번쩍번쩍 빛나는 아코디언이 김현남(메히틸다, 성가소비녀회) 수녀 품에 안기자 춤을 추듯 신명 나게 화음을 뿜어냈다. 봉숭아 물을 들인 김 수녀의 손가락이 건반 위를 자유자재로 오가자 이탈리아 가곡 ‘라스파뇨라’부터 ‘소양강 처녀’, ‘칠갑산’까지 장르 불문하고 흘러나왔다. 9월 19일 서울 성북구 성가소비녀회 총원 음악실이 김 수녀의 아코디언 연주 소리로 채워졌다.

김 수녀는 알 만한 사람들은 잘 아는 ‘웃음 치료사’다. 총원 내 100여 명 수녀 가운데서도 10번째쯤 되는 ‘왕고참’이지만,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사도직에 열정적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손수레에 아코디언을 싣고 다니며 10년째 교회 안팎에 ‘행복 바이러스’를 전하고 있다.

서울ㆍ수원교구 성당과 복지관에서 매달 10여 회에 이르는 신바람 강의가 김 수녀의 사도직. “앗싸! 오늘 한바탕 웃어봅시다” 하며 ‘웃으며 사는 법’과 ‘아코디언 연주’를 선보이면 조용하던 어르신들도 금세 팬이 된다. 박래수 선생의 개인지도 ‘최고령 수강생’으로 아코디언 연주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도 모두 유쾌한 영성을 전하기 위한 김 수녀만의 노력이다.

“10년 전 기도 중에 예수님께 ‘제가 뭐 할 일이 없을까요?’ 하고 여쭸는데, 글쎄 ‘어르신들과 놀아라’ 하는 답을 주시더군요. 이후로 주님 안에 더욱 신나게 살고 있답니다.”

최근 김 수녀는 책을 펴냈다. 수녀회 입회 60주년을 맞으며 하느님 안에 기쁘게 살아온 자신의 체험담을 유쾌하게 풀어낸 수필집 「겨울빨래 수녀한테 걸렸니?」다. 웃음 치료사 활약상도 재미있지만, 책에는 20년 전 더욱 활발히 수행했던 ‘교도소 사도직’ 이야기가 등장한다.

50대이던 김 수녀는 1995년부터 약 10년간 청주교도소와 소년원을 다니며 재소자 교화에 힘썼다. 책 1부에는 흉악범도 아들처럼 순한 양으로 만드는 김 수녀의 왈가닥 사도직 이야기가 펼쳐진다.

▲ 가곡 ‘라스파뇨라’부터 ‘소양강 처녀’, ‘칠갑산’에 이르기까지. 웃음 치료사 김현남 수녀는 “곡마다 500번은 연주해야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다”며 즐거운 사도직 이야기를 전했다.




“여러분, 교도소에 끌려온 것을 축하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여기 끌려오지 않았다면 이보다 더 큰 죄를 저질렀을지 모르는 것 아닙니까. 하하하.”

교도소 내 천주교 집회 때마다 이어진 김 수녀의 시원스러운 입담은 험상궂은 재소자들의 마음을 이내 사로잡았다. 좌중을 휘어잡는 김 수녀의 카리스마는 교도소 내 보스부터 교도소장까지 천주교 집회로 부르기 충분했다. 60명에 그치던 천주교 집회장은 얼마 안 가 200명이 넘었고, 예비 신자만 80명에 이르기도 했다. 그때 얻은 별명이 ‘왈패’, ‘조폭 수녀’, ‘재소자들의 엄마’다.

김 수녀는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기도를 통해 답을 얻고 이뤄냈다. 1998년 열악한 교도소 내 TV가 없던 시절, 김 수녀는 무작정 한국샤프 이관진(베드로) 회장을 찾아가 후원을 받아냈다. 떡집에서 외상으로 큰 떡을 뚝딱 얻어 재소자들의 배를 채워줬고, 공장을 찾아가 초코파이를 트럭째 얻은 사연, 이가 다 빠진 무기수를 위해 돈을 마련해준 일화 등 기적 같은 사연들 앞에는 늘 기도가 있었다. 겨울철 잘 마르지 않는 빨랫감처럼 아무도 못 말린다는 뜻의 ‘겨울빨래 수녀’란 별칭도 이때 얻은 것. 2002년 대한민국 교정대상 특별상을 받은 김 수녀는 지금도 매주 서울 남부교도소를 찾아 인성교육을 해주고 있다.

“‘모두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하자’는 것이 제 철학입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하느님 아버지께서 알아주시기에 힘닿을 때까지 아코디언을 놓지 않고 웃음과 기도의 힘을 전하고 싶어요.”

책 판매 수익금은 어려운 출소자와 빚 때문에 삶을 등질 뻔했던 젊은 가장을 돕는 데 쓸 계획이다. 김 수녀는 오는 9일 오전 KBS TV 프로그램 ‘아침마당’에 출연해 유쾌한 사도직 이야기를 전한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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