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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반도평화나눔포럼] 아시아 주교들에게...평화로 가는 길을 듣다
2018. 09. 16발행 [14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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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반도 평화나눔포럼에는 아시아 주교들만 4명이 참석, 평화로 가는 길에 대한 지혜를 들려줬다. 이에 한반도 평화나눔포럼과 인터뷰, 기자회견을 통해 들려준 주교들의 ‘보화와도 같은’ 육성을 정리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 인도 뭄바이대교구장 - 오스왈도 그라시아스 추기경



인도 뭄바이대교구장 - 오스왈도 그라시아스 추기경

뭄바이대교구장 오스왈도 그라시아스 추기경의 이름 앞에는 직책이 많이 붙는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FABC) 의장, 인도 주교회의 의장이라는 직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특별자문기구인 ‘9인 추기경 회의’ 곧 C9의 일원이라는 직책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도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무척 소탈했다. ‘의전’에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고, 포럼에서든 만찬장에서든 기자들의 질문에 성의껏 답했다.

군사분계선(DMZ)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다녀온 소감을 묻는 말에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울컥했다’고 말문을 뗐다. 1947년 파키스탄 분리 독립 당시 인도도 똑같은 고통을 겪었다는 것. 단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300만 명이 죽고 500만 명이 부상을 입은 분쟁 끝에 장벽이 세워지면서 가족이 오도 가도 못하게 됐다. 그 통행 제한은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풀렸지만 지금도 ‘비자’가 있어야만 왕래가 가능하다.

“외신을 통해 남북한 이산가족들의 눈물을 보면서 한반도의 비극을 체감했는데, 이번에 DMZ와 JSA를 다녀오면서 눈물이 나오려고 하더군요. 남북 간 긴장과 갈등, 대결의 역사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남북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한반도 평화나눔포럼이 정말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고, 남ㆍ북ㆍ미ㆍ중이 모처럼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4ㆍ27, 6ㆍ12로 이어지는 정상회담은 바로 평화는 도전이지만,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며 “특히 교회는 모두 평화의 선교사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이 생각하는 평화는 예수님이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라는 찬미에서 드러나듯, “예수님께서는 평화 그 자체이셨다”는 것이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특히 평화의 본질적 요소로 공동선, 인권 수호와 증진 등을 평화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연대 쌓기와 대화, 종교 간 협력, 평화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구에서도 평화 증진을 위해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시대의 표징을 조심스럽게 찾으면서 인권을 옹호하고 증진할 때 신앙의 활력과 빛은 항상 우리를 동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필리핀 마닐라대교구장 -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필리핀 마닐라대교구장 -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마닐라대교구장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은 국제 카리타스 의장, 가톨릭성경연합회 회장도 겸한다. 그런 만큼 굉장히 바빠 이번 포럼에서도 1박 2일의 짧은 방한 일정만 소화했다.

하지만 타글레 추기경이 남긴 주제 발표의 여운은 길었다.

우선 타글레 추기경은 “평화는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래서 평화를 위한 첫 번째 실천은 기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도해야 하는 건 우리가 스스로 평화를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기도할 기회가 오면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평화를 실천하기 위한 두 번째 단계는 “인간의 진정한 가치와 정체성을 재발견하는 것”이라며 “인간 존엄성에 대한 존중 없이는 평화가 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은 인간 존엄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해야 하며, 인간 존중을 통해서만 인간은 문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타글레 추기경은 또한, 평화에 있어서 ‘관계’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화는 관계입니다. 만약에 평화가 파괴됐다면, 그것은 관계가 무너졌다는 것과 같은 뜻입니다. 성경에도 사람은 관계로 정의됩니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과 하느님과의 관계, 그리고 강생의 신비가 그것입니다. 특히 남자와 여자, 계약, 성사, 혼인은 다 관계입니다. 나아가 피조물과의 관계에서도 인간은 창조물을 보호하는 자이자 섬기는 자가 돼야 합니다.”

타글레 추기경은 그래서 “어떤 인간도 하느님과 이웃, 창조물과의 관계를 맺지 못하면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없다”면서 “인간의 관계 맺기가 곧 평화”라고 규정했다.

타글레 추기경은 “살다 보면, 내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관계를 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행동을 하면 바로 스스로 인간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이렇게 목적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태중의 아이들, 병든 노인들, 장애인들, 실수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자신의 단체에 소속돼 있지 않은 국외자들인데, 관계 끊기는 바로 전쟁의 시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관점을 복원하는 것, 그것이 바로 관계 맺기며 용서는 바로 관계 복원에서 비롯된다”며 “여러 차원의 관계 맺기가 바로 평화”라고 타글레 추기경은 거듭 강조했다.


▲ 미얀마 양곤대교구장 - 찰스 마웅 보 추기경




미얀마 양곤대교구장 - 찰스 마웅 보 추기경


양곤대교구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은 미얀마 가톨릭교회의 첫 추기경이다. 2015년 2월 14일 추기경에 서임됐고, 2017년 5월 교황청과 미얀마가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데 ‘보이지 않는’ 역할을 했다. 현재 교황청 수도회성과 문화평의회, 홍보처 위원으로 있다.

보 추기경은 우선 “DMZ를 방문하면서 한국의 현실을 더 잘 이해하게 됐고, 한국과 한국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보 추기경은 “미얀마 역시 1948년 독립 이후 70년 동안 평화를 알지 못했고, 인간 존엄성이 짓밟혀왔다”며 “그래서 인간 존엄성이 존중되지 않는 한 평화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로힝야족 사태에 대한 질문에 보 추기경은 “오늘날 로힝야 사람들의 끔찍한 고통이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는 당연한 일”이라며 “그들의 고난은 미얀마의 양심에 지독한 상처를 남겼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도 “군대에 의해 고통을 받은 것은 로힝야 부족만이 아니라 미얀마 북부 카친족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지금도 그곳에서는 부족 대다수가 그리스도인인 카친족 반군과 미얀마군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보 추기경은 “지난 7월 미얀마 주교단의 사도좌 정기방문(Ad Limina) 때 카친족이 사는 미찌나와 바모, 라쇼 등 세 교구 교구장들이 교황에게 카친족이 겪는 고통을 호소했다”면서 “주교들이 원한 건 단 하나, 평화와 정의의 실현뿐이었다”고 말했다.

보 추기경은 “지난 2015년 아웅산 수치 여사는 수십 년 만에 실시된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53년 군정을 종식하고 민주정부를 출범시켰지만, 현재 군대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강력한 불교 민족주의 운동과 결합해 미얀마의 평화와 인간 존엄성을 지속해서 부정하는 증오와 억압의 혼합물이 되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보 추기경은 “미얀마 가톨릭교회는 작은 교회지만, 그것이 평화를 추구하는 데 아무런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며 “과감한 평화 추구만이 미얀마 교회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몇 년 동안 종교 간 대화와 참여가 미얀마 교회의 최우선 과제가 돼왔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가난과 분쟁과 불의로 고통 받는 이들, 자기 집에서 쫓겨난 난민, 인신매매를 당한 이들, 슬픔에 잠긴 이들을 위한 목소리가 돼야 하고,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것은 교회가 가진 의무”라고 강조했다.


▲ 파키스탄 라호르대교구장 - 세바스찬 프란시스 쇼 대주교




파키스탄 라호르대교구장 - 세바스찬 프란시스 쇼 대주교

라호르대교구장 세바스찬 프란시스 쇼 대주교는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 수도회) 출신이다. 1999년부터 7년간 작은 형제회 파키스탄관구장을 지냈다. 2009년 라호르대교구 보좌 주교에 임명됐으며, 2013년 라호르대교구장에 착좌했다. 현재 교황청 종교 간 대화위원회 위원으로 있다.

쇼 대주교는 먼저 “종교나 은행 잔고, 가족적 배경, 직업 등에 따라 인간 존엄이나 가치가 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순교자들의 모범이 보여주듯 중요한 것은 사람 자체”라며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것은 하느님의 형상을 파괴하는 것과 같다”고 전제했다.

쇼 대주교는 파키스탄 내에서 빈발하는 종교적 혐오 범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파키스탄 건국의 아버지인 무함마드 알리 진나는 1947년 8월 제헌의회 연설에서 자기 종교를 실천하고 존엄성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보장했지만, 1980년대 들어 이슬람법인 하두드(Hadood)ㆍ샤리아(Sharia)법 제정, 1991년 5월 신성모독법 통과 이후 종교와 관련된 발언에는 자유가 제한되고 있습니다. 특히 2001년 9ㆍ11사태 이후 그리스도교도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동맹으로 간주돼 교회와 함께 공격을 당했고 많은 이들이 살해됐습니다.”

쇼 대주교는 1986년 남펀자브 라힘 야르 칸에서 교회가 전소된 것을 시작으로 그리스도인에 대한 테러와 그리스도인 정착지 전소, 재산 약탈과 자살폭탄 테러 등을 구체적으로 예시하고, “이 모든 사건은 다른 믿음이나 신조를 용납하지 않는 이슬람 근본주의 집단의 종교적 광신주의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펀자브 주 정부 요청에 따라 성당이나 교회, 학교 주변에 8피트(2.4m) 높이 담장과 함께 철조망과 CCTV를 설치했고, 성당 문을 통과할 때는 금속탐지기와 화재경보기를 설치했으며, 총을 든 경비원을 세우고 경찰이 상주하도록 했다”고 전한 뒤, “그럼에도 우리 교회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범을 따라 2010년부터 종교 간 대화 노력을 계속했고 그 결과 종교적 믿음에 대한 오해는 많이 해소됐다”고 소개했다.

쇼 대주교는 “파키스탄의 가톨릭 인구는 전체 인구 2억 명 중 2%도 채 되지 않지만, 교회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범을 따라 2010년부터 종교 간 대화 노력을 계속해 왔고 앞으로도 평화의 일꾼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한국 교회도 “통일의 희망을 지니고 평화 속에서 살면서 한국 사회의 빛이 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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