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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 명화] (41) 레미제라블 & 착한 사마리아인

[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 명화] (41) 레미제라블 & 착한 사마리아인

기꺼이 남의 짐을 지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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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6 발행 [1482호]
▲ 영화 ‘레미제라블’ 포스터.

▲ 외젠 들라크루아 작 ‘착한 사마리아인’.



장발장은 굶주림에 빵을 훔치다가 잡혀 19년간 옥살이를 한다. 출소 후에도 전과자라는 낙인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다시 굶주림에 허덕인다. 성당을 찾아간 그는 미리엘 주교의 도움으로 음식과 잠자리를 구하지만 이내 성당의 은 기물을 훔쳐 달아난다. 하지만 경찰에게 붙잡힌 장발장. 그 모습을 본 미리엘 주교는 은 기물이 장발장에게 준 선물이었다고 말한다.

프랑스의 극작가이자 시인, 소설가인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 그가 한 사제의 도움으로 회개하는 순간이다. 그 후, 장발장은 사제를 따라 곤경에 처한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괴롭힌 원수 자베르까지도 용서하고 살려준다.

홀로 아이를 키우며 장발장의 공장에서 일하던 판틴은 공장에서 쫓겨나 매춘까지 하게 된다. 그녀의 유언은 장발장이 자신의 딸 코제트를 맡아 키워주는 것. 장발장은 코제트를 입양하고 평화로운 때를 보내지만, 코제트가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혁명의 주역, 마리우스와 사랑에 빠진 걸 알게 된다. 마리우스는 군대에 의해 치명상을 입는다. 과연 혁명은 실패했을까?

소설 「레미제라블」은 뮤지컬은 물론 여러 번 영화화됐고, 2012년 영국의 감독 톰 후퍼가 연출한 영화로 다시 개봉했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세기 프랑스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시작으로 정치적 반란과 혁명이 반복되던 시절. 빅토르 위고는 미리엘 주교와 장발장을 통해 신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휴머니즘을 보여준다.

영화 속 미리엘 주교의 선행은 루카복음 10장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떠올리게 한다.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는 많은 화가의 그림으로도 그려졌다. 그 중 빅토르 위고와 함께 프랑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의 ‘착한 사마리아인’이 있다. 들라크루아는 1830년 파리 항쟁을 그린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1831)으로도 유명하다.

강도를 당한 유다인은 동족 종교인에게도 버림받는다. 사마리아인은 그를 말에 태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옆으로 돌려진 고개와 뒤로 젖혀진 허리, 뒤꿈치를 치켜세운 왼발. 사마리아인은 초주검이 된 유다인의 고통에 찬 몸무게를 가슴으로 받치고 있다. 조건 없는 사랑에 대한 예술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평소 사이가 몹시 나빴던 유다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 미리엘 주교와 장발장 또한 조건 없이 이웃을 도우며 그리스도를 향해 나아갔다. “서로 남의 짐을 져 주십시오. 그러면 그리스도의 율법을 완수하게 될 것입니다.”(갈라 6,2) “기회가 있는 동안 모든 사람에게, 특히 믿음의 가족들에게 좋은 일을 합시다.”(갈라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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