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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 명화] (40) 나의 산티아고 & 엠마오의 만찬

[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 명화] (40) 나의 산티아고 & 엠마오의 만찬

주님을 느낄 수 있다면 그곳이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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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9 발행 [1481호]
▲ 영화 ‘나의 산티아고’ 포스터.

▲ 카라바조 작 ‘엠마오의 만찬’.



배낭에 조개껍데기와 조롱박을 매단 순례자들의 목적지는 성 야고보(스페인어로 산티아고)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야고보 성인은 당시 로마를 기준으로 땅끝에 있는 마을인 이곳까지 와서 복음을 전파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제자 중 처음 순교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야고보 성인의 영성을 따르고자 시작됐다.

영화 ‘나의 산티아고’는 독일에서 최고 전성기를 누리던 코미디언 하페 헤르켈링의 800㎞, 42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을 담은 책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를 원작으로 했다. 어느 날 과로로 심장발작을 일으킨 하페는 큰 수술을 받고 무기력한 휴식 시간을 보내는데 돌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겠다고 선언한다.

‘왜 힘든 길을 걸을까?’ 하페는 첫날부터 시작된 고통의 여정에 불평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를 되뇐다. 길가의 풀과 나무가 그의 눈에 들어온다.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니 자신의 삶을 온전히 돌아볼 힘을 얻는다. 왜 코미디언이 됐고, 무엇이 자신을 여기까지 이끌었는지. 자신이 진정 그리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한 사랑을 바라는 하페가 낯선 순례자들과 함께 식사하며 친교를 나누는 장면에서 문득 미사의 성찬 전례가 떠올랐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찾아가 가장 먼저 하신 일이 그들에게 음식을 주는 일이었다. 나아가 고난을 받기 전,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성찬을 함께하는 일에 가장 신경 쓰셨다.

루카복음 24장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나타나시다’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부활을 믿지 못하고 실의에 빠진 두 제자 앞에 나타나 동행자로서 모든 일을 설명하신다. 그러나 제자들은 엠마오에 도착해 저녁 식사를 함께할 때까지도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한다. 식전 기도를 마치고 예수님께서 축복한 빵을 나눠주실 때야 비로소 그리스도임을 알게 된다.

화가 카라바조(1571~1610)의 작품 ‘엠마오의 만찬’은 바로 그 순간을 그린 그림이다. 음식을 가져온 하인과 식탁에 앉아있던 두 제자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고 충격에 휩싸인다. 형언하기 어려운 격정의 순간이 섬광처럼 지나간다. 오직 예수님께서 간직한 침묵만이 빛나고 있다.

삶의 의미를 깨닫고 축복을 받을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성지임이 틀림없다. 지난 8월 14일 로마 교황청은 국제 순례지로 ‘천주교 서울 순례길’을 승인했다. 누구나 신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순례길이 복음 속 ‘엠마오 가는 길’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순례를 떠날 수 없다면, 카라바조의 그림 속 두 제자와 하인처럼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축복이 미사의 성찬에서 이뤄지길 간절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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