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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의 엄마일기](2)유치원 엄마들 단톡방에 초대된 남편

[이지혜 기자의 엄마일기](2)유치원 엄마들 단톡방에 초대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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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2 발행 [1480호]



육아휴직 중인 남편을 유치원 엄마들 단체카톡방에 초대했다.

“제가 복직하고 지성이 아빠가 전적으로 육아를 담당하게 됐어요. 저랑 연락이 안 될 때 급하게 물어볼 게 있을까 싶어 방에 초대했습니다. 잘 부탁해요^^”

“지성 아버님! 은하수반 단톡방에 오심을 환영해요^^ 복직한 지성 어머님, 육아의 지성 아버님 모두 화이팅입니다.”

이렇게 짜릿하고 흐뭇한 순간이 있을까.

지성이 담임 선생님은 물었다. “그럼 이제 앞으로 연락을 드려야 할 때 아버님께 전화를 드리면 될까요?”

우연히 지성이반 친구의 한 엄마를 동네에서 만났다. “아니, 내가 딸 데리러 유치원에 못 가서 그날만 남편을 보냈거든요. 근데 남편이 은하수반을 못 찾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지성이 아빠를 찾아. 그 반이 은하수반이야.” 같이 한참을 웃었다.

야근을 반복했던 남편의 얼굴이 온화해졌다. 매출 압박에 시달렸던 긴장감도 내려놓은 듯했다. 아침에 출근하려는데, 남편의 알람이 요란하게 울려 찾아서 껐는데 그 알람의 내용은 ‘지성이 등원 준비’였다. 그리고 오후 1시에도 같은 내용의 알람이 저장돼 있었다. ‘지성이 하원 준비’. ‘뭘 이런 걸 알람으로 저장?’ 하는 마음이 잠시 들었지만 무슨 일이든 계획성 있게 처리하는 남편의 면모가 돋보였다.

남편에게 수시로 물었다. “안 힘들어?”, “혼이 빠져나간 거 같지 않아?”

남편은 말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인데 뭐. 안 힘들어. 일할 때보다 훨씬 좋아.”

이건 뭐지…. 남편의 부적응을 기대했던 건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잘하고 있는 남편을 보면서 ‘육아는 엄마 몫’이라는 가부장사회를 버텨온 통념이 허망했다. 내가 할 일이라고 덤덤히 받아들이면 안 힘든가? 내가 육아가 힘들었던 건, 왜 엄마인 나만 희생하느냐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모성은 본능일까?

하루를 정리하고, 누웠는데 남편이 아이들의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손톱 정리를 해주고, 너부러진 동화책을 정돈한다.

남편에게 말했다. “시할머니가 자기 이렇게 사는 거 아시면 관에서 나오실 거 같아.”

바쁜 며느리를 대신해 손주를 키워주신 남편의 할머니는 손주가 뭔가를 가지러 부엌에 들어가기만 해도 역정을 내셨다.

“전통적으로 성과 사랑의 주체는 남성이지만,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은 여성이 담당한다. 여성이 노동을 그만두는 순간 대부분의 관계도 끝난다.”

여성학자 정희진씨가 한 말이 떠올랐다. 고마웠다. 가족 간 사랑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동에 두 팔을 걷어준 남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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