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 명화] (36)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타키야사 마녀와 해골 유령

[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 명화] (36)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타키야사 마녀와 해골 유령

요괴로 풍자한 탐욕과 권력

Home > 문화출판 > 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 명화
2018.08.12 발행 [1477호]
▲ 우타가와 쿠니요시 작 ‘타키야사 마녀와 해골 유령’.

▲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포스터.



연일 폭염이다.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고 있지만, 마음 한편은 불편하다. 며칠 전부터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 조카는 에어컨보다 선풍기를 쓰자고 난리다. ‘온실효과’가 북극곰이 사는 곳을 파괴한다고. 문득 조카와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주인공 치히로가 오버랩됐다.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꼽히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1941~) 감독의 2001년 작품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시대 비판과 애니메이션의 재미 두 가지를 놓치지 않고 작품에 담아낸다. 그의 작품은 비유와 상징이 많아 언제 봐도 늘 새롭다.

주인공 치히로는 모험심이 강하고 소심하지만, 용기 있게 행동하는 소녀다. 치히로와 가족은 시골로 이사 가던 길에 급정차 사고로 길을 잘못 든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폐쇄된 놀이공원. 고급 승용차에서 내린 치히로의 부모는 홀린 듯 주인 없는 식당에서 게걸스럽게 먹고 밤이 되자 돼지로 변한다. 처음 온 곳으로 돌아가지 못한 치히로는 온갖 요괴들이 몰려드는 온천장에서 본명을 뺏긴 채 ‘센’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일하게 된다.

하쿠라는 소년은 그런 센을 도우며 탈출할 기회를 엿본다. 하쿠는 센에게 치히로라는 본명을 절대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본명을 잊으면 자신처럼 영원히 예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요괴들의 온천장에서도 돈이 최고다. 하지만 센은 금전에 휘둘리지 않고 어린아이의 순수한 온정으로 손님으로 온 요괴들을 위해 온갖 궂은일을 마다치 않는다.

센은 마법보다 노동으로 검소한 생활을 하는 요괴 제니바의 도움으로 돼지로 살아가던 부모를 구출하고 폐유원지를 빠져나오면서 한바탕 소동이 끝난다. 자연의 파괴, 일본 버블경제의 몰락, 탐욕스러운 자본주의가 파괴한 가정 속에서도 어린 소녀의 강인한 생명력은 잘못된 길을 빠져나와 예전으로 돌아가게 한다.

애니메이션 속 요괴 세상은 이미 일본의 풍속목판화인 ‘우키요에’에 표현됐다. 일본 내 영화 흥행 순위 1위를 차지한 애니메이션의 탄생 배경에 우키요에 전통이 영향을 준 것이다. 우타가와 쿠니요시(1797~1861)는 일본 에도시대에 활동했던 우키요에 작가다. 그는 무사가 요괴를 제압하는 그림을 그리는데, 이는 도쿠가와 막부의 폭정을 비유한 작품이다. 무사는 가해자이고, 요괴는 폭정의 피해자를 표현했다.

쿠니요시가 남긴 기상천외한 요괴 그림은 20세기 들어서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해골 요괴가 그려진 3부작 우키요에는 일본의 민간 설화와 사회 풍자를 교묘히 섞은 작품이다. 갑자기 질문이 떠올랐다. 쿠니요시가 저항했던 권력이 우키요에 작가를 억압한 지배층이라면, 미야자키가 영화 속에서 요괴로 풍자하고자 한 세력은 과연 누구일까.



ⓒ 가톨릭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발행일자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