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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명화] (34)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런던 해크니 거리의 그라피티

[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명화] (34)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런던 해크니 거리의 그라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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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5 발행 [1476호]







나 자신이 약자라고 느낀다면 뭐든 보상받고 싶을 것이다. 반대로 내가 갑질을 하고 있다면 어떨까? 언제나 소외된 이웃과 약자를 살펴야 할 이유다. 도시 속 요란한 삶의 포장지를 뜯어보면 누구나 여리고 약한 면을 가지고 있다.
 

10살 소녀 지소.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벌써 한 달째 미니 봉고차에서 엄마와 남동생과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다. 아빠의 파산으로 거리로 내몰린 것이다. 엄마는 딱 일주일만 있으면 이사 간다지만 믿을 수 없다. 2014년 마지막 날 개봉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시작점이다.
 

부동산 사무실 외벽에 붙어 있는 ‘평당 500만 원’이라는 광고를 본 아이들. 분당 옆 평당? 평당에서 500만 원에 집을 사겠다고 돈 벌 궁리를 한다. 마침 잃어버린 개를 찾아주면 500만 원을 준다는 전단을 발견한다. 전화해보니 이미 개를 찾았다고 해서 실망하지만 이내 아이디어를 얻는다. 개를 유괴해서 현상금을 걸게 한 다음, 개를 돌려주고 사례금을 받아낸다는 계획이다.
 

가난한 집의 개는 안 된다. 가난해서 전단을 만들어 뿌릴 여력도 없을 테니까. 부잣집 개도 안 된다. 부자는 개를 다시 살 테니까. 어중간하게 잘 사는 집의 개여야만 한다. 또 하나, 자신들이 들고 뛸 수 있는 어중간한 크기의 개. 레스토랑 여주인의 개, 월리가 낙점됐다. 아이들은 작전대로 월리를 납치한다. 하지만 월리를 찾는 전단은 뿌려지지 않는다.
 

월리는 레스토랑 노부인의 아들이 키우던 개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은 어머니에게 개와 그림만을 남겼다. 노부인은 죽은 아들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레스토랑 지배인인 조카를 통해 유작을 사들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월리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는 유서도 작성했다. 월리가 사라지자 조카는 유산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 기대하고 월리가 집을 나갔다고 거짓말을 한다.
 

아이들은 폐지 줍는 노숙자 아저씨 대포의 도움으로 노부인에게 무사히 개를 돌려주고 현상금 500만 원이 필요했던 이유를 고백한다. 개의 존재를 통해 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 노부인은 지소네 가족에게 500만 원 전세로 살 집을 내준다. 대포는 지소를 통해 남겨진 가족의 심정을 깨닫고, 지소네도 집 나간 아빠를 기쁨으로 기다릴 수 있게 된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거리의 아트 테러리스트’ 뱅크시(1974?~)를 생각나게 한다. 대중들은 반사회적인 방식으로 자본주의 부조리를 비판한 그의 그라피티에 열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그의 작품은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거금에 팔린다.

런던의 해크니 거리에 사는 한 소년이 뱅크시에게 보낸 메일은 씁쓸하다. 뱅크시가 남긴 그라피티 작품 때문에 해크니 거리에는 젊은 엘리트들과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결국, 임대료가 올라 정작 그 소년과 가족은 해크니 거리를 떠나야만 한다는 내용이었다. 소년은 그가 제발 잘사는 동네에 낙서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영화도 소년도 말한다. 도움조차 구하지 못하는 힘없는 이웃을 살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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