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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명화] (32) 지상의 별처럼 & 호박

[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명화] (32) 지상의 별처럼 & 호박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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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5 발행 [1473호]
▲ 영화 ‘지상의 별처럼’ 포스터.

▲ 야요이 쿠사마 작 ‘호박’.



다르다는 것. 세상의 눈높이와 다르다는 것은 불편하다. 우리는 익숙한 틀에 맞추려고 강박한다. 자신도 모르게 세상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2년 개봉한 인도영화 ‘지상의 별처럼’은 말한다. 다른 것은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특별하다고 말이다.

우리나라 못지 않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인도. 여덟 살 귀여운 꼬마 이샨은 부모의 기대와 달리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힌다. 글자는 춤을 춘다고 말하고, 3×9를 ‘3’이라고 답한다. 형은 1등을 놓치지 않는 우등생인데, 이샨은 유급과 친구들의 따돌림, 선생님의 꾸중만 받을 뿐이다. 집에서조차 가족들에게 전혀 이해받지 못한다.

어지러운 그림들은 이샨이 살아가는 세계이다. 이샨을 유일하게 위로하는 방법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일이다. 아버지는 이런 이샨을 세상 기준에 맞추고자 기숙학교로 보내지만, 가족들과 떨어진 이샨은 엄격한 학교 규율 속에서 공포에 떨며 생기를 잃는다. 그러던 어느 날, 임시교사인 미술 선생님 니쿰브는 이샨을 특별하게 보게 된다.

니쿰브는 “글자가 춤을 춘다”는 이샨의 말에 이샨이 학습장애 중 하나인 난독증을 겪고 있음을 알아챈다. 자신도 난독증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샨의 부모에게 난독증 증상에 대해 설명하고, 닫힌 이샨의 마음을 열기 위해 정성을 쏟는다. 이샨의 눈높이에서 대화하고, 미술 시간에는 이샨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도록 격려한다. 이샨은 그렇게 서서히 자신의 마음을 열어 보인다.

영화 마지막은 학교 구성원이 빠짐없이 참가하는 사생대회다. 사생대회는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 함께 어울리는 축제가 된다. 사생대회 심사위원은 미술 선생님 니쿰브의 선생님이 온다. 니쿰브의 선생님이 남들과 다른 니쿰브를 이해와 사랑으로 보듬지 않았다면, 니쿰브와 이샨은 분명 세상과 단절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르다고 숨기보다는 이를 극복하고 특별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예술가들 이 있다. 현대 설치미술의 대가 야요이 쿠사마(1929~ )가 그렇다. 그는 어려서부터 정신착란 증세를 보였지만, 이를 모르는 부모는 구타와 학대를 일삼는다. 그는 25살이 돼서야 자신에게 정신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품 활동을 위해 뉴욕으로 건너가고도 정신착란이 심해져서 결국 일본으로 되돌아온다. 그 후 줄곧 자신이 입원한 정신병원 옆에 작업실을 두고 치료와 예술작업을 병행한다. 그는 환영과 편집적 강박증으로 일정한 패턴을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그렸는데, 그렇게 표현한 물방울무늬는 대중의 큰 사랑을 받는다. 그의 패턴은 세계 패션계에서도 차용됐다.

어린 시절, 일본의 전쟁 시기를 겪은 그는 다락방에 있던 호박을 보고서 위안과 포근함을 느꼈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일정한 행동을 무한히 반복하는 증상도 나타났는데, 창작하는 시간만큼은 그 속박에서 자유로워졌다. 그가 설치미술 작품으로 만든 ‘호박’은 보는 이들에게도 편안함과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다. 쿠사마와 영화 속 이샨은 남과 달랐기에 고통을 받았지만 ‘지상의 별처럼’ 빛나는 삶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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