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생명농업 40여년 외길… 막힌 판로와 농사 빚에 ‘흔들’
유기농법 고집하는 최성미마을 최재근·순호씨 부자
2018. 07. 15발행 [1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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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농 청주교구연합회 음성분회 최재근(오른쪽)ㆍ순호씨 부자.


친환경 유기농으로 유명한 충북 음성군 대소면 ‘최성미마을’에 가면, 천생 농사꾼 부자가 산다. 최재근(미카엘, 67)ㆍ순호(야고보, 37)씨다.

44년째 생명농업 외길을 걸으며 가톨릭농민회 전국 부회장과 청주교구연합회장을 지낸 아버지, 경기도 화성에 있는 농업대학을 나와 가업을 이은 막내아들은 유기농 인증 수박과 열무, 배추 같은 채소와 열매채소류, 우렁이 논에서 청정 쌀을 생산하느라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허리를 펼 새가 없다.

4일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가면서 해가 나자 부자는 동네 초입 느티나무 아래 비닐하우스에서 비 때문에 출하를 미뤘던 수박을 따 트럭에 싣는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가져가 경매에 부치기 위해서다. 연신 수건으로 땀을 훔치며 수박을 따 무게를 재고 포장을 한 뒤 상자에 담아 트럭에 싣던 부자는 30~40분쯤 지나고 나서야 눈길을 돌린다.

올해 비닐하우스 12개 동에서 부자가 생산한 수박은 모두 4500여 통. 한낮 뙤약볕이 내리쬐면 금세 온도가 45℃까지 올라가는 비닐하우스에서 비지땀을 흘려가며 수확한 소중한 결실이다.

그런데 그 결실을 바라보는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친환경 수박이지만, 우리농에서 다 소비하지 못하기에 농약을 쓰는 일반 수박과 같은 가격을 받고 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약을 치는 일반 관행농은 661.16㎡(200평) 크기 비닐하우스에 수박 모종 500포기를 심으면 50∼60일 뒤 490통을 수확합니다. 손해가 10통밖에 안 돼요. 그런데 호르몬제를 안 쓰는 유기농 수박은 팔 수 있는 수박이 380통밖에 안 됩니다. 무려 120통이나 버려져요. 모양도 안 예쁘고 삐딱하고 크기도 작아 팔리질 않아요. 안 팔리면, 아무리 유기농 수박이라도 가락동으로 갈 수밖에 없지요.”(최재근 회장)

무려 40년 넘게 지은 유기농 농사지만, 한계에 다다른 기색이 역력하다. 20여 년 전, 7∼8년 동안 노지 유기농 수박농사를 짓다가 농협에 진 빚 2억 원도 여태껏 3분의 2밖에 갚지 못했다.

아들 순호씨는 “솔직히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농약 치고 남들 쉴 때 저희는 친환경 농사짓는다고 훨씬 더 많이 일하니까, 일은 일대로, 판로 확보는 확보대로 힘에 부친다”며 “심어서 삶이 가능한, 소득이 되는 작물도 이제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올해 농사는 23마지기 논에 짓는 유기농 벼 재배와 수박, 배추 등 채소, 열매채소류 재배가 고작이다. 판매가 안 돼 올해는 감자 농사도 접었다.

최 회장은 “농사일은 한 해만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가 정말 쉽지 않다”며 “그나마 생산비에 맞게 수확량이나 판로가 확보되면 좋은데 우리농에선 생산량의 3분의 1도 소비하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농사도 농사지만, 최근 이들 부자의 농장이 절반 넘게 성본산업단지 부지로 편입되면서 농토도 반토막이 났다. 보상비로는 농협 빚을 갚고 나면 얼마 남지 않아 두 배로 오른 땅값을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땅값이 좀 싼 지역으로 이사할 수도 없고, 진퇴양난이다. 이렇게 마을이 피폐해지다 보니, 가농 음성분회에 소속된 최성미마을 농가는 이들 부자 한 가구밖에 남지 않았다. 논 우렁이 농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 유기농 쌀 재배를 획기적으로 확산시켰던 고 최재명(시몬)씨 등과 함께 최성미마을에서 공동노동, 공동분배를 실천하던 흙공동체(1990년), 성미공동체(1991년) 등 가농 생명운동을 하던 시절은 까마득한 옛날 얘기가 돼 버렸다. 그래서 인근 가톨릭농민회 생산자들도 한살림이나 생협으로 옮겨갔고,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이미 생산 단계에서부터 위축되고 있다.

글·사진=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 지난 4월 올들어 처음으로 가톨릭회관 앞마당에 개설된 명동 보름장에서 가톨릭농민회원들이 짚으로 엮은 달걀꾸러미에 유정란을 담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제공



“올해 농민 주일엔 10가지만 약속합시다.”

15일 제23회 농민 주일을 앞두고 가톨릭농민회(회장 정한길)는 피폐해가는 우리 농촌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 10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이 땅에서 생명을 심고 지키는 농민들에게 힘이 되도록 하루 한 끼 이상 우리 농산물로 ‘생명의 밥상’ 차리기를 주문했다. 환경은 물론 밥상까지 훼손되는 시대에 생명을 위한 ‘일용할 양식’만큼은 우리 농산물로 채워보자는 것이다.

또 15일부터 일주일간 계속될 농민 주일 주간만큼은 우리 밥상에서 가공식품, 특히 유전자조작식품(GMO)을 추방하고,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첨가된 식품을 제대로 알고 이런 식품은 먹지 않는 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나아가 농민과 생명을 살린다는 마음으로 △우리농 쌀로 밥 짓기 △음식물 남기지 않기 △농민들에 대해 바른 인식을 하도록 하기 위한 도ㆍ농 교류 활동 참가하기 △아이들 간식은 우리 농산물로 나누기 등도 제안했다. 도시와 농촌이 한마음이 돼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맞갖게 살 것을 촉구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로컬푸드(Local food)에 대한 관심도 일깨웠다.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 농산물로 안전한 가족 밥상을 차리자는 권고다. 먹을거리가 생산지에서 소비자 밥상까지 이동하는 물리적 거리를 줄이는 것은 물론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도 익명성에서 벗어나 ‘얼굴 있는 농산물’을 구매해 식품 안전과 가격 안정을 보장받자는 의미다. 지속 가능한 유기순환적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어 친환경 농업과 생물 다양성이 유지되고 이동 거리 축소로 이산화탄소 방출을 줄이자는 뜻도 담겨 있다. 우리농 생활공동체운동과 직거래 장터, 명동 보름장, 교구별 급식 운동 등이 바로 로컬푸드 운동의 정신을 실현하는 교회 내 실천 방안들이다.

끝으로 형제애와 연대 정신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농민들을 위해 기도하기, 북녘 형제들과의 마음 나누기도 제안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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