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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 명화] (29) 어바웃 타임 & 끝없이 높은 산의 울창한 숲과 멀리 흐르는 물줄기

[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 명화] (29) 어바웃 타임 & 끝없이 높은 산의 울창한 숲과 멀리 흐르는 물줄기

인생의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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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4 발행 [1470호]

▲ 영화 ‘어바웃 타임’ 포스터.


▲ 리커란 작 ‘끝없이 높은 산의 울창한 숲과 멀리 흐르는 물줄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누구나 되돌리고 싶은 시간이 있다. 영화감독 리차드 커티스의 은퇴작 ‘어바웃 타임’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 팀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영화다. 영화는 말한다. 지나간 시간보다는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살며, 인생이란 멋진 여행을 만끽하라고.
 

팀의 집안 남자들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오직 남자에게만 주어지는 능력이자 가문의 비밀이다. ‘모태솔로’인 팀은 이성적인 매력의 남성상과는 거리가 멀다. 동생의 친구에게 첫눈에 반한 팀. 하지만 과거를 다시 산다고 해도 사랑을 쉽게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런던으로 떠난다.
 

직장 동료 해리와 함께 특별한 카페를 찾은 팀. 시각장애인이 운영하는 불빛이 전혀 없는 암흑 속에서 낯선 사람들과 블라인드 데이트를 즐긴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과 이야기가 잘 통하는 메리를 만난다. 그리고 시간여행 능력을 써서 간절하게 원하던 메리와 결혼에 성공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시간여행에도 부작용은 있다. 동생이 연인과 다툰 후 음주운전으로 위독한 상태에 빠지자 팀은 과거로 돌아간다. 자신의 결혼식장에서 시작된 동생과 남자친구의 만남을 막아 동생의 불행을 피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든다. 과거가 바뀌었기에 현재 자신의 딸이 아들로 바뀐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팀의 아버지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조기 퇴직한 아버지와 많은 추억을 쌓아왔기에 팀은 더욱 아버지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아버지는 평범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선택했기에 팀은 시간여행으로 아버지를 다시 살릴 수도 없다. 아버지와 팀은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돌아가 함께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팀은 더는 시간여행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지금 이 순간을 시간여행을 온 바로 그 순간처럼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한다. 시간여행으로 미성숙한 자신의 행동을 고치려 애쓰는 팀을 보면서 중국 현대미술의 대가 리커란(1907~1989)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캔버스에 색을 쌓아 그리는 유화와 달리 얇은 종이에 그리는 중국의 전통회화는 한번 그리고 나면 수정하기가 어렵다. 특히 검은 먹으로 그리는 부분이 그렇다. 그는 종이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찢어내고 거기에 새 종이를 덧대어 다시 그림을 그렸다. 리커란의 산수화 ‘끝없이 높은 산의 울창한 숲과 멀리 흐르는 물줄기’의 폭포 부분은 바로 그렇게 고쳐 그린 것이다.
 

그림이 사진을 이겨야 한다고 주장한 리커란은 오랜 시간 동안 옅게 반복적으로 색을 올려 산수화를 완성한다. 그는 온종일 그림을 그리면서도 그림 그리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기에 자신을 ‘시간의 거렁뱅이’라고 불렀다. 영화 속 팀이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위해 몇 번의 시간여행을 감행했듯, 리커란도 자신의 예술세계를 완벽을 구현하기 위해 작품 위에 고뇌의 흔적을 남겼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주어진 조건 속에서 아낌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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