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사람들
[시사진단]무함마드 빈 살만
박현도 (스테파노,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인문한국 연구교수)
2018. 06. 17발행 [1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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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자원부국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의 개창자는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1875~1953)다. 22명의 배우자로부터 모두 45명의 아들을 낳은 그는 자신의 아들들이 모두 왕위에 오를 때까지 차세대로 왕좌를 넘기지 말라고 했고, 그 뜻에 따라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위는 형제상속으로 이어졌다. 현재 국왕은 초대 국왕의 아들 살만(1935년생)이다. 2015년 80세의 나이에 왕이 된 살만은 이복동생 무끄린을 왕세자로 앉혔다가 불과 3개월 만에 조카 무함마드 빈 나이프로 교체하여 세대교체의 막을 열었다. 그리고 나서는 2년 만인 2017년 왕세자를 자신의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으로 전격 교체했다.

빈은 아랍어로 이븐의 줄임말이고 아들을 의미한다. 따라서 무함마드 빈 살만은 곧 살만의 아들 무함마드라는 뜻이다. 1985년 8월 31일생이니 우리나이로 33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은 이른바 ‘금수저’답게 고속 승진가도를 달렸다. 부친이 왕좌에 오르면서 최연소 국방장관에 이어 차기 왕세자가 되더니 급기야는 왕세자 사촌 형을 쿠데타하듯 끌어내리고 왕세자가 되었다.

빈 살만은 30대 이하가 국민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젊은 왕국을 과감하게 변화하려는 야심으로 가득차 있다. 변혁의 기치를 내건 빈 살만은 유가하락에 따른 재정난을 타파하고 개혁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부정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삼아 사촌 형인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 등 모두 40여 명에 달하는 왕자, 장관, 관리들을 5성급 호텔에 가둬 심문하고 부정 축재한 돈을 회수했다. 고문, 구타까지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졌는데, 어린 동생에게 당한 왕자들의 분노는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왕국의 젊은이들에게 빈 살만의 인기는 높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원부국이지만 청년실업률이 높고, 자원 외에는 이렇다 할 경제 동력이 없다. 더욱이 이슬람을 심히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지도자들 때문에 놀거리도 없고, 여성 운전도 불가능한 나라이니 인터넷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세상과 활발히 소통하는 젊은 남녀는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빈 살만이 개혁을 이야기하니 인기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빈 살만은 왕국의 미래 세대 편에 서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여성 운전, 영화 상영을 허용하는 등 왕국을 주도해온 보수적 종교 지도자들의 목소리를 막아 사우디아라비아를 ‘온건 이슬람국가’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빈 살만은 원래 온건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슬람을 내세운 1979년 이란혁명 때문에 꽉 막힌 보수적인 나라로 변했고, 더 나아가 중동도 본모습을 잃었다고 진단하면서 이란 체제를 파괴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난 30여 년간 일어난 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모습이 아니다. 지난 30여 년간 이 지역에서 일어난 일은 중동의 모습이 아니다. 1979년 이란혁명 이후 여러 나라에서 (이란의) 모델을 베끼려고 하였는데, 사우디아라비아도 그중 하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문제가 전 세계로 퍼졌다. 이제 이를 없앨 때다.”

빈 살만의 새로운 사우디아라비아와 중동 건설 비전이 2017년 이래 미국-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의 반이란 연합전선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최근 빈 살만이 한 달여 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쿠데타, 암살, 중태 등 다양한 풍문이 떠돈다. 지난 5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때 면담을 하지 않아 신병이상설이 급부상했는데, 왕실은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싸움터를 이란으로 옮기겠다고 공언한 빈 살만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중동 정세는 또 어떻게 급변할까? 물론 이 글이 지면에 나오기 전에 보란 듯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중동, 정말이지 예측하기 어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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