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가톨릭교회의 맏딸 프랑스를 순례하다 - ⑤ 파레 르 모니알
소박하고 정겨운 시골 마을서 ‘성심의 예수’ 발현
2018. 06. 10발행 [1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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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관광청(kr.france.fr), 에어프랑스(airfrance.co.kr) 공동 기획








예수 성심(聖心)

옛날이야기 한 조각. 1673년 어느 겨울날 프랑스 중동부 부르고뉴 시골 마을 ‘파레 르 모니알’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곳 성모방문동정회에 입회한 지 3년째를 맞은 알라코크 수녀(1647~1690)는 기도에 몰두하던 중 환시를 보게 된다. 수녀 눈앞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는 자기 심장을 꺼내 보인다. 심장은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고 안이 훤히 비칠 만큼 투명했다. 가시로 둘러싸인 상처 입은 심장 위에는 십자가가 놓여 있었는데 무겁게 느껴졌다. 그로부터 2년 동안 알라코크 수녀는 수차례 환시를 보았다. 주변 사람들은 이를 악마의 활동이라 수군거렸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였다. 예수 성심은 알라코크 수녀를 통해 △예수 성심(聖心)은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의 상징임을 알릴 것 △특별히 예수 수난을 묵상하는 성 시간을 갖고 상처 입은 성심을 위로할 것 △예수 성심을 기리는 특별한 축일을 지낼 것 등 세 차례 큰 계시를 전했다.

 

 

▲ 운하 옆에 자리한 파레 르 모니알 순례의 시작점, ‘성심 대성당'


 

‘예수 심장’의 도시, 파레 르 모니알에 도착했다. 발을 딛는 순간 심장 박동수가 절로 평안해질 만큼 도시 공기가 차분하고 고요하다. 9000명이 살고 있다는 이곳에는 무엇하나 바쁘거나 붐빌 일이 없다. 잔잔하게 흐르는 운하를 끼고 아담하게 자리 잡은 시내는 느린 걸음으로 아주 천천히 한 바퀴를 돌아도 30분이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성당과 성당 사이 작은 빵집, 약국, 음식점 몇 개가 전부인 아주 작은 도시다.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예수 성심 만나는 일

운하 옆에 유일하게 우뚝 솟은 ‘성심 대성당’에서 순례를 시작했다. 900년대 말 클뤼니 수도원 소속 교회로 시작된 이곳은 알라코크 수녀가 예수 성심 발현을 목격한 후 수많은 순례객이 몰려들자 1875년 예수 성심 대성당으로 봉헌됐다. 프랑스 파리의 랜드마크인 몽마르트르 언덕 위 예수 성심 대성당과 같은 이름이다. 원래는 파레 르 모니알에 예수 성심을 위해 더 크고 웅장한 새 성당을 지으려 했지만 도시가 너무 작아 파리에 봉헌한 것이 바로 몽마르트르의 성심 대성당이기 때문이다.
 

▲ ‘신성한 심장의 대성당’ 옆에 자리한 옛 클뤼니 수도원. 넓은 아치형 갤러리가 돋보인다.


 

파레 르 모니알을 둘러보는 일정은 길지 않다. 대성당에 붙어 있는 수도원의 중세 스타일 정원의 아치형 갤러리를 지나 몇 걸음을 옮기면 탑 하나가 우뚝 선 작은 광장에 이르게 된다. 옛 교회 건물의 일부로 감옥, 주택 등으로 쓰이다 최근엔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전시실이 된 ‘성 니콜라스 탑’은 조용히 도시를 지키고 있다. 여기서 몇 걸음 더 걸으면 알라코크 성녀가 예수 성심 발현을 본 수녀원이 있다. 이곳이 바로 ‘발현 성당’이다. 작은 성당의 문을 열면 무릎을 꿇고 빛나는 심장을 마주하는 성녀 성화가 순례객을 맞이한다. 성녀의 밀랍상이 잠들어 있는 성당은 조용한 도시에서 유일하게 사람들이 ‘조금’ 붐비는 곳이다. 성녀를 만났다면 다음은 그의 영적 동반자인 콜롱비에르 신부를 만나러 갈 차례다. 느린 걸음으로 1~2분 걷다보면 모자이크 벽화가 돋보이는 ‘콜롱비에르 성당’(La Colombiere Chapel)을 만날 수 있다. 바로 맞은 편에 있는 ‘이에론 박물관’(Hieron museum)까지 함께 둘러보면 프랑스 국보를 비롯해 예수 성심 관련 각종 예술작품을 볼 수 있다.
 

동네 사람 얼굴, 이름, 직업을 웬만하면 다 안다는 작디작은 동네에서 순례객의 볼거리는 크게 많지 않다. 그래서 이곳은 ‘기도하며 쉬어가는 도시’로 오히려 더 사랑받고 있다. 걸음걸음마다 멈춰 서면 기도처가 있다. 매일 저녁 고해성사를 할 수 있고 곳곳의 성당은 24시간 불을 밝힌다.
 

성지 담당 크리스토프 신부는 “이곳에서 할 일은 그저 예수의 성심 위에서 쉬고, 기도하며, 평화를 느끼고, 옆에 있는 이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예수 성심을 만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두려움 없이 편안하게 마음을 내려놓고 기도하는 곳, 파레 르 모니알이다.


예수 성심이란

예수님의 마음을 깨닫고 일치하려는 믿음의 노력이 예수 성심 신심이다. 예수 성심에서 말하는 심장은 단순히 육체적인 심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중요한 부분, 생명과 활력의 원천이자 사랑을 뜻한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성경 말씀대로 그 속에서부터 생수의 강들이 흘러나올 것이다”(요한 7,38-39),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요한 19,34)는 성경 말씀처럼 예수 성심은 모든 은총의 근원이 된다.
 

예수 성심 공경은 중세기까지는 주로 개인적이고 주관적 신심 차원으로 머물렀다가 알라코크 수녀의 계시가 인정되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예수 성심 대축일이 있는 6월을 예수성심성월로 지내는 관습도 생겨났다. 교회는 예수성심성월을 보내면서 미사 전후에 예수성심성월 기도를 바치고, 성 시간과 성체강복 등 예수 성심을 특별히 공경하는 신심 행사를 한다.
 

알라코크 수녀(1647~1690)와 콜롱비에르 신부(1641~1682)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 수녀가 ‘예수 성심’에 대한 사적 계시를 세상에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성녀의 고해 사제이며 영적 동반자인 콜롱비에르 신부의 도움이 컸다. 알라코크 수녀는 당시로선 마귀에 들렸다고 손가락질받을 만큼 환시로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예수 성심으로부터 ‘당신의 충직한 종이자 완벽한 친구’를 보내 주겠다는 약속을 듣게 된다. 알라코크 수녀는 그 후 파레 르 모니알의 예수회 공동체 원장으로 오게 된 콜롱비에르 신부를 만나게 됐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신부는 바로 환시의 진실성을 신뢰했고 알라코크 수녀에게 이를 글로 남기도록 했다. 예수 성심의 사랑을 널리 알린 알라코크 수녀와 콜롱비에르 신부는 각각 1920년, 1992년 성인품에 올랐다.
 
 

글·사진=유은재 기자 you@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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