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1. 한국 교회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2) 한국 교회 현주소와 새로운 복음화
생기 없는 반복적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복음화’ 향해야
2018. 05. 20발행 [14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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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미순교성지 소성당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교회 주교들에게 세속화와 물질주의에 맞서 싸우라고 독려하고 있다. 세속화와 물질주의는 한국 교회 앞에 놓인 큰 도전이다. 가톨릭평화신문 DB

▲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8월 방한해 닷새 동안 한국 교회 곳곳을 찾아다니며 ‘일어나 비추어라’(이사 60,1)는 말씀을 상기시켰다. 성장에 자만하지 말고 쇄신을 통해 한국 사회의 빛이 되라는 당부였다. 사진은 서울 광화문 광장 시복 미사에서 한국의 성모자 상에 예를 표하는 교황. 가톨릭평화신문 DB




교세 통계 속에서 교회 현주소를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

통계에는 세례를 받고 나서 얼마 안 가 신앙에 흥미를 잃고 몇십 년째 냉담 중인 신자들도 포함돼 있다. 반면 하루하루를 순교자처럼 살아가는 성실한 그리스도인의 인내, 봉사자들의 땀방울, 양떼를 이끌고 풀밭을 찾아 헤매는 사목자의 고뇌, 세상을 위해 바치는 이른 새벽 수도자의 기도 같은 신앙의 진정한 가치는 들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교회의 오늘을 달리 진단할 방편이 있는 것도 아니다. 또 통계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통계는 △냉담 교우 증가 △급격한 고령화 △나태한 성사생활 △미래 세대로의 신앙 전수(傳授) 저조 등 교회 각 영역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이러한 지표들은 하나의 사실로 수렴된다. 신자들이 날이 갈수록 신앙생활의 활기와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상당히 복합적이다. 교회 내적으로 신앙과 구원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구원의 확실성과 신앙적 체험을 얻지 못하는 이들은 대형화, 익명화된 공동체 안에서 회의하고 갈등한다. 사목 현장에 팽배한 무사 안일주의에도 원인이 있다. 돈을 하느님처럼 숭배하게 하는 물질주의와 신자유주의, 진리의 다양성을 주입하는 현대 다원주의 등 사회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이런 지표들은 서구 사회에서 일찍이 나타난 ‘신앙의 개인화’가 한국에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개인화된 신앙은 하느님을 믿 지만, 교회의 전통적 교리와 도덕적 가르침, 공동체성을 가볍게 여긴다. 제 생각과 맞는 교리와 가르침만을 취사선택한다. 교회 권위와 메시지에 냉소를 보내기도 한다. 교회에 소속되지 않고, 또 주일 미사 참여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신앙을 간직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는 말씀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3년 전 가톨릭대 사목연구소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학술 심포지엄에서 독일 뮌헨대 페터 노이너 신부와 미국 포담대 제임스 켈리 명예 교수가 교회 위기의 징후로 똑같이 꼽은 것이 신앙의 개인화다. 우리보다 앞서 세속주의의 타격을 받은 유럽과 미국 교회 경험을 전하는 대목에서였다.

노이너 신부는 “종교적 질문 속에서 사람들은 자기에게 도움이 되거나, 기쁨을 주거나, 삶을 개선하는 것으로 보이는 요소를 고른다”며 “이는 조각조각 이어붙여 스스로 종교를 제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종교를 개인적으로 선별, 제작하는 것은 오늘날 유럽 교회가 받고 있는 세속화보다 더 심각한 도전의 핵심”이라며 “많은 이가 교회를 떠났다는 사실보다 개인이 종교를 스스로 제작한다는 사실이 교회의 진짜 위기”라고 강조했다.

켈리 교수는 미국에서 이런 현상을 ‘카페테리아(cafeteria) 가톨릭’ 혹은 ‘스모르가스보드(smorgasbord) 가톨릭’이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스모르가스보드는 스웨덴식 뷔페 식사다. 둘 다 여러 가지 음식 중에서 원하는 것을 골라 먹을 수 있다. 즉, 교회 가르침 전체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만 골라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이런 신자들은 교회에 나가지 않고, 자신의 영적 여정을 이끄는 내면의 목소리를 신뢰하는 성향을 보인다. 냉담 교우, 성사생활에 나태한 신자, 자녀의 유아세례와 주일학교에 무관심한 부모들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안팎의 상황에서 한국 교회는 새로운 개념의 복음 선포, ‘새로운 복음화(New Evan- gelization)’를 다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라틴아메리카에서 처음 주창한 새로운 복음화는 전통적 의미의 복음화(선교)를 훨씬 뛰어넘는 개념이다. 이전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으로’ 복음 선포 사명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이 대륙의 복음화 500주년을 기념하는 일이 정말 의미를 지니려면, 주교 여러분이 각자 소속 사제와 신자들과 더불어 새로운 각오와 헌신으로 복음화 사명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것은 재(再)복음화가 아니라 새 복음화여야 합니다. 열정에서, 방법에서, 그리고 표현에서 새로워져야 합니다.”(1983년 라틴아메리카 주교회의 총회)

그렇다고 한국 교회가 그동안 새로운 복음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00년 대희년 준비 기간부터 2013년 신앙의 해를 보낼 때까지 한국 교회의 주 관심사는 새로운 복음화였다. 이 기간에 신앙의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쇄신 프로그램이 줄을 이었다. 나 자신부터 시작해 교회 구성원 하나하나가 사도적 확신을 갖고 세상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자는 결의도 무성했다. 이와 관련한 세미나와 심포지엄도 많았다. 넓게 보면 ‘새로운 양 찾기’와 ‘잃은 양 찾기’ 운동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신앙의 해가 끝나자 이런 프로그램과 결의는 무슨 유행 지나가듯 사그라졌다. 반응과 평가는 다양했다. 뜻밖의 성과에 기뻐한 공동체가 있는가 하면 어떤 공동체에서는 “해봤지만 안 된다”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복음화에 대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마치 신발 끈을 동여매고 다시 새로운 복음화에 나서라고 한국 교회에 재촉하는 ‘맞춤형 메시지’처럼 들려온다.

교황은 5일 ‘네오까떼꾸메나도 길’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문제로 가득한 구름이 무겁게 짓누를 때도 하느님의 충실한 사랑은 지지 않는 태양처럼 빛난다”며 이 희망의 메시지를 세상에 선포하러 나가라고 당부했다. 앞서 3일에는 “교회는 개종이 아니라 매력에 의해 성장한다”며 어떤 매력으로 주님을 모르는 사람과 신앙 열정을 잃어가는 사람의 관심을 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4월 19일 아침 미사에서는 “복음화는 이론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몸으로 부딪쳐야 하고, 사람을 상대로 해야 한다”며 복음화의 세 가지 열쇳말을 제시했다. “일어나라, 일어나라(Alzati, alzati)”, “가까이 다가가라”, “(이론이 아니라) 구체적 상황에서 시작하라”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것이 예수님 방식”이라며 복음화는 이 세 가지 태도만 있으면 성령의 능력으로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황이 평소 사목자들에게 자주 당부하는 말이 하나 더 있다. “생기 없는 반복적 사고에서 벗어나라.”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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