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출판
[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 명화] (24) 천국의 아이들 &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가난해도 나눌 줄 아는 순수한 마음
2018. 05. 20발행 [14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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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천국의 아이들’ 포스터.



이맘때가 되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린 시절 어딘지 부족했지만 그날의 순수가 아련히 그립다. 어린이의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을 보여주는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은 볼 때마다 새롭다. 가난하지만 정직했던 아이들. 우리에게도 있음직한 일들이 스크린 너머 진한 여운을 남긴다.

오빠는 시장에서 방금 수선한 여동생의 분홍색 가죽구두를 잃어버린다. 오빠는 이 사실을 부모님에게 말하지 않고 자신의 신발을 같이 신자고 한다. 대신 학교에서 상으로 받은 볼펜을 동생에게 준다. 초등학교 1학년 동생은 오전 반, 3학년 오빠는 오후 반. 학교에 갈 때마다 남매는 신발 한 켤레를 교대로 신는 아슬아슬한 바통 주고받기를 시작한다.

동생은 조회 시간에 자신의 가죽구두를 신은 소녀를 발견한다. 남매는 신발을 찾아 소녀의 집을 찾아가지만, 소녀의 어려운 가정형편을 보고 돌아선다. 어느 날, 학교에 마라톤 대회 공고가 붙는다. 눈에 띈 문구는 바로 3등 경품인 운동화다. 오빠는 동생에게 자신을 믿어 보라고 말한 뒤 경기에 출전한다. 3등을 목표로 출전한 마라톤 대회에서 오빠는 뜻하지 않게 1등으로 들어온다. 3등을 못한 오빠는 서러운 울음을 터트린다.

낡은 운동화를 신고 사력을 다해 뛴 오빠의 발은 물집이 터져 흉측하다. 영화는 막바지에 아버지 자전거 짐칸에 실린 어린이 신발 두 켤레를 보여준다. 가난한 공동주택 마당의 작은 연못에 발을 담근 오빠. 그의 발을 어루만지는 것은 연못의 작은 물고기들이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과 이를 위로한 물고기. 예수님의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의 단초가 된, 자신의 먹을 것을 내놓은 한 아이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 베르나르도 스트로치 작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유다인의 축제인 파스카가 가까운 때, 예수님 말씀을 듣기 위해 모여든 군중은 오천 명이 넘었다. 허기진 이들을 불쌍히 여기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먹을 것을 구해오라고 말씀하신다. 이는 돈을 탕진하는 일이라며 불평불만이 나오는 중에 제자 안드레아가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를 데려온다. 그러자 예수님은 아이가 가지고 온 음식에 감사의 축복을 내리고 이를 나누어 먹게 하신다. 거기에 있던 모두가 배불리 먹었다.

이 놀라운 기적을 이탈리아 화가 베르나르도 스트로치(1581~1644)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가 그림과 조각으로 표현했다. 이들 작품의 정중앙에는 보리빵과 물고기를 내놓은 아이가 있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빵 부스러기와 남은 물고기를 모으는 장면으로 끝난다. 이는 사제가 미사의 성찬 전례 후, 제대 위에 작은 부스러기를 정성껏 모으는 장면과 같다. 최후의 만찬을 예고하는 이 일은 우리가 미사를 봉헌할 때마다 재현하는 기도이기 때문이다.

영화 ‘천국의 아이들’에서 어린 오빠는 비록 자신의 계획대로 3등을 하지는 못했지만, 모두에게 큰 기쁨을 줬다. 신부님 곁에서 작은 손으로 미사를 돕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린이를 가까이 부르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미사 때 성체로 축성되는 제병에는 참으로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하느님의 기적은 모두를 배부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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