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영성
[김용은 수녀의 살다보면](15)마음의 무게 내려놓기
2018. 05. 20발행 [1465호]
홈 > 사목영성 > 김용은 수녀의 살다 보면
    기사를 카톡으로 보내기 기사를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기사를 twitter로 보내기 기사를 facebook으로 보내기


며칠 전 언니 집에 갔었다. 마침 거실에 체중계가 눈에 들어와 가벼운 마음으로 그 위에 올라섰다. 순간 체중계에 뜬 숫자에 놀라 “언니, 이거 고장 났나 봐”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난 그 순간 은근히 ‘그 기계, 조금 더 나가’라는 말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아주 정확합니다”라는 냉혹한 대답이었다. 오랜만에 몸무게를 잰 나는 전보다 껑충 뛴 숫자가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요즘 따라 몸이 무겁고 허리띠도 팍팍하게 조여 온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일에 쫓겨 무심하게 살아왔다. 미국 유명대학의 연구팀이 과체중자 3000명을 2년간 꾸준히 연구한 결과, 몸무게를 매일 재는 사람들이 살을 더 뺄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생각났다. 평소 무게를 자주 재지 않는 사람들은 오히려 몸무게가 늘며, 자신의 무게를 매일 살피는 사람은 식사량과 운동 습관을 꾸준히 점검하여 행동 변화까지 따라온다는 것이다.

수도자인 내가 몸무게 숫자에 이렇게 격하게 반응을 보이다니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그러면서 ‘눈에 보이는 몸도 이렇게 무게를 자주 재고 보살펴야 한다면,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의 무게는 어떻게 알아 살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는 몸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내 영혼을 담은 마음은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음 무게’를 매일 재고 바라보면서 꾸준히 내적 상황을 점검한다면 행동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데 말이다.

가끔은 온갖 근심·걱정에 머릿속에 철근이 든 것처럼 무거울 때가 있다. 때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에 이런저런 갑옷을 걸쳐 입어 힘겨울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마음 무게’를 꾸준히 재고 보살펴야 했다. 보이는 것에 급급해 분주하게 살다 보니 마음에 체지방이 쌓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외로움과 무력감, 박탈감과 공허함, 그리고 자존심으로 인한 과다한 욕망까지 겹쳐 합병증의 위험은 날로 늘어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우울과 슬픔, 분노와 불평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기쁘지 않은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면 분명 ‘마음 비만’일텐데 말이다.

몸이 아프고 허리통증이 생기고 의욕을 잃게 될 때 가만히 생각해 본다. 과연 나는 정말 몸이 아픈 것일까? 아니면 일이 너무 많아 피곤함에 지쳐서? 아니다. 마음의 무게에 짓눌려 아픈 것이다. 욕심만큼 잘해냈다고 해서 만족했을까? 원하는 만큼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한순간의 집착으로 더 힘들어질 때도 있다. 마음속 집착만큼 더 무거운 것은 없다. 무거운 돌덩이를 붙들고 몸부림치는 것과 같다. 아무리 최고의 능력으로 그 무언가를 해내었다 하더라도 누군가로부터 오는 ‘인정’에 집착하는 순간, 성취한 것보다 더 공허해질 때도 있다. 역설적으로 마음이 무겁고 아플 때 돌아가야 할 곳은 아픈 마음, 바로 그 지점인 것 같다. 마음의 무게를 재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언젠가 나에게 무척이나 곤혹스런 일이 있었다. 머리는 무겁고 가슴은 답답했다. 생각하고 되뇔수록 더 힘들어졌다. 그래서 생각의 분주함에서 벗어나려고 하던 일을 멈췄다. 내면의 싸움을 멈추고 아픈 마음 무게를 재야 했다. 우선 아프다고 무조건 보호하려 말고 그렇다고 통제하려 애쓰지도 말자. 마음속 집착에서 오는 몸부림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나만의 시간을 갖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요한 침묵이 필요했기에 나 홀로 숲길을 따라 무조건 걸었다. 판단과 집착의 무거운 덩어리를 내려놓아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힘을 빼고 깊은 호흡을 하였다. 그리고 서서히 찾아오는 고요한 침묵에 나를 온전히 맡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일이 생겼다. 잔잔하게 스쳐 가는 바람 한줄기가 내 영혼을 건드렸는지 마법처럼 내 마음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아~ 좋다!’ 나도 모르게 감탄이 흘러나왔고 마음 밑바닥에는 평화와 기쁨으로 가득 차오르고 있음을 느꼈다. 성령의 바람, 성령의 숨결이 이런 것일까? 장엄하고 거대한 메시지는 없다. 보이지 않고 들을 수 없어 언어로 표현할 수도 없다. 그저 막힌 에너지가 풀려 몸은 깃털처럼 가볍고 마음은 고요한 기쁨으로 가득할 뿐이었다.



성찰하기



1. 마음이 무겁고 아플 때 아픈 마음의 무게를 재요.

2. 그 아픈 마음을 보호하려고도 싸우려고도 하지 말아요.

3. 99%는 내 마음속 집착일 수 있음을 생각해요.

4. 집착에서 오는 문제는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마음속 가운데를 지나가도록 인내해야 하는지도 몰라요.

5. 성령의 바람을 찾아 떠나요. 고요한 침묵 중에 성령의 속삭임을 들으면서 마음의 무게를 덜어요.





<살레시오교육영성센터장, 살레시오수녀회>




기사를 facebook으로 보내기 기사를 twitter로 보내기 기사를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기사를 카톡으로 보내기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이전뉴스 다음뉴스 추천 목록
 
발행일자
지난코너
TV온에어 FM온에어 TV편성표 라디오편성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