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마크롱 대통령, 교회와 화해 시도하나
이례적으로 가톨릭 전통과 미덕 칭송하고 나서 생명윤리·종교적 자유 등 관련 교회 도움 호소
2018. 04. 29발행 [14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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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교회 간의 화해 시도인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어 가톨릭의 환심을 사려는 것인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사진> 대통령이 가톨릭교회에 “정치, 사회 공공 영역에 들어와 목소리를 내달라”고 요청한 연설<본지 4월 22일 자 1461호 5면 참조>을 두고 여러 가지 흥미로운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마크롱은 가톨릭 지도자 4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가톨릭의 전통과 미덕을 칭송한 뒤 프랑스에 교회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요지의 연설을 했다.

1905년 정교분리법을 시행하면서 세속주의(lacit)를 표방한 프랑스에서 대통령의 친(親) 가톨릭 발언은 찬반양론을 포함해 다양한 담론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세속주의는 간단히 말해, 이성과 시민들의 의지만으로 국가를 건설할 테니 종교는 정치ㆍ사회 공공 영역 밖으로 나가라는 것이다. 이 연설에 대해 지난 대선 당시 급진 좌파 후보였던 장 뤽 멜랑숑은 “마크롱이 ‘철없는 성직자’처럼 행동한다”고 조롱했다. 소셜 미디어에는 국가와 종교의 화해 시도에 반대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하지만 마크롱이 이런 비난을 예상하지 못하고 친 가톨릭 기조의 연설을 했을 리 없다.

그는 가톨릭교회가 프랑스에 줄 수 있는 선물 세 가지를 열거했다. 지혜와 헌신적 관계, 그리고 자유다. 그는 “수세기에 걸친 지혜의 보고인 교회는 인간 생명에 대한 통찰력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사회에 부담이 되는 상대주의, 허무주의와 싸워 달라”고 요청했다. 종교 자유와 같은 보편적 진리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마크롱은 지난해 국회 의석 하나 없이 39세에 대통령에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낡은 정치와 이념에서 벗어나 신선한 실용주의로 프랑스를 바꾸겠다는 구호에 국민들이 환호했다.

영국의 액턴연구소 연구원 사무엘 그렉은 ‘가톨릭 헤럴드’ 기고문에서 “마크롱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보여줬듯, 변화 혹은 변형을 추구하는 인물을 자처한다”며 “가톨릭에 공개적으로 손을 내민 것은 프랑스 역사의 한 장(章)을 넘기려는 그의 주 관심사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프랑스는 현재 독신 여성과 동성애 커플의 체외수정 및 안락사 문제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마크롱 정부가 만일 생명윤리에 반하는 법 제정을 추진하면 2013년 올랑드 대통령 시절 동성혼 합법화 추진 때처럼 가톨릭교회의 거센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그는 특히 생명윤리 문제에 나서 달라고 교회에 요청했는데, 이는 가톨릭의 반대를 누그러뜨리는 노력보다 열린 대화가 더 빠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또 종교 자유에 대한 언급은 800만 명에 달하는 프랑스 내 무슬림 문제를 풀어나갈 지혜를 얻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몇 년간 프랑스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에서 보듯 문화가 다르고, 사회에서 소외된 무슬림은 언제든 사회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불안 요소다.

그는 예수회가 운영하는 학교를 나왔지만, 자신의 신앙을 드러낸 적은 없다. 하지만 신앙적 가치를 공공 영역 밖으로 몰아낸 세속사회가 얼마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지 실감한 듯하다. “(사람들은) 다른 차원의 관점을 듣고 싶어한다. 세속주의는 사회에서 영성을 뽑아버리는 기능을 갖고 있지 않다”는 등의 발언이 이를 방증한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은 이미 오래전에 이런 세속사회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우려를 드러냈다. 특히 유럽이 정신적 뿌리이자 기반인 그리스도교 신앙을 사적 영역으로 여기는 것을 가슴 아파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를 “세습 자산의 탕진”이라고 표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년 전 샤를마뉴상 수상 연설에서 “유럽이여, 대체 네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세 번이나 던졌다. 진보와 계몽이라는 미명 하에 종교적 정체성을 잃어가는 데 대한 자성을 촉구한 것이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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