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출판
[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 명화] (19) 바닷마을 다이어리 & 춤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2018. 04. 15발행 [14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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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마을 다이어리’ 포스터.

▲ 앙리 마티스 작 ‘춤’.



아파트 후문에 나이 든 살구나무 한 그루가 있다. 무심코 지나쳤는데, 어느 날 꽃봉오리가 맺히더니 하루 사이에 꽃이 활짝 피었다. 뿌연 도시의 일상 속에서 생명은 성실하게 꽃을 피우고 조용히 올해의 열매를 맺을 것이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기만 해도 자연의 고요한 분주함이 이토록 감동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은 2015년 개봉한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평범한 일상생활을 통해 가족의 아픔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세 자매는 아빠와 엄마의 연이은 가출로 외할머니를 따라 바닷가 마을에서 자란다. 아빠의 부고를 받고 찾아간 장례식장에서 자매는 처음으로 이복동생 스즈를 만난다. 자매 중 첫째는 고운 심성의 스즈가 마음에 들어 함께 살자고 제안한다.

친엄마가 이미 세상을 떠난 스즈에게 아빠마저 저세상으로 갔기에 더 이상의 미련은 없었다. 짐을 싸서 바다 마을로 이사를 온 스즈. 하지만 자신의 엄마 때문에 이복 언니들이 아빠 없이 자라야 했던 것을 알기에 스즈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빠, 엄마 없이 일찍 철이 든 첫째 언니 사치는 이러한 스즈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네 자매의 상처는 부모에게서 왔다. 영화의 이야기는 한 가정의 해체로부터 비롯되었지만 격렬한 감정을 요구하는 장면은 없다. 자매들의 일상은 살아내야만 하는 현실로 그려진다. 바다 마을의 풍경과 어린 시절부터 살았던 마당 있는 낡은 집은 자매를 포근하게 감싸준다. 편안한 영상미와 더불어 서로를 받아들이기 위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은 관객들에게도 위로가 되었다.

영화 속 지역 특산품이나 계절을 상징하는 장치들로 그들은 가까워진다. 잔멸치덮밥, 전갱이튀김, 불꽃 축제, 벚꽃 길, 매실주 만들기 등 주변의 소소한 일들은 자매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일본의 전통 정형시 ‘하이쿠(俳句)’의 계절어(季語)가 영화 속에서 비슷한 역할을 한 것이다. 감독의 의도는 한결 승화된 시적인 영상미에 있었다. “나는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슬픔이나 외로움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여백을 통해 관객들이 주인공들의 아픔을 상상력으로 메워주기를 바랐습니다.”

영화가 끝날 때쯤 자매는 진짜 가족이 되었다. 그들의 너그러운 마음씨는 우리 모두에게 삶의 여유와 용서의 마음을 갖게 한다. 자매는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1898~1939)의 ‘춤’ 속의 여인들처럼 생명의 기쁨을 함께 나눈다. 빠른 속도로 격렬하게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 그림 속 여인들은 서로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려는 네 자매의 마음 또한 이와 다를 게 없었다.

앙리 마티스는 이슬람 도자기의 문양에서 영감을 받아 평면적이며 장식적인 요소를 중시했다. 그는 소파에 기대어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그림을 원했다. 그의 작품의 의도는 편안함이었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보여준 삶 또한 다르지 않았다. 설령 어떤 일을 겪더라도 아름다운 것들이 아름답게 보이면 잘 살고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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