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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감정 전투’ 마치려면…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끝없는 ‘감정 전투’ 마치려면…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안셀름 그륀 신부가 전하는 부정적 감정 다루는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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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5 발행 [1460호]

▲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

안셀름 그륀 지음 / 안미라 옮김 / 챕터하우스 / 1만 3500원




인간은 변화보다 평가에 익숙한 존재다. 내가 먼저 바뀌려 하기보다 남에게 삿대질하는 것이 편한 존재다. 인간은 ‘감성적 동물’이다. 우리는 내가 상처를 받고, 남에게 상처를 주는 ‘감정적 전투’ 속에 산다. 시대의 영성가 안셀름 그륀 신부는 ‘있는 그대로의 나’, ‘있는 그대로의 너’를 바라보는 ‘인정하기 작업’을 통해 평가보다 변화에 삶의 중심을 두길 권한다.

지역과 종교를 넘어 삶의 지혜와 영성을 전해오고 있는 독일의 신학자 안셀름 그륀 신부는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을 통해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을 가로막는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비법을 전한다.

가족, 부부, 연인, 부모와 자식 등. 우리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순탄치만은 않은 감정적 고통을 주고받는다. 이는 곧 불편한 인간관계를 낳고, 어느새 내 안엔 부정적 감정의 쓰레기만 산더미처럼 쌓이고 만다. 빈번히 일어나는 인간관계 문제는 대부분 나를 돌아보기보다, 상대의 예민한 감정을 비난하면서 시작된다.

안셀름 그륀 신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평가가 아니라 변화”라고 설명한다. 감정에 대한 평가에서 벗어나 감정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데 집중하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예민한 부딪힘은 어린 시절 받은 상처에서 많이 비롯되는데, 저자는 모든 출발을 이 상처들을 ‘인정’하고, ‘바라보는’ 데서 시작하라고 권한다.

그렇다고 부정적 감정과 상처를 무조건 밀어내려 하면 안 된다. 억눌리고 무시된 감정은 결국 폭발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존중하는 인정’이 필요하다. 힘들지만 나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상대의 상처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변화에는 ‘영성적 훈련’이 필요하다. 사막의 교부들은 삶의 목표인 ‘내적 평정’을 찾기 위해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 하느님이 머무시는 고요한 장소를 찾았다. 모든 상처와 감정을 억누르고 차단하기만 하면 삶의 에너지가 떨어지기에 자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줄 에너지를 찾는 데 몰두해야 한다. 지금 나의 열정이 남을 비방하고, 평가하고, 탓하는 데 쏠려 있는가. 사막의 교부들은 나를 더욱 견고하고 강하게 만들어줄 긍정의 요소에 열정을 쏟고자 노력했다.

‘안과 밖’도 잘 구분해야 한다. 내 안에서 감정적 반응이 일어날 때 바깥에서 야기된 상황과 거리를 두고자 노력해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이 내 안에 침투되어 고요한 마음을 흙탕물로 만들기 전에 지금 상황이 밖에서 비롯된 것이지, 나의 반응은 어떤 것에 기인한 것인지 구분해야 ‘감정의 매듭 풀기’가 쉬워진다.

그래서 성인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했다.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는 “자기 영혼 속으로 들어가 보지 않고, 스스로를 발견하지 않고, 자기 천성의 비참함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고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 것만큼 터무니없는 일도 없다”고 했다. 감정과 열정을 관찰하되, 그 단계에 머물지 말고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나의 열정을 긍정의 변화로 옮길 용기도 생겨난다.

리지외의 데레사는 마음의 분노, 서운한 감정 등과 씨름하지 않았다. 자신의 무능함과 예민함을 모두 솔직하게 하느님께 내맡겼더니 그곳에 ‘하느님 사랑’이 자리함을 발견했다. 이후 데레사는 예민한 반응과 상처, 고통까지도 하느님께 내맡기며 스스로 하느님과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모든 인간은 완숙하지 않다. 그래서 감정적 훈련도 필요하고 나와 남을 인정하는 용기도 따라야 하며 하느님도 찾는 것이다. ‘감정 전투’가 좋은 결과를 낳은 적 있는가. 그보다 저자가 전하는 나와 너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에 한 번 열정을 쏟아보는 건 어떨까. 그것은 곧 하느님 마음을 헤아리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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