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영성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70) 15세기 ⑤ - 영성 훈련
체계적 영성 훈련으로 그리스도 신비에 빠져들다
2018. 04. 15발행 [14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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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을 체계적으로 묵상하고 그리스도의 인성을 본받고자 한 새 신심 운동은 그리스도의 생애 묵상과 결부되면서 중세 영성생활의 특징으로 자리잡게 된다. 사진은 십자고상을 들고 그리스도 생애를 묵상하는 수도자. 【CNS 자료 사진】



북유럽에서부터 시작해 점점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였던 ‘새 신심 운동(Devotio Moderna)’은 ‘로우랜드(Lowland)’나 ‘라인랜드(Rheinland)’와 같이 사변 신학이 강세였던 지역보다 라틴 민족으로 구성되었던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에서 훨씬 활발하게 실천되었습니다. 특히 성경을 체계적으로 묵상하며 그리스도의 인성을 본받고자 했던 새 신심 운동은 과거와 확연한 차이가 나는 ‘영성 훈련’이라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새로운 기도 방법을 소개하는 몽베어

북유럽에서 실천하던 간스포트(Wessel Gansfort, 1419~1489)의 체계적인 성경 묵상 방법이 프랑스에 보급될 수 있었던 것은 얀 몽베어(Jan Mombaer, 1460~1501) 덕분이었습니다. 벨기에 브뤼셀(Brussel) 출신인 몽베어는 간스포트가 저술 활동을 했던 위트레흐트(Utrecht)에 주교좌성당 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1480년 토마스 아 켐피스(Thomas Kempis, 1380~1471)가 수도생활을 했던 즈볼러(Zwolle) 인근에 의전 수도회인 ‘빈데스하임(Windesheim) 수도회’에 속한 ‘성 아녜스 산 수도원’에 입회했으며, 훗날 수도원 원장에 올라서는 새 신심 운동을 익혀 자신의 영성으로 삼았습니다. 1496년 몽베어는 프랑스 내에 빈데스하임 수도회 소속 수도원들을 개혁하자는 프랑스 교회의 요청을 받고 프랑스로 향했는데, 그의 개혁 작업은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강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몽베어는 1501년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지역 리브리(Livry)의 아빠스로 선출되었으나 그 해 연말에 파리에서 사망했습니다.

몽베어는 영성 작가로서 엄격한 체계를 지닌 수덕생활을 즐겨 소개했습니다. 특히 몽베어는 그리스도인이 덕행을 발전시켜 완성하고 기도생활을 체계적으로 훈련할 수 있게 하도록 연상 작용을 통해 기억을 쉽게 하는 시구 형태를 이용해서 여러 단계를 묘사했습니다. 몽베어는 저서 「거룩한 묵상과 영성 훈련의 로사이로(Rosetum Exercitiorum Spiritualium et Sacrarum Meditationum)」에서 수도자가 신심생활을 가꾸는 장미 정원에서 성무일도와 성체성사 및 묵상을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지 도움을 주고자 특별한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즉, ‘손가락 시편’(chiropsalterium)’이라 불린 기도 방법은 엄지손가락으로 나머지 손가락 안쪽을 문지르며 시편을 읊는 것이었습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시편 말씀의 내용으로 기도자의 마음을 경건하게 만들어서 성체성사 참여에 도움을 받고 묵상 주제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간스포트로부터 체계적인 성경 묵상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몽베어의 영성은 훗날 로욜라의 이냐시오(Ignacio de Loyola, 1491~1556)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세 가지 유형의 기도를 소개하는 바르보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치아(Venezia) 공화국 상류층 출신인 루도비코 바르보(Ludovico Barbo, 1381~1443)는 1397년 베네치아 석호 섬에 위치한 산 지오르지오(San Giorgio) 아우구스티노회 수도원 임시 원장직을 수행하던 시기에 새 신심 운동을 장려하던 의전 수도회 소속 순회 설교자의 강론을 듣고 새로운 형태의 영성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한편 공동생활 형제회와 같은 삶의 길을 따르던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영감을 받은 바르보는 1404년 그들에게 버려진 수도원을 희사했으며, 곧바로 자신도 그 공동체에 합류했습니다. 모두 성직자로 구성된 새 수도 공동체는 교황 보니파키우스 9세(Bonifacius PP. IX, 재임 1389~1404)에게 승인을 받았으며, 봉쇄 수도회 삶의 모습을 따르려던 수도자들은 수도 서약 없이도 성공적으로 수도생활을 실천했습니다.

이 공동체에 합류했고 훗날 베네치아 총대주교가 되는 로렌초 주스티니아니(Lorenzo Giustiniani, 1381~1456)와 성직자와 수도원 개혁 임무를 맡게 되었던 바르보는 그리스도교 묵상과 체계적인 기도를 개혁의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12세(Gregorius PP. XII, 재임 1406~1415)는 개혁 운동의 일환으로 1408년 바르보를 파도바(Padova) 베네딕토회 산타 주스티나 수도원의 아빠스로 임명했습니다. 이때부터 바르보는 베네딕토회 수도자로서 수도원 공동체의 삶을 개혁하는 일을 수행했으며, 그의 노력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결국 다른 수도원들도 그가 제시한 삶의 형태를 따르면서 그의 수도원은 모든 수도회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바르보는 저서 「묵상 양식(Modus Meditandi)」에서 세 유형의 기도를 소개했습니다. 즉, 초보 단계에 있는 자들에게 적합한 기도는 소리 기도이고, 진보 단계에 있는 자들에게 적합한 기도는 묵상이며, 완성 단계에 있는 자들에게 적합한 기도는 관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교황 에우게니우스 4세(Eugenius PP. IV, 재임 1431~1447)의 요청으로 바르보가 체계적인 묵상 방법을 가르쳐 주었던 스페인 북부 바야돌리드(Valladolid) 베네딕토회 수도원은 훗날 스페인에서 영성 훈련이 확산되는 출발지가 되었습니다.



체계적인 묵상을 가르치는 가르시아

바야돌리드 인근 시스네로스 출신인 가르시아 데 시스네로스(Garca de Cisneros, 1455/56~1510)는 1475년 바야돌리드의 산 베니토(San Benito) 수도원에 입회하려고 일찌감치 사회적인 특권의 가능성을 포기했습니다. 1488년 부원장으로 선출된 가르시아는 아라곤의 페르난도(Fernando II de Aragn, 1452~1516)와 카스티야의 이사벨(Isabel I de Castilla, 1451~1504)과 함께 바야돌리드의 수도원이 수도원 의식(儀式)을 개혁하고 중앙집권화하려고 노력하는 동안에 두드러진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카탈루냐(Catalua)의 몬세라트(Montserrat) 성모 마리아 수도원에 바야돌리드의 수도원 의식을 적용하려고 몬세라트를 방문했던 가르시아는 그곳 수도원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하고 교황으로부터 자신이 그곳 원장이 될 수 있는 허가를 받고 운영했습니다.

가르시아는 1500년쯤 새 신심 운동과 관련된 자료들을 모은 저서 「영성생활을 위한 훈련(Ejercitatorio de la Vida Espiritual)」에서 수도자와 순례자에게 도움이 되는 실천적이고 조직적인 관상 방법을 제공했습니다. 첫째로 정화 주간에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며 거룩한 두려움과 통회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둘째로 조명 주간에는 그리스도의 생애를 묵상하며 하느님 사랑에 집중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셋째로 일치 주간에는 하느님의 속성을 묵상하며 현세를 벗어나 하느님만 섬기기로 결심하라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셋째 주간에 인간 영혼은 사랑의 힘으로 하느님을 향한 상승의 여정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가르시아는 그리스도인이 처음에 그리스도의 인성을 묵상하고, 다음으로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을 관상하면 마지막으로 그리스도의 신성을 넘어서는 상승의 여정을 체험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가르시아의 노력들은 중세 수도원에서 실천하던 신심생활과 로욜라의 이냐시오가 제시한 심리적이고 분석적인 묵상 체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단계를 구분해 실천하던 체계적인 기도 방법은 차차 그리스도의 생애를 묵상하는 것과 결합되면서 근세 영성생활의 특징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체계적인 영성 훈련을 시도하면서 그리스도의 신비에 깊이 들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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