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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 위 건물주” 무색케 하는 정의·평등 정신 담겨

“조물주 위 건물주” 무색케 하는 정의·평등 정신 담겨

개헌안 토지 공개념, 그 뿌리는 성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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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8 발행 [1459호]


토지 공개념을 강화하겠다는 대통령 개헌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국가가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국가의 사유 재산권 침해 가능성을 가장 우려한다. 일각에서는 ‘사회주의 관제 개헌’, ‘국가의 토지 몰수 음모’ 등 거친 표현을 써가며 반발한다.

하지만 토지 공개념은 자유시장 경제의 꽃을 먼저 피운 유럽 선진국들이 이미 100여 년 전에 도입한 데다 우리 헌법(제23조, 제122조)에도 들어 있다. 이번에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이란 문구를 명시해 공개념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땅의 주인은 하느님이다

분명한 사실은 토지 공개념이 사회주의적 발상도 아니고, 미국의 사회경제학자 헨리 조지(1839~1897)가 처음 주창한 이론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 뿌리는 성경이다.

땅과 물, 공기 등은 하느님이 창조한 것이다. 인간이 생산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갈 수 있도록 창조주가 거저 내려준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은 “온 세상이 나의 것이다”(탈출 19,5)고 선포하셨다. 우리가 터하고 있는 땅이 하느님께 귀속된다는 진리는 레위기에 명확히 기록돼 있다. “땅을 아주 팔지는 못한다. 땅은 나의 것이다. 너희는 내 곁에 머무르는 이방인이고 거류민일 따름이다.”(레위 25,23) 시편 저자도 “주님 것이라네, 세상과 그 안에 가득 찬 것들”(시편 24,1)이라고 노래한다. 주님은 무상으로 땅을 내려주면서 평등과 정의의 실천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인간은 한정적인 선물(땅)을 자꾸만 독점적으로 더 많이 소유하려고 들었다. 그런 탐욕 속에서 지배와 착취, 불평등이 자라났다. 주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심어준 희년의 정신(레위기 25장 참조)은 이러한 문제들을 원래 상태로 회복시켜 주기 위한 것이다.

한국 사회의 “상위 1% 부동산 부자가 전체 토지의 46%를 보유하고 국민의 절반(44%)이 무주택자인 상황”과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을(乙)들의 아우성은 따지고 보면 탐욕과 불평등의 문제다. 토지 공개념 강화는 이런 부의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로 이해된다. 부동산 소유와 투기로 인한 부의 쏠림 현상에 법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많아지는 것이다.

사유 재산권을 둘러싼 논란

토지 공개념과 관련해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 「새로운 사태」(1891년, 일명 「노동헌장」)와 이에 대한 헨리 조지의 반박 논란을 빼놓을 수 없다.

레오 13세 교황은 최초의 사회교리 문헌인 이 회칙에서 토지를 비롯한 사유 재산권을 옹호했다. “토지 사유제는 다른 사람의 토지 이용권을 방해하지 않는다”(6항)고 밝혔다.

그러자 빈곤과 경제적 불평등의 원인을 지대(地代) 가치 상승에서 찾았던 헨리 조지는 「노동 빈곤과 토지 정의 : 교황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이라는 책으로 교황을 비난했다. 그에게 토지 사유제는 “기차의 첫 승객이 자기 짐을 모든 좌석에 흩어 놓은 채 뒤에 타는 승객을 세워 둘 권리”(「진보와 빈곤」)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불합리한 제도였다. 서구 지식인들은 교황 회칙과 헨리 조지의 저서를 펴놓고 한동안 격론을 벌였다.

하지만 이를 이분법적으로 보면 곤란하다. 문헌이 발표된 19세기 말은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노동자의 빈곤이 극심해지고, 이런 우울한 현실의 대안으로 마르크스의 사회주의가 발흥하던 시점이다. 지식인과 근로자뿐 아니라 가톨릭 신자들도 이 사상에 매료돼 갔다.

교황은 자본주의 모순을 타파하기 위해 사유 재산권을 부정하는 마르크스 사상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이 얘기를 한 것이다. 아울러 「새로운 사태」의 핵심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권리 보호에 있고, 바탕에는 재화 사용에 대한 보편적 권리가 깔려 있다. 이 회칙은 오늘날까지 다른 사회교리 문헌의 기둥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각론에는 차이가 있지만, 교황과 헨리 조지는 인류에게 무상으로 주어진 것을 독점하려는 행위의 비윤리성을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년 전 발표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에도 토지 공개념 정신이 담겨 있다. “그래서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신명 10,14)은 주님의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절대적 소유에 대한 인간의 청구를 모두 거절하십니다.”(67항)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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