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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들이 ‘착취’ 당하고 있다고?

교황청 기관지 칼럼에서 제기돼… 수녀회 장상들 ‘그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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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8 발행 [1456호]
▲ 여성 수도자들이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손뼉을 마주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CNS 자료사진】



여성 수도자들이 교회에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착취’ 수준의 노동에 시달린다는 비판을 두고 설왕설래 말이 많다.

이 고발성 비판은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가 발행하는 여성 월간지 「세계 여성 교회」 3월호에 실린 칼럼을 국내외 매체들이 인용, 보도하면서 확대됐다.

‘공짜에 가까운 수녀들의 노동’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마리아(가명) 수녀는 “어떤 수녀들은 새벽에 일어나 고위 성직자들의 아침을 준비하고, 저녁 늦도록 청소와 빨래, 다림질을 도맡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봉사’에는 정해진 시간이 없고, 보수도 매우 약하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준비한 식탁에 초대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수도자가 다른 (남성) 수도자에게 이런 식의 대우를 받는 게 정상적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설거지를 무시하는 남성주의

다른 수녀는 신학박사 학위가 있는 학식 뛰어난 수녀들이 주방에 배치돼 접시 닦는 일을 하는 등 능력이 쉽사리 무시되는 현실을 꼬집었다. “이런 일의 배경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의식, 성직자 중심주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칼럼은 수도생활의 본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막시밀리아 움 수녀는 CNA 인터뷰에서 “특별한 상황의 개별적 문제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려운 우려”라며 “그러나 이 문제는 남녀, 또는 성직자와 비성직자의 관계로 한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막시밀리아 수녀는 성 조지의 프란치스코수녀회 관구장이다.

“우리 수녀회도 한동안 주교와 신부들의 가사(家事)를 담당한 적이 있다. 하지만 칼럼 속 수녀들 관점은 우리의 실제 경험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성직자들은 우리의 봉사에 대해 진정으로 염려하고 배려해줬다.”

교회의 어머니이신 마리아 자매회 총원장 마리에 줄리에 수녀는 “칼럼이 수도생활을 암울하게 묘사하고 있어 슬프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축성생활이라는 성소의 은총에 대한 강조는 없다. 불평하는 사람은 어디든 있기 마련이다. 비판은 일정 부분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들은 나와 내가 아는 다른 수녀들의 경험(수고에 대한 인정과 사례)은 해보지 않았다.” 이어 “우리 수녀회 카리스마는 명예나 칭찬을 바라지 않고 교회의 심장에 머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가르멜수녀회의 총원장 유딧 수녀도 같은 생각을 내비쳤다.

“여성 수도자들은 일반적으로 노예 상태(servitude)라기보다는 교회의 딸들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토록 사랑과 존중을 받는 것이다. 우리를 수도자이게 하는 봉사로 인해 교회 안팎에서 존중과 호의, 감사를 더 많이 받는 것 같다.”

고학력 수녀의 소임지가 주방으로 배정되는 데 대해 마리에 수녀는 “전문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불가피한 필요성 때문에 다른 곳에서 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은 사랑에서 비롯

“부모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엄마가 아픈 아이를 간호하느라 밤을 새우고, 아버지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수입이 적은 일자리를 선택하는 것 말이다. 사랑하기에 희생하는 것이다. 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힘은 사랑이다.”

유딧 수녀는 “현대 문화가 그러하듯이 이 칼럼도 놓친 점이 있다”며 “여성으로서 세상에 내어줘야 할 선물들, 예를 들어 모성애ㆍ상냥함ㆍ인내ㆍ따뜻함 같은 덕목들을 평가 절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반응은 적어도 50대 이상인 수녀회 장상들에게서 나온 것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20~30대 젊은 수녀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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