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사순 기획-난민의 여정에 함께합시다 ④이주 배경 자녀들에 대한 인식 바꾸고 끌어안아야
대물림 되는 이주민 차별… 신앙으로 악습 끊어야
2018. 03. 11발행 [14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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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들레헴 어린이집의 이주 배경 자녀들이 사회복지사의 손에 안기거나 방바닥에서 놀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 마고네공부방에 온 이주 배경 자녀 3형제가 피아노를 치다가 김종용(왼쪽) 생활복지사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오세택 기자



이주는 더 나은 삶의 추구와 결합해 있다. 따라서 이주는 ‘희망의 여정’이다.

그런데 이주의 인식 개선을 위한 여러 노력에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차별적 시선’이 존재한다. 특히 이주 배경 자녀들을 향해서다. 그래서 때로 이주는 불법과 합법이 교차하는 ‘절망의 여정’이 되기도 한다. 이들 이주 배경 자녀들을 교회가 돌봐야 하는 이유는 “그리스도인은 이들 이주민에게서 단순히 이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기”(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 훈령 「이민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 참조) 때문이다. 사순 기획 네 번째 시리즈는 ‘이주 배경 자녀들에 대한 인식 바꾸고 끌어안아야’이다.

이주 배경 자녀인 8세 희연(가명)이는 2일 초등학교에 ‘겨우’ 입학했다. 학교장 재량을 통해서다. 다만 아무리 공부해도 졸업장을 받을 수는 없고 청강만 가능하다. 부모는 둘 다 중국 출신 조선족으로 엄마가 영주권자이지만, 학교에 들어가는 건 별개의 문제다. 중국으로 돌아가도 학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아버지는 희연이가 어려서 가출하는 바람에 실종 상태이고, 엄마는 정신분열 증세를 보인다. 외할머니가 있지만 간경화를 앓다가 지난해 말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돌볼 어른들이 없어 이주배경 자녀들을 돌보는 공동생활가정(Group Home)을 알아봤지만, 우리나라 국적자가 아니어서 불가능하다. 오갈 데가 없다. 이른바 ‘미등록’ 이주 배경 자녀들의 비극이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 수는 장기 체류 외국인과 귀화자, 이주 배경(외국인 주민) 자녀 등 모두 176만여 명(2016년 11월 말 현재)에 이른다. 우리나라 총인구 대비 3.4%다. 이 가운데 이주 배경 자녀는 20만 1333명으로, 출생과 동시에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한 국내 출생 자녀가 19만 1459명(95.1%)이고, 아직 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귀화자와 외국 국적 자녀가 9874명(4.9%)이다. 이들을 포함한 이주 배경 가정의 가구 구성원은 모두 96만 3174명으로, 한국인 남녀 배우자와 결혼 이민자, 귀화자, 자녀, 기타 동거인을 모두 합친 숫자는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이주 배경 자녀를 사회에 통합하기 위한 노력은 아직 미비하다. 현재 초ㆍ중ㆍ고에 다니는 이주 배경 학생은 9만 9186명으로, 2006년 9389명에 비해 10년 만에 10.5배나 증가했지만, 유아 교육부터 시작해 초ㆍ중ㆍ고, 대학에 이르기까지 이들에 대한 교육이나 사회적 배려는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통계조차 나와 있지 않은 미등록 이주 배경 자녀들은 정책적 배려가 전혀 없다시피 하다. 이들은 언어의 벽을 시작으로 문화적, 정서적 차이,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와 6세 미만 이주 배경 유아가 12만 명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전체 학생 대비 이주 배경 자녀의 비중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이들의 정착과 자립을 뒷받침할 정책적 배려를 다시 짜야 할 때다. 이주 배경 가정의 어려움인 경제적 궁핍과 가난, 언어 교육과 문화 적응, 정체성과 차별 문제 등은 ‘대를 물려가며’ 자녀들에게도 영향이 미치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이별 맞춤형 교육과 돌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서울 성북동에 있는 ‘베들레헴 어린이집’(원장 김정희 수녀)을 찾아가 봤다.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위원장 남창현 신부)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박경근 신부) 산하 시설로, 3∼7세의 영ㆍ유아 20명(2일 현재)을 돌본다. 다른 어린이집과 다른 점이라면, 이주 배경을 갖지 않은 아이들뿐 아니라 ‘등록된’ 이주노동자 자녀나 난민 신청 가정 자녀들, 이주 배경 자녀를 보육한다는 점이다. 국적은 중국이 가장 많고, 베트남, 필리핀 순이다. 특히 이주 배경 맞벌이나 한부모 가정, 가정 폭력 피해 가정의 자녀들은 맡길 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일반과 저녁 연장반, 24시간 반 등으로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다. 교사진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배우는 건 유사하다. 말을 하지 못하는 2∼3세 아이들은 말을 배우고 규칙을 하나하나 배워나간다. 똑같이 배우니까, 똑같이 발달한다.

문제는 엄마, 아빠가 한국어를 하지 못해 가정으로 돌아가면 헛일이 된다는 것. 또 엄마, 아빠한테서 배운 한국어 말투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점, 이주 배경 가정은 알코올이나 게임 중독, 가정폭력 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이에 따른 정서적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말을 알아듣는 6∼7세 유아들에게는 언어 교육과 함께 주 1회 심리치료를 해주고 있다.

원장 김정희(체칠리아, 살레시오수녀회) 수녀는 “이주노동자 자녀나 이주 배경 자녀들은 부모 언어나 정서를 그대로 이어받기에 교육의 어려움이 훨씬 더 크다”며 “이주 배경 가정의 부모님들을 어떻게 교육하느냐에 따라 그 자녀들의 사회 통합이 제대로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등록된’ 아이들은 시설에서 받아주기라도 하지만, 미등록 자녀들은 부모가 반대하면 어린이집을 옮기거나 등록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이 아이들도 초ㆍ중ㆍ고에 진학하면, 오갈 데가 없었다. 그래서 2011년에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는 ‘마고네공부방’(원장 김평안 신부)을 설립, 아이들을 보살피기 시작했다. 처음엔 미등록 시설로 정부 지원금 없이 운영했지만, 정부가 미인가 아동시설을 법적, 행정적으로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부랴부랴 지난해 8월 지역아동센터로 등록해야 했다.

그럼에도 마고네공부방은 체류 자격이 있건, 없건 이주노동자 자녀나 이주 배경 자녀들을 가리지 않고 ‘방과 후’ 학습과 숙제, 준비물, 저녁 식사까지 챙긴다. 때로는 학업을 보충해 주기 위해 학원까지 보내준다.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아이들이 많은 이유는 언어 습득이 비교적 늦고 또래 관계 형성이 많지 않은 데다 차별을 경험하는 사례가 많아, 공부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이나 성인 봉사자들을 1대 1 멘토로 붙여 상담과 친교를 나눌 수 있게 해줘 뜻밖의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김종용(요셉) 사회복지사는 “주눅이 들어 눈치만 보던 아이들이 멘토인 봉사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좋은 어른 한 사람만 만나게 해줘도 이렇게 바뀌는데 꾸준히만 만날 수 있게 해준다면 아이들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차별을 반성하고 극복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어 “이 아이들은 겉은 외국인처럼 보이지만, 속은 사실상 한국 아이들과 다를 게 없고 똑같이 학교에 다니는데, 학력 인정만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주 배경 자녀들은 외국인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라는 인식을 해야 하며, 이들을 위해 기도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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