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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주님무덤성당 사흘간 폐쇄, 왜?

교회 재산에 대한 당국의 과세 추진에 저항의 표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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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1 발행 [1455호]
▲ 한 순례자가 2월 26일 주님무덤성당의 닫혀 있는 문에 손을 얹고 기도하고 있다. 성당은 폐쇄 사흘 만인 2월 28일 다시 문을 열었다. 【예루살렘=CNS】



그리스도교 최대 성지인 예루살렘의 주님무덤성당을 관리하는 여러 그리스도교 종파가 성당 문을 사흘 동안 닫았다가 2월 28일 다시 열었다.

예루살렘 세무 당국이 그리스도교 자산에 대한 과세를 추진하는 데 대한 저항의 표시였다. 여러 그리스도교 종파가 사순시기에 주님의 십자가 상 죽음과 부활 현장까지 폐쇄하면서 강하게 반발하자, 이스라엘 정부가 세금 부과 방침을 보류하고 일단 물러섰다.

이스라엘의 갑작스런 과세는 지난해 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여론을 무시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이스라엘로서는 세계 최강대국 지도자로부터 독점적 지위를 인정(?)받았으니 재산세 부과를 욕심내 봄직했을 것이다. 그래서 2월 중순 성공회와 아시리아 교회 등 몇 개 종파의 예금계좌를 동결하고, 교회 재산들에 대한 세금을 부과했다. 예루살렘에서 성지를 지키고 있는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에도 세금 고지서가 날아들었다.

작은형제회 성지수호 관구의 사무총장 다비드 그레니에르 신부는 “일부 교회에는 세금 체납 시 재산을 압류한다는 안내문이 붙은 고지서가 도착했다”며 “이번에 그리스도교 형제들이 마음을 모아 대처했지만, 우린 사실상 비상사태 속에서 살고 있다”고 밝혔다. 주님무덤성당은 가톨릭과 그리스 정교회, 아르메니아 정교회 등이 공동 관리한다. 콥트 정교회와 에티오피아 정교회도 일정 지분을 주장한다.

이스라엘 정부의 과세 취소는 철회가 아니라 보류인 것으로 보인다. 언제든 다시 쟁점이 될 수 있는 문제다. 그리스도교든 이슬람교든 세금을 낸다는 것은 이스라엘의 종주권을 인정한다는 의미이기에 간단치 않은 문제다. 비상업적 목적의 교회 자산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걸려 있다.

예루살렘은 그리스도교와 유다교, 이슬람교 3대 종교 모두에게 최고의 성지다. 이 때문에 세 종교는 영유권을 놓고 오랜 세월 갈등을 빚어왔다. 때로는 피의 전쟁도 벌였다. 그 갈등과 다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을 앞두고 유엔이 예루살렘을 어느 쪽 일방에 종주권이 없는 도시로 결의한 이유도 이런 특수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예루살렘의 ‘현 상태(Status Quo)’를 존중하는 것이 평화 공존의 최선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 수도 인정 발언을 했을 때 국제 사회는 “건드리면 터지는 화약고를 왜 또 건드리는가”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루살렘은 특별한 도시”라며 “유엔 결의안에 따라 모든 당사국이 예루살렘의 현재 상황을 존중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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