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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은 수녀의 살다 보면] (4) 나, 이런 사람입니다!

[김용은 수녀의 살다 보면] (4) 나, 이런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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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4 발행 [1454호]


어느 날이었다. 세 살배기 채아는 수녀원 거실에서 사탕 하나를 흔들어대며 까르륵까르륵 웃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의 엄마는 “채아야! 엄마는 네가 그 사탕을 지금 먹지 않으면 좋겠는데”라며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아이는 순간 움찔하더니 거의 절망에 가까운 표정으로 손에 든 사탕을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드디어 아이는 무언가 결심한 듯하더니 엄마에게 팔을 뻗어 사탕을 내밀었다. “와우~.”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줬다. 그러자 아이는 마치 세상을 다 얻은 뿌듯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 이런 사람이야!’ 아이는 달콤한 사탕의 유혹을 이겨내고 더 높은 차원의 성취감과 자존감을 얻어낸 것이다.

우리는 ‘유혹 과잉의 시대’라고 할 만큼 절제하기 힘든 세상에서 살고 있다. 물론 나 자신을 돌아보면 엄청난 절제로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일들은 혼신을 다해 해내곤 한다. 하지만 일상의 자잘한 욕구들 앞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무의식으로 단련된 습관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즉각적으로 행동하게 한다. 그래서 때론 욕구가 시키는 대로 좋아하는 음식, 사람, 사물, 장소, 놀이 앞에서 쉽게 굴복하고 만다. 머릿속에 저장된 습관으로 평소 즐기고, 좋아하는 감정에 기울어져 움직일 뿐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필요를 돌아보거나 무엇이 좋은지를 식별하고 절제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 힘들 때, 일하기 싫어 도망가고 싶을 때, 심심하고 지루할 때, 마음이 공허하고 외로울 때, 화가 나고 짜증 날 때, 고통스럽거나 서러울 때는 부정적인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이 불편한 감정을 피해 즉각적인 쾌감을 주는 음식이나 음악, 그리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숨는다. 좋지 않은 행동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러다 보면 나의 자제력은 점점 힘을 잃어간다. 좋은 기분만 찾다 보면 견디고 절제하는 능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어려운 임무나 힘든 사람 앞에서, 그리고 도망가고 싶은 상황 앞에서도 그냥 그 자리에 서서 버텨야 했다. 그리고 단순히 자신을 통제하는 차원을 넘어 무엇이 최선인지 무엇이 하느님이 기뻐하실 일인지 찾아 움직여야 한다.

신앙인은 십자가를 지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감내하신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이다. 채찍질로 온몸이 찢기고 해진 예수님을 슬프게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참고 견디면서 무언가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렇다고 당장 엄청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살레시오 성인은 “사소한 유혹에 대한 승리가 더 귀중하고 유익하다”고 했다. 나에게는 살짝 위안이 되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 사소한 유혹은 무엇일까? 무관심의 유혹, 접속의 유혹, 판단과 불평의 유혹, 귀찮음과 게으름의 유혹 등이 떠오른다. 이 유혹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절제’다. 그리고 절제는 오로지 내 선택에 달려 있다. 사실 절제의 문제는 내가 원하는 만족을 지연시킬 수 없다는 데 있다. 당장 판단하고 불평하고 싶고, 먹고 싶고, 놀고 싶은 마음속 저항을 긴 호흡으로 멀리 바라보며 나 자신을 놓아버려야겠다. 이 사소한 유혹을 이기는 절제의 힘은 생각보다 커다란 만족감과 성취감을 안겨줄 것이다. 작은 유혹을 이겨낼 때마다 어깨에 힘을 넣고 눈을 크게 뜨고 하늘을 향해 자랑스럽게 외치자. ‘나, 이런 사람입니다!’



Tip

1. 나에게 사소한 유혹이 무엇인지 알아내요.

2. 그리고 절제하기 어렵다면 그 원인을 알아차려요.

3. 절제하기 어려울 때마다 성경 말씀을 기억해요. “모든 경기자는 모든 일에 절제합니다. 그들은 썩어 없어질 화관을 얻으려고 그렇게 하지만, 우리는 썩지 않는 화관을 얻으려고 하는 것입니다.”(1코린 9,25)

4. 작은 유혹을 이겨내는 나 자신을 상상해요. 마음속으로만 연습해도 뇌는 반응하거든요.

5. 절제의 힘이 승리했다면 주님께 감사하며 자랑해요. “저, 이런 사람입니다!”



<살레시오사회교육문화원 원장, 살레시오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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