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이광호 소장의 식별력과 책임의 성교육] (10) 성교육의 진실과 거짓 ②
콘돔 무상 제공? 성에 대한 ‘책임과 복지’가 먼저다!
2018. 02. 04발행 [14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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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성교육은 청소년의 성 권리를 인정하지만 이에 따른 철저한 책임을 묻고 사회가 그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의 청소년 성교육은 콘돔을 사용한 임신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픽=문채현



독일에서 한국 남학생이 독일 여학생을 임신시키면?

여학생은 출산하고, 독일 정부는 남학생을 출국 금지하고, 부모를 소환해서 양육비 지급 서약을 하게 한다. 이 둘은 결혼을 할까? 한국 부모는 며느리와 손자라고 생각해서 독일까지 갔는데, 독일 여학생은 “○○와는 잠깐 놀아본 것이고, 내 취향도 아니다. 아기 아빠로만 인정할 뿐, 결혼으로 엮이고 싶지 않다”고 딱 잘라 말한다. 실화다. 우리에게는 충격이지만, 독일에서는 일반적인 일이다.

이 여학생은 왜 이렇게 당당할까? 여자 청소년이라도 아이를 키우는 데 편견이나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미혼모’가 아니라, ‘단독 양육모’라고 불리는 여성은 아동복지청에서 주거 비용과 양육 수당 등 충분한 지원을 받는다.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남자에게는 양육비가 강제된다. 돈이 없으면 국가가 선지급하고, 나중에 다 받아낸다. 임신하면 남자는 경제적 부담이 생기지만, ‘단독 양육모’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밥벌이 걱정에서 해방된다. 이것이 미혼부 책임법이고 복지다. 이 제도가 여성을 보호하기 때문에 독일법이 12주 이내 낙태를 가능하도록 했지만, 독일 여성들은 낙태를 잘 선택하지 않는다.



독일의 학교 성교육은?

“사춘기가 되면 남자는 아기를 만들 수 있고, 여자는 임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 아기를 낳으려면 먼저 학교를 졸업하고, 직업교육을 받고, 취직해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 또 아기를 키우기 위해서는 아기방과 각종 시설, 유모차, 유아용 자동차, 의자, 기저귀, 넓은 공간과 충분한 시간, 그리고 사랑과 책임감이 필요하다. 아기를 가지기는 쉽지만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독일의 초등학교 3학년 성교육 수업 자료다. 확실한 책임 교육이다. 6학년 때는 콘돔 교육을 받는다. 그러면 독일 청소년은 임신 안 할까? 피임은 실패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청소년 임신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작가 무터킨더의 독일 교육 이야기 중 ②충격적인 독일 초등학교 성교육 ③10대에 엄마 아빠가 된 독일 아이들 편 참조)



독일의 사회적 성교육은?

“독일 시내에선 아주 앳된 모습의 소녀들이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다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어림잡아 15~16세 남짓이나 되었을까? 사실 ‘저 나이에 어쩜 저렇게 당당하게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독일에선 아주 어렸을 때부터 피임 교육을 철저히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하여 아이가 생기면 낳는 것이 보통이다.”(오마이뉴스, ‘독일에서 여대생이 임신했다면’ 참조)

청소년의 성적 자유를 인정하고 피임 교육도 하지만, 피임에 실패하면 청소년에게 책임을 묻고, 청소년이 그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는 사회가 독일이다. 대학생이 임신하는 경우는 더 많기 때문에 독일 대학은 탁아소와 유치원을 설치해 여대생의 학업 지속을 돕는다. 이것이 법과 제도가 시행하는 철저한 생명과 책임의 사회적 성교육이다. 교실 속 콘돔 교육에도 피임에 실패하면 이렇게 책임져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청소년의 성관계 권리를 인정하고 또 콘돔 교육이 교실에서 가능하려면, 독일과 같은 튼튼한 제도가 뒷받침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유럽의 대다수 선진국이 독일과 비슷하다. 이런 나라들에서 피임은 성교육의 곁가지지만, 교실에서 콘돔 교육을 하니까 콘돔만 눈에 잘 뜨이는 것뿐이다.

한국, “성교육=피임 교육”

한국 성교육은 어떨까? ‘미혼부 책임법’과 복지가 없기 때문에 책임의 성교육이 성립하는 사회적 기반 자체가 없다. 그래서 ‘성교육’과 ‘피임 교육’이 동의어가 되어버렸다. 진실의 큰 그림을 보여주는 언론도 없다.

한겨레신문의 “‘쾌락’, 청소년은 좀 알면 안 되나요?”(2017년 5월 20일 자)는 두 종류의 기능성 콘돔(요철식, 약물 주입식)을 청소년이 사지 못하게 한 법을 ‘청소년 쾌락 통제법’으로 명명하고, ‘청소년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위헌 소송을 제기한 고3 여학생과 콘돔사 대표의 입장을 전면 기사로 실었다. 주간경향의 특집 기사(2017년 2월 21일 자) “한국의 성교육, 위험한 10대 섹스 부른다”는 ‘가장 좋은 성교육=피임 교육’이라는 입장에서, 콘돔을 배제한 잘못된 학교 성교육 때문에 청소년들이 콘돔 대신 랩이나 비닐을 사용하는 위험한 성관계를 한다고 지적한다. 유럽의 학교에서는 콘돔과 피임약을 무료 배포한다는 단편적 사실만 강조할 뿐, 유럽 선진국에 책임의 성교육이 책임법과 복지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존재한다는 중대한 사실은 감춘다.

이는 전형적인 피임 산업의 논리를 언론이 받아적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기사가 EBS 지식채널 프로그램 “있지만 없는 ‘것’, 학교에서 배제된 피임 교육”(2017년 5월 24일 자)으로도 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스웨덴, 13세 이상 청소년에게 콘돔을 무료로 나눠주는 정책 시행.” ‘EBS’ 마크가 찍힌 화면에 나오는 이 문구만 보면 유럽의 선진국에는 피임 교육만 있고 또 콘돔 무상 배포가 청소년 성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수단이라는 잘못된 확신을 갖게 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서울시 인권정책기본 계획에 ‘학교 밖 청소년에게는 콘돔 무상 제공’, ‘공공기관(학교, 보건소)에는 콘돔 자판기 설치’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시민 의견을 반영했다고 하는데, 서울시가 유럽의 거시적 책임 제도는 못 보고, 미시현상인 콘돔만 본 결과다.



콘돔 무료 배포 VS. 책임법과 복지, 무엇이 우선인가?

“선동(propaganda)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면, 사람들은 이미 선동당해 있다.” 나치의 선전장관 괴벨스가 한 말인데, 언론과 교육 그리고 서울시까지 콘돔만을 성교육의 왕도로 제시하는 이 상황이 바로 선동이다.

콘돔이 정답이 아님을 증명하려면 장문의 글이 필요한데, 읽는 이가 많지 않다. 청소년 섹스권과 콘돔 배포가 공교육에 도입되려면 유럽처럼 사회라는 하드웨어가 튼튼해야 하는데, 한국 언론은 심지어 EBS까지도 이 사실을 은폐한다. 책임법과 복지가 전무한 상황에서 자판기와 무상 배포로 콘돔 접근성만 높이는 것은 286 컴퓨터에 ‘윈도우10’을 설치하여 하드웨어를 망가뜨리는 일이다.

국가가 세금으로 먼저 할 일은 ‘콘돔 배포’가 아니라 ‘책임법과 복지의 확립’이다. 전자는 피임 산업의 배만 불릴 뿐이지만 후자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현재 우리 상황에서 국가와 교육자는 콘돔 무상 배포와 콘돔 자판기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 콘돔이 청소년들에게 무상 배포되는 두 대륙이 있다. 유럽과 아프리카다. 한국 성교육은 강력한 책임법과 복지가 뒷받침되는 유럽형 책임 모델을 따라야 한다. 한국은 유엔과 유니세프가 청소년에게 콘돔을 무상 배포해야만 하는 아프리카의 저개발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한 교육자만이라도 피임 산업의 영업 전략과 선동에 포섭되지 않는 식별력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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