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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교회 돕기] 우간다 (5) 가난과 에이즈

[고통받는 교회 돕기] 우간다 (5) 가난과 에이즈

에이즈와 전쟁, 잠시라도 방심하면 재앙으로 돌아오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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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8 발행 [1450호]

▲ 북부에 있는 비디비디 난민촌 입구. 인근 본당 관계자들이 방문하지만 사실상 사목적으로 방치돼 있는 곳이다.

▲ 수도 캄팔라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병원에서 에이즈에 걸린 여성들이 간호사와 상담하고 있다. 엄마들은 아이들의 수직 감염 가능성을 가장 걱정한다.



마리아 무소케(Maria N.Musoke) 박사에게 우간다에 에이즈 환자가 유독 많은 이유를 물었다가 면박을 당했다. 대체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듣고 와서 뚱딴지같은 질문을 하느냐는 투였다. 한국에는 그렇게 알려져 있다고 하자, 마리아 박사는 두 손을 펴 보이며 어깨를 들어 올렸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잠시 뭔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우간다 정부는 에이즈 실태와 그 심각성을 서방 세계에 공개하고, 지원을 받아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덕분에 HIV(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 양성 반응 비율이 20년 전 30~35%에서 현재 7%대까지 떨어졌다. 그 실태를 숨기는 아프리카 남부가 훨씬 더 심각하다.”

그는 “에이즈는 아프리카인들의 문란한 성관계로 인한 위기가 아니라 빈곤이 빚어낸 비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간다 가톨릭교회가 벌이는 ‘에이즈와의 전쟁’ 최일선에 있는 전사(戰士)다. 교회가 운영하는 캄팔라 소재 성 프란치스코 병원에서 20년째 에이즈와 싸우고 있다.

우간다에서 에이즈는 다소 진정됐다. 2001년 전 세계 신문방송이 미국 9ㆍ11 테러 충격에 휩싸여 흥분한 목소리로 연일 관련 보도를 쏟아낼 때, 아프리카 의사들은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6000명이 에이즈로 죽어가고 있다”고 소리쳤다. 9ㆍ11 테러 희생자는 총 2997명이다. 약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하루 수천 명이 죽어 나가는 재앙적 위기 단계는 지나갔다.



에이즈, 무시하면 죽는다

포트포탈에 있는 비리카 성가정병원의 에이즈 전문의 프리실라 수녀는 “에이즈는 여전히 힘겨운 도전이지만, 당뇨와 고혈압처럼 약을 꾸준히 먹고 조심하면 다스릴 수 있는 병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촌락을 찾아다니면서 ‘HIV는 당신을 죽이지 않지만, 당신이 무시하면 죽인다’고 계몽한다”고 말했다.

에이즈만큼 인종적 편견과 오해가 많은 병도 없다. 1981년 미국 의학계에 HIV가 처음 보고됐을 때만 해도 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몰랐다. 단지 아프리카에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많고, 원숭이에게서 동종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이유로 아프리카인들은 인류가 맞닥뜨린 최악의 성병 주범으로 몰렸다.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성적 편견과 인종차별적 시선이 오해를 키웠다. 호사가들은 아프리카에 내린 ‘신의 형벌’이라는 해석(?)까지 내놨다.

하지만 에이즈 환자들은 한국과 미국에도 있다. 그들이 아프리카 환자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의약품을 쉽게 구할 수 있고, 면역력이 좋아 바이러스 활동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영양 상태가 부실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아프리카인들은 바이러스에 저항할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마리아 박사는 “1980년대 중반 병원을 운영하던 프란치스코회 수녀들은 환자들이 평화롭게 눈을 감도록 기도해주는 것 외에 손을 쓸 방도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약이 없었다. 효능이 좋은 신약은 우리가 쳐다볼 수 없는 가격이었다. 이 때문에 병원 문턱 한 번 넘어보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우리는 2004년 미국 ‘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통령 비상 계획’(PEPFAR)으로부터 약을 무상 지원받으면서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가망 없어 보이는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며칠 만에 멀쩡한 모습으로 퇴원하는 것을 수도 없이 봤다. 20년째 에이즈 환자들 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19개 모든 교구가 에이즈 클리닉 운영

에이즈와의 전쟁은 끝난 게 아니다. 우간다 교회는 지금도 19개 모든 교구에 에이즈 클리닉 혹은 전담 사무실을 두고 싸우고 있다. 서방 원조기구로부터 약을 지원받아 처방하고, 구석구석 찾아다니면서 보건 교육을 한다. 가톨릭교회의 일관된 작전은 ‘생활 방식의 변화’다. 콘돔 수십억 개를 뿌려서 예방할 수 있는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건은 날이 갈수록 불리해지고 있다. 의약품과 운영비를 대주던 서방 원조기구들이 해마다 지원액을 줄이고 있다. 당장 성 프란치스코 병원은 영국 카리타스(CAFOD)가 지원 종료를 통보하는 바람에 초비상이 걸렸다.



인력과 도움 절실

마리아 박사는 “병원 클리닉에서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30명이 정신없이 일한다”며 “도움받을 곳을 찾지 못하면 이들을 해고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우간다 주교회의 청소년위원회 조세 자코 총무는 “에이즈와의 전쟁은 진행형”이라며 “요즘도 도시를 벗어나면 비위생적인 칼로 여성 할례를 해서 마을 소녀 10여 명이 동시에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더 많은 사회복지사와 상담가를 양성해 파견해야 하지만, 외부 지원이 끊기면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관심을 호소했다.

우간다=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박스>

“사용하고 버린 콘돔이 기도하는 경당 바닥에 널려 있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겠어요?”

주교회의 청소년위원회 조세 자코 총무는 북부 비디비디(Bidi Bidi)에 있는 난민촌 경당에 들어갔다가 기겁하고 뛰쳐나온 경험을 털어놨다. 비디비디 난민촌은 남수단에서 35만 명이 내려와 있는 우간다 최대 수용 시설이다.

그는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난민촌 젊은이 교육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HIV 혈액검사, 기초 교리교육, 심리치료 등 그들에게 당장 시급한 것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젊은이들은 내전의 상처가 깊다. 난민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온종일 돌을 깨서 1달러(1070원) 버는 것밖에 없다. 사목적으로도 방치돼 있다. 그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으려면 춤과 연극, 스포츠, 복음 나누기보다 좋은 게 없다.

자코 총무는 한국 신자들에게 이 교육 프로젝트의 지원을 요청했다. 그동안 외국 교회 네 군데에 사업 계획서와 지원 요청서를 보냈지만 모두 감감무소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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