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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교회 돕기] 우간다 (4) 선교사의 발이 되어주세요

[고통받는 교회 돕기] 우간다 (4) 선교사의 발이 되어주세요

“차량, 아니 중고 오토바이라도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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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1 발행 [1449호]
▲ 1954년 생산 모델인 성 바오로 신학교의 만능 트럭(오른쪽). 트럭이 탱크 소리를 내며 움직이자 옆에서 개교 25주년 축제 연극을 연습 중이던 신학생들이 몰려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 트럭은 멈춰 선 지 오래돼 보인다.



우간다 서부 포트포탈(Fort Portal)에 있는 성 바오로 대신학교 교정을 어슬렁거리다가 살아 움직이는 유물(?)을 발견했다. 구석에 세워둔 폐차 트럭 두 대 중 한 대가 ‘쿠르릉’ 굉음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학교 주방에서 쓸 땔감을 실어오기 위해 숲에 가는 참이다. 여태껏 엔진 심장이 뛰고, 바퀴가 굴러가는 게 신기하다. 온전한 건 전면부 그릴에 붙어 있는 독일 상용차 제조사 엠블럼뿐이다.

취재에 동행한 고통받는 교회 돕기 동아프리카 담당 토니 젠더(독일인)씨가 휴대전화로 트럭 모델을 검색하더니 탄성을 질렀다. “독일 자동차의 우수성이 입증됐다. 1954년 산(産)!”

이 트럭은 사람으로 치면 100살을 넘긴 나이지만 힘깨나 쓴다. 17㎞ 떨어진 농장에서 신학생들이 먹을 바나나와 카사바 등 농작물을 실어온다. 주 2회 농장에 일하러 가는 신학생들을 태우고 도로에 나가면 달릴 줄도 안다. 교내 가축농장에서는 소와 돼지 등을 실어 나른다. 신학교는 운영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식량은 거의 다 자급자족한다. 건축 공사를 할 때도 쓸모가 많다.

이 트럭에 관심을 보이자 학장 라자루스 루인다 신부는 “저 차를 폐차시키고 중고 트럭이라도 한 대 사자는 얘기가 나온 지 10년은 된 것 같다”며 “중고차 시장에 알아보니까 2만 4000유로(약 3000만 원)쯤 하던데, 신학교 형편으로는 엄두도 못 낼 가격”이라고 말했다.



관할 구역은 상상 초월, 이동 수단은 없고

우간다 교회를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차량, 그게 안 되면 오토바이라도 한 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 본당의 관할 구역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지만, 이동 수단과 도로 사정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지방의 경우 본당에 우리의 공소 개념인 ‘거점지’(outstation)가 30~40개 딸려 있는 것은 예사다. 대중교통이라는 것이 아예 없기 때문에 사목자들에게 차량과 오토바이만큼 필요한 게 없다.

포트포탈 시내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카웅게(Kahunge)본당. 낮에는 원숭이들이 찻길에 철퍼덕 주저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고, 밤이면 코끼리떼가 어슬렁거리는 깊은 밀림에 있다. 성당 마당에 세워져 있는 산악용 오토바이가 눈길을 끌었다. 베네딕트 카카웨지 주임 신부는 “거점지를 방문할 때 타는 오토바이”라며 “우기 진흙탕 길에서는 저 오토바이도 맥을 못 춘다”고 말했다.

카웅게본당의 거점지는 36개다. 신부가 부지런히 움직여도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신자들은 일 년에 한두 번밖에 미사를 봉헌하지 못한다. 카카웨지 신부는 “세상 돌아가는 소식까지 전하다 보면 거점지 미사 시간은 최소 2시간”이라며 “만일 조금 일찍 끝내면 성의 없는 신부로 낙인(?) 찍힌다”고 말했다. 그나마 오토바이라도 있으면 형편이 나은 본당이다. ‘보다보다’라고 부르는 영업용 오토바이를 불러 뒷좌석에 타고 거점지를 방문하는 사목자가 부지기수다.

카세세교구장 프랜시스 키비라 주교는 “중고 오토바이 한 대 장만해 주지 못한 채 갓 수품한 새 신부를 멀리 떨어진 본당에 파견할 때가 가장 마음 아프다”고 털어놨다.

“볼멘소리하는 신부들이 더러 있다. 그러면 ‘일단 가서 신자들 곁에 있어 달라. 신자들은 신부가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뻐한다’고 달래서 보낸다. 그렇다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워낙 가난한 교구이다 보니 돈 나올 구석이 없다. 하느님이 천사를 보내주시길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 시멘트로 구멍을 때운 보트를 타고 섬을 찾아가는 부슈왈레본당 관계자들.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내온 사진이다.



나무 보트 타고 19개 섬 순회

나일 강 발원지로 이름 난 진자(Jinza)교구 부슈왈레본당의 사정은 말문이 막힐 정도다. 부슈왈레본당은 교구에서도 가장 오지에 있는 본당인데, 그곳 사목자들은 나무 보트를 타고 빅토리아호수 북부에 있는 19개 섬을 순회한다. 빅토리아호는 길이 402㎞, 너비 322㎞로 면적이 어마어마하다. 한국인 눈에는 대양(大洋)이지 호수가 아니다.

부슈왈레본당에서 사목하다 2년 전 교구청으로 자리를 옮긴 고드프레이 키붐바 신부는 “나무 보트의 구멍 나고 파손된 부위는 안쪽에 시멘트를 발라 타고 다녔다”며 “후임자도 그 배로 19개 섬 73개 거점지를 찾아다니며 사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가서 두 눈으로 보고 싶다”고 하자 그는 “교구청에서 배로 8시간 걸리는 곳을 갈 수 있겠느냐”며 사진을 보여줬다. 발동기로 가는 우리나라의 ‘똑딱선’ 수준이다.

부슈왈레는 19세기 중반 나일 강 발원지를 찾아 나선 유럽 탐험가들이 발견한 지역이다. 탐험가들이 돌아가 “거기에도 사람이 산다”고 알리자 선교사들이 들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선교사들이 지어놓은 양철지붕 성당만 곳곳에 있을 뿐 사목상 공백 상태나 다름없다. 고드프레이 신부는 “섬에 사는 남성들은 물고기를 팔아 돈을 벌면 술집과 매음굴을 전전하고, 젊은이들은 미래가 없다고 좌절한다”며 “시멘트로 구멍을 때운 보트라도 타고 가서 복음에 깃든 윤리와 희망을 전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당장 새 사제들에게 오토바이라도…

그는 또 “한국 교회가 도와준다면 모터보트를 사서 부슈왈레에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교구장 찰스 와미카 주교는 “사실 보트보다 오토바이가 더 시급하다”며 “당장 새 사제가 4명 나오는데, 그들에게 중고 오토바이라도 한 대씩 사줘서 본당에 내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고통받는 교회 돕기는 유럽에서 선교용 오토바이를 대량 구매해 아프리카에 많이 실어 보낸다. 하지만 우간다는 선교용 차량에도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탓에 사실상 힘들다. 전 세계 신자들이 한푼 두푼 보내주는 성금을 모아 사목활동을 돕다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지원사업은 할 수 없다.

우간다에서 유통되는 중고 오토바이는 대부분 두바이에서 실어온 것들이다. 1000유로(약 120만 원) 정도면 쓸만한 것을 고를 수 있다. 고통받는 교회 돕기를 통해 현지 교구에 현금을 지원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우간다=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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