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고통받는 교회 돕기] 우간다 (3) 변방, 카세세교구의 ‘작은 기적’
성당 비좁아 신자 10명 중 7명이 뙤약볕 아래서 미사
2018. 01. 14발행 [14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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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숨이 막혀서 앉아 있기가 힘들 정도다. 공간이 꽤 넓은데도 발 디딜 틈이 없다. 콩고민주공화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소도시 음폰웨에 있는 성 미카엘 카부이리(Kabuyiri) 성당의 성체강복 기도회. 분향 연기와 쩌렁쩌렁 울리는 찬양 소리, 거기에 주민들 땀내와 체취가 더해져 성당 안은 찜통 같다. 이 성당은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유명 가수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로 가득하다. 국경 수비대 군인들도 달려와 기도회에 참석한다.

음폰웨는 우간다에서 미신과 악령이 들끓는 지역으로 악명 높다. 2년 전 카세세교구장 프랜시스 키비라 주교가 신부를 파견하려고 하자 “그런 곳에 어떻게 신부를 보내느냐”며 모두 말렸다. 프랜시스 주교는 “그때 내가 감기에 걸려 며칠 콜록거리니까, 많이 배웠다는 대학교수조차 악령이 벌써 저주하는 것이라고 걱정했을 정도”라며 “이 작은 도시에서 기도와 찬양이 끊이지 않는 이 광경이 바로 기적”이라고 말했다.


카세세(우간다)=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 성 미카엘 카부이리 성당의 성체강복 기도회. 난민 수용소나 다름 없었던 이 성당은 2년 만에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 순례지 성당이 됐다. 아프리카인들의 남다른 종교적 심성을 올바로 이끌어줄 사목자가 더 많이 필요한 이유다. 김원철 기자

▲ 카세세 주교좌 성당 주일 미사 광경. 성당 내부가 좁아 신자의 약 70%는 밖에서 미사를 봉헌한다.

▲ 아심웨 신부가 마을을 돌며 수거해온 부적과 주술의식 용품들.



토속 신앙의 뿌리가 깊어

음폰웨는 변방 중의 변방이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루엔조리 산맥 너머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내전의 불길을 피해 시도 때도 없이 난민들이 건너온다. 부족 간 갈등과 내전, 미신과 악령, 강간과 에이즈, 마약과 자살…. 흔히 말하는 ‘아프리카의 상처들’로 뒤덮여 있는 버림받은 도시다. 언어도 토속어를 써서 영어와 스와힐리어가 통하지 않는다. 교구장도 강론하려면 통역이 옆에 있어야 한다. 성 미카엘 성당은 오랜 세월 비어 있는 공소로 방치돼 있었다. 옆 나라에서 내전이 격화해 난민들이 넘어오면 국경 수비대가 그 행렬을 몰아 들여보내는 난민 수용소나 다름없었다.

프랜시스 주교는 “예수님도 광야에서 악령을 물리치셨다”며 사제 파견을 강행했다. 인사 발령 언질을 받은 아심웨 신부는 30일짜리 성 이냐시오 영신수련을 다녀온 뒤 “제가 가겠습니다” 하고 이 국경도시에 왔다. 소문 그대로였다. 집집이 동물 뼈나 이상한 물건을 신줏단지 모시듯 끼고 살았다. 마귀를 쫓기 위해 문 앞에 닭대가리를 던져놓고, 도로에서는 차 사고 사망자가 끊이지 않았다. 마을에서는 툭하면 젊은이들이 자살했다. 주민들은 이 모든 불행을 악령의 저주라고 믿어왔다.

고도의 문명사회 시각으로 보면 미개한 사람들이다. 가난과 무지(無知)는 닿아 있다. 가난은 무지를 초래하고, 무지는 가난을 연장시킨다. 하지만 아프리카 토속 신앙의 뿌리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치부하고 넘어갈 일만은 아니다. 이들의 토속 신앙은 종교의 영역이라기보다는 공동체의 전통과 문화, 생활습관에 가깝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은 지난 100년간 아프리카에서 눈부시게 성장했다. 가톨릭만 하더라도 전 세계 신자의 20%가 아프리카에 산다. 그렇다고 그리스도인과 무슬림이 토속 신앙을 끊어버린 것은 아니다. 수천 년 이어 내려온 토속 신앙의 현세적, 운명론적 세계관은 이들의 사고와 생활방식 곳곳에 남아 있다. 가령 마녀는 여전히 두려운 대상이다. 공동체에 까닭 모를 불행이 닥치면 조상신이 노해서, 혹은 아이가 마녀의 유혹에 넘어가 생긴 탈이라고 믿는다.



사목자 이전에 계몽 운동가로

아심웨 신부는 “부임해서 자비의 해를 맞아 자비의 문을 설치하려고 하니까 ‘악령이 노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며 말리는 신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사목자 이전에 계몽 운동가가 돼야 했다.

“괴질은 영양 결핍과 위생 문제다. 빈발하는 교통사고는 대형 트럭 교통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국경 소도시의 열악한 도로 사정 탓이다. 젊은이 자살은 빚더미에서 빠져나올 길이 없는 절망적 빈곤이 가장 큰 원인이다. 환자가 생기면 주술사를 부르기 전에 내가 먼저 달려가서 성수 뿌리고 기도해준다. 성당은 24시간 열려 있는 상담실이 됐다. 하지만 악령과 마녀 추방은 참으로 어렵다. 토속 신앙은 뿌리가 깊고, 생명력이 길다.”

버려졌던 이 공소는 사제 한 명이 부임하면서 2년 만에 순례지 성당(Shrine)으로 지정됐다. 야심웨 신부는 “샤워실과 화장실이 꼭 필요하다”고 한국 교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제로 살면서 아쉬운 부탁을 해본 적도, 도움을 받아본 적도 없는 수줍은 표정이다. 샤워실은 난민을 위한 시설이다. 국경 수비대가 난민들을 데려오면 여성과 아이들은 성당 시멘트 바닥에서 재운다. 성당도 먹을 것을 내줄 형편은 안 된다. 대신 땀과 흙먼지, 공포로 뒤범벅된 몸이라도 씻고 누울 수 있게 하려는 게 아심웨 신부 소망이다.



큰 성당 건립 열심히 모금하지만 도움 절실

카세세교구는 또 다른 기적을 준비 중이다. 주교좌 성당은 비좁다. 주일이면 1500여 명 가운데 약 70%가 밖에 서서 미사를 봉헌한다. 신자들이 큰 성당을 짓기 위해 2차 헌금을 하면서 돈을 모으고 있다. 지난 4년간 4만 달러(약 4200만 원)를 모았다. 터도 넓게 잡아 파놨다.

조셉 키룬기 주임 신부는 “우리 힘으로 4만 달러 적립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새 주교좌 성당은 (외국 선교사가 아니라) 우리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짓는 첫 성당이 될 것이다. 우리 힘으로 건축비를 모을 수 있을 만큼 모으고, 나머지 부족분을 외국 교회에 도와 달라고 요청할 생각으로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고 있다.”

자체 모금 목표액은 약 1억 7000만 원. ‘기적 같은 일’이 네 번 일어나야 목표액을 채울 수 있다. 신자들이 주교좌 성당 신축이라는 ‘기적’을 이루려면 외국 교회 형제들의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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