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호기심으로 읽는 성미술] (8) 주님 세례 (상)
물 속에 잠긴 예수님 머리 위로 성령의 비둘기가 내려오고
2018. 01. 14발행 [14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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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세례 도상(圖像)은 참으로 극적입니다. 네 복음서에 기록된 주님 세례 장면을 세밀하게 구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도상에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형상이 표현되고, 주님의 세례 모습과 요한 세례자의 태도가 시대별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또 요르단 강물부터 천사에 이르기까지 숨어 있는 상징들이 흥미를 자극합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주님 세례의 의미

주님 세례 도상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예수님께서 받으신 세례의 의미를 알아봅시다. 주님 세례는 예수님께서 구세주이심을 세상에 공적으로 선포한 예식입니다. 그래서 힐라리오 성인을 비롯한 여러 교부는 “그리스도는 이미 하느님의 아들이시지만 세례를 통해 새로운 임무를 받은 성자로 다시 태어나셨다”고 고백하였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저서 「나자렛 예수」에서 “주님 세례를 통해 그분 안에서 인류는 새로 시작하고 또 최종 목적지에 도달한다”고 설명합니다.



3세기 때부터 출현

세례를 주제로 한 도상은 3세기 때부터 등장합니다. 로마 성 밖의 카타콤바와 시리아 에프프라티스 근처 두라에브로포스 회당의 벽화가 지금까지 발견한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그중 하나가 로마 성 베드로와 마르첼리노 카타콤바의 ‘주님 세례’ 도상입니다. 회벽에 붉은 물감으로 그린 이 도상에서 예수님은 젊고 우아하며 알몸의 늠름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 벽화는 그리스 미술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예수님의 모습이 고대 그리스인들이 즐겨 그리던 아폴론 신과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또 비둘기 형상을 한 성령이 예수님의 머리 위에 머물면서 빛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 빛은 창조되지 않고 영원히 지지 않는 빛으로 성령의 은총과 선물입니다.

▲ 성 베드로와 마르첼리노 카타콤바의 ‘주님 세례’ 도상.





▨ 그리스풍 도상

500년께 제작된 이탈리아 라벤나 아리아니 세례당의 주님 세례 모자이크는 그리스풍의 도상을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모자이크 한가운데에는 젊고 우아한 예수님께서 알몸으로 요르단 강에 들어가 서 있습니다. 당시 신학자와 성미술 작가들은 알몸이 옷을 입은 육체보다 더 정숙하다고 여겼습니다. 겉모습보다 내적인 거룩함과 초월적인 순결함을 더 중시했기 때문입니다. 또 벗은 몸은 참회와 독실한 마음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했습니다.

물속에 잠긴 모습은 ‘죽음’을 상징합니다. 흐르는 물은 ‘생명’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흐르는 물에 잠겨 세례를 받으시는 예수님은 결국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실 분, 부활하실 분임을 나타냅니다.

예수님 오른편에 있는 이가 요한 세례자입니다. 그는 낙타 털옷을 입고 목동의 지팡이를 들고 물 밖에서 주님에게 세례를 주고 있습니다. 주님 왼편의 노인은 요르단강을 의인화한 것입니다. 강에서 자란 수풀로 머리에 화관을 쓰고 갈대를 왕홀(王笏, 유럽 군주의 권력과 위엄을 나타내는 지휘봉)처럼 들고 있습니다. 또 허리에 찬 물독에서 끊임없이 물을 강으로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머리 위에는 흰 비둘기 형상을 한 성령께서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하늘이 열리며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그분 위에 내리셨다”는 공관 복음의 내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1030~1040년쯤 제작된 에히트나흐(Echternach) 채색 삽화 필사 성경의 주님 세례 도상을 보겠습니다. 그리스풍의 도상인데 특이한 것은 요르단강을 물무덤처럼 그려놓았습니다. 성령께서 태양에서 나오는 장면입니다. 라벤나 아리아니세례당 도상에서도 설명하였듯이 성미술에서 주님의 세례와 부활은 늘 맞물려 어우러집니다. 에히트나흐 필사본의 무덤 모양 요르단강은 ‘하데스’ 곧 저승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는 “물속에 잠기셨다가 거기서 다시 솟아오르셨다는 것은 저승에 내려가셨다가 부활하셨다는 상징”이라고 설교했습니다.

에히트나흐 필사본은 예수님과 비둘기 형상의 성령, 성령을 내려보내는 붉은 해를 일직선 상에 그려놓았습니다. 이는 네 복음서의 고백처럼 주님 세례 때 삼위일체이신 세 위격이 함께 현현하고 계심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그리스풍 특징

예수님 - 수염이 없는 단정한 얼굴에 알몸. 고대 그리스 철학자나 영웅처럼 당당한 모습.

요한 세례자 - 목동의 지팡이를 들고 있음.

요르단강- 의인화. 주로 그리스와 알렉산드리아, 에페소, 안티오키아,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 발달.





▨ 시리아풍 도상

예루살렘과 시리아 지역에서 유행한 주님 세례 도상은 그리스풍과 사뭇 다릅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리아풍 도상은 600년쯤 팔레스타인에서 만들어진 ‘몬자 성유병’(monza ampullae)입니다. 이 성유병에 장식된 주님 세례 부조에는 네 복음서에 없는 내용이 처음으로 나타납니다. 바로 비둘기 형상을 한 성령을 예수님께 내려보내는 ‘손’이 등장합니다. 이 손은 천주 성부를 상징하는 것으로 하느님의 현존을 의미합니다. 이후부터 성미술에서 주님을 가리키는 하느님의 손은 주님 세례 때 하늘에서 들려온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라는 복음서 내용(마태 4,17; 마르 1,11; 루카 3,22)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또 몬자 성유병의 주님 세례 도상에는 요르단강은 없고 천사가 대신합니다. 주님의 세례를 돕고 있는 이 천사의 도상은 이후 1000년 이상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님 세례 도상에 천사가 등장한 것은 이 시기에 활동했던 신비주의자 위-디오니시오의 천상 위계론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위-디오니시오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를 중개하는 천사의 역할과 등급을 세 단계로 나누었는데 세라핌(seraphim, 치품-熾品)과 케루빔(cherubim, 지품-知品), 옵하님(ophanim, 좌품-座品)이 첫째 등급이라고 합니다. 둘째 등급은 도미니온스(dominions, 주품-主品), 비르투스(virtus, 역품-力品), 포테스타테스(potestates, 능품-能品)가, 셋째 등급은 프린치파투스(principatus, 권품-權品), 아르칸젤루스(archangelus, 대천사), 안젤루스(angelus, 천사)라고 합니다.

시리아풍 주님 세례 도상도 예수님께서 요르단강에 몸을 담그는 이미지로 표현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수염이 있는 장년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주님께서 물에 들어가신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대신 지신 모든 인간의 죄를 요르단강에 가라앉히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첫 공생활을 바로 죄인들과 자리를 함께하시는 일로 시작하십니다. 이 침례 예식은 십자가를 미리 짊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예형입니다.





시리아풍 특징

예수님- 수염이 있는 장년의 모습. 의인화된 요르단강 대신 천사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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