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고통받는 교회 돕기] 우간다(2) 아프리카의 꽃, 사제 성소

[고통받는 교회 돕기] 우간다(2) 아프리카의 꽃, 사제 성소

학비 못낸 신학생을 내보낼 때면 “마음이 찢어집니다”

Home > 기획특집 > 일반기사
2018.01.07 발행 [1447호]
▲ 나른한 토요일 오후, 점심을 먹기 무섭게 강당에 뛰어들어와 TV를 켠 라코르 성심소신학교 학생들. 반군에게 끌려간 뒤 돌아오지 못한 소신학생 11명은 교구장 주교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 큰 창고를 개조한 성 마리아 비리카 소신학교 기숙사. 이 정도면 시설이 매우 좋은 기숙사에 속한다.




소신학생들이 강당 바닥에 널어놓은 옥수수 위에 철퍼덕 주저앉아 비디오 삼매경에 빠진 광경이 이채롭다. 비디오 시청은 라코르(Lacor) 성심소신학교에서 토요일 오후에나 잠깐 허락되는 유일한 문화생활이다.

소형 브라운관 TV 화면은 안개 낀 것처럼 뿌옇다. 선을 뽑아 연결한 외부 스피커에선 지지직거리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전교생 170명 가운데 상당수가 모여 화면에 코를 박고 손으로 옥수수를 털고 있다. 화면에 비치는 바깥세상은 하나부터 열까지 신기하지 않은 것이 없는 호기심 많은 10대다.

우간다=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우간다 북부 굴루에 있는 라코르 소신학교는 15년 전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간다 북부와 주변국을 공포에 떨게 한 반군 조직 ‘신의 저항군(LRA)’이 2003년 5월 11일 밤 기숙사에 들이닥쳐 소신학생 41명을 끌고 갔다. 반군에게는 순진한 소신학생이 세뇌해 소년병으로 만들기에 좋은 먹잇감이다. 교구장 존 오다마 주교는 ‘잃어버린 자식들’을 찾기 위해 밀림에 들어가 반군 우두머리 조셉 코니를 4번이나 만났다. 그에게 “내 새끼들 내놓으라”고 소리치며 눈물로 설득했다. 순차적으로 30명이 풀려났다. 이 가운데 15명이 공부를 계속해 사제가 됐다. 나머지 11명의 행방은 아무도 모른다.

오다마 주교는 “아비가 어떻게 자식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며 “지금도 11명을 찾기 위해 조셉 코니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셉 코니는 몇 년 전 우간다 정부와 미군의 대대적인 체포 작전에도 꼬리가 밟히지 않았다.

성소는 풍부한데 신학생 공부시킬 돈 없어

하지만 소신학교 입장에서 보면 반군보다 더 큰 두려움은 가난일지 모른다. 우간다는 지난 20년간 LRA가 활개치는 바람에 더 가난해졌다. 사제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사제가 되고 싶다는 청소년은 줄을 서 있지만 절반도 수용하지 못한다. 학생들을 먹이고 재우고 공부시킬 돈이 없기 때문이다. 1년 학비는 900달러(96만 원)지만, 그 돈을 다 내는 학생은 반도 안 된다. 교구와 학교는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 신학생 양성에 쓰고 있다. 강당에 널어 말리는 옥수수를 비롯해 모든 식량은 학교 농장에서 조달한다. 그런데도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수업료를 한 푼도 내지 못하는 학생들부터 내보낼 수밖에 없다. 본당들은 모두 가난하다. 본당 출신 신학생을 지원할 형편이 안 된다. 하늘에 의지해 소규모 농사를 짓는 학부모들은 더 가난하다.

학장 매튜 오동 몬시뇰은 “퇴학 위기에 처하면 부모는 수업료를 내겠다고 찾아와 20~30달러(2~3만 원)를 내민다”며 “그 돈을 얼마나 어렵게 마련했는지 알기에 그럴 때마다 더 괴롭다”고 말했다. 이어 “우간다에서 사제 한 명은 성당 일대 촌락의 지도자이자 교육자이고, 계몽 운동가”라며 “아프리카 신학생 한 명 ‘입양’하는 마음으로 도와달라는 요청을 한국 교회에 꼭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학비 못 내 두 번이나 휴학

전국 4개 대신학교에서 사제수업을 받는 신학생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캄팔라에 있는 성 마리아 대신학교에서 만난 데이비드 오니에르토(30) 부제는 가난해서 3년 늦게 소신학교에 진학한 데다 그마저도 학비를 내지 못해 두 번이나 휴학했다. 소신학생은 방학이 되거나 휴학을 하게 되면 사용하던 침대 매트리스까지 집에 갖고 가야 한다. 그는 매트리스를 머리에 이고 64㎞ 떨어진 집까지 걸어가던 중 너무나 서럽고 힘든 나머지 동전 한 푼 없이 오토바이 택시를 잡아탔다. 집에 도착해 마당에 있는 닭으로 택시비를 치렀다. 5남 7녀의 중간인 그는 1년 동안 땅콩과 카사바 농사를 지었다. 그 수확물을 학교에 학비 명목으로 봉헌하고 학업을 이어나갔다.

그는 “계속 걸어가야 하는데 단지 돈이 떨어졌을 뿐”이라며 “휴학할 때마다 마을 사람들은 내가 포기하고 결혼할 거로 생각했지만, 가야 할 ‘길’을 바라보면서 기도하고 땅을 팠다”고 말했다. 이어 “나와 사정이 비슷한 36살 부제와 40살 신학생이 학교에 있다”며 “그들의 꿈을 응원해줄 천사가 나타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니에르토 부제는 올해 6월 사제품을 받는다.



신학교 신축 공사비와 장학금 가장 아쉬워

신학교 여러 곳을 방문하면서 골조만 남기고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는 듯한 건물을 여러 채 봤다. 하지만 몇 년째 방치돼 낡아 보이는 신축 공사 골조들이다. ‘가뭄에 비 기다리듯’ 후원 기관이 나타나길 고대하고 있다. 성 음바가(St.Mbaaga) 대신학교의 부앙가토 교학처장은 “교사(敎舍)는 대부분 1930년대 유럽 선교사들이 지은 건물”이라며 “신축 공사비와 학생들 장학금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인터뷰: 폴 마솔로 신부(성 마리아 대신학교 학장)




마솔로 신부는 학장 경력 16년을 합쳐 27년째 신학교에 몸담고 있는 사제 양성 전문가다. 그는 “아프리카의 사제 양성 특징은 전통 종교에서 좋은 점을 찾아 토착화된 사제를 길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부족(Gisu)에 전해 내려오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줬다.

“신(하느님)이 사랑하는 땅의 인간에게 원하는 것을 물었다. 부족회의에서 ‘인간은 늙으면 새로운 살을 갖고 다시 태어나게 해주고, 뱀은 죽게 해달라’고 요청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카멜레온에게 그 요구 사항을 노래로 가르쳐서 신에게 보냈더니, 그놈이 도중에 그걸 까먹고 거꾸로 얘기했다. 그래서 인간은 죽고, 뱀은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부족은 화가 나서 그놈을 잡으려고 숲을 뒤졌다. 하지만 들키지 않으려고 피부색을 수시로 바꿔가며 숨는 바람에 찾지 못했다. 결국 죽음은 신의 탓이 아니라 그런 머리 나쁜 동물을 보낸 인간 탓이라며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우리는 이 옛날이야기로 복음을 풀어갈 수 있다.”

그는 “우간다 교회는 신학교 운영비의 10% 정도밖에 부담할 능력이 안 된다”며 “나머지는 모두 바티칸을 비롯한 해외에서 지원을 받는데, 매달 식비와 전기료, 물값, 교직원 월급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고 털어놨다.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몫에 대해서는 “자녀가 보통 8명”이라며 “학비 부담은 (자신들 노후를 기대야 하는) 아들, 딸 순이고 신학생은 ‘내 아들을 원하면 데려가라’는 사고방식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교회를 향해서는 “질 좋은 사제가 질 좋은 신자와 교회를 만든다”며 “사제 양성 지원은 우간다 교회 전체를 돕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 가톨릭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발행일자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