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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20) 서울대교구 혜화동성당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20) 서울대교구 혜화동성당

문화재급 성미술 가득 품은 성당, 60년 세월에도 세련미 물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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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발행 [1444호]
▲ 서울대교구 혜화동성당은 교회 건축물의 고정 관념을 깬 한국 가톨릭의 대표적 근현대 건물이다.


교회 건축물인 성당은 기도하는 전례 공간일 뿐 아니라 하느님을 드러내는 표징이다. 서울대교구 혜화동성당은 근현대 한국 가톨릭 건축물 가운데 표징으로서의 교회 모습을 보여 주는 대표적 성당이다. 특히 혜화동성당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초대 학장인 장발(루도비코) 선생의 지도와 기획 아래 서울대 미대 출신 작가들이 건축 설계와 성미술까지 참여해 한국 가톨릭 미술의 기초를 놓은 머릿돌 같은 성당이다.



전쟁 후 외부 도움 없이 건립

혜화동성당은 1960년 5월 봉헌됐다. 지은 지 60년이 다 된 성당이지만 건축의 세련미와 성미술의 예술성은 지금도 한국 가톨릭 교회 근현대 건축물을 대표하는 데 손색이 없다. 잣나무골(栢洞, 백동)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 자리에 터를 잡은 혜화동성당은 6ㆍ25 전쟁 이후 단 한 푼의 외부 도움 없이 본당 신자들의 헌금과 희생으로 지어졌다.

설계는 이희태(요한) 교수가 했다. 서울 절두산순교성지 성당과 기념관을 설계한 이다. 그는 ‘성당은 붉은 벽돌로 고딕풍으로 지어야 한다’는 당시 고정관념을 깨고 직사각형 평면에 노출 콘크리트로 성당을 지었다. 일부 건축가들은 이 형태를 ‘창고형’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장방형인 성당의 기본 형태와 평면 천장 구조로 보아 규모는 훨씬 작지만 초기 교회 건축 양식인 바실리카 풍을 따른 게 아닐까 한다. 또 성당이 높지 않은데도 건물 하중을 분산해서 지지하도록 외벽에 일정 간격으로 부벽을 덧대 놓아 전통적인 고딕풍의 요소도 보여 준다. 그래서 혜화동성당을 전문 건축가들이 말하는 ‘철근콘크리트구조 단순 창고형 설계’라고 부르기보다는 개인적으로 ‘바실리카와 고딕 절충식’이라고 감히 표현해 본다. 여하튼 혜화동성당은 1960년대 이후 건축되는 근대 성당의 모형이 되는 기념비적 건물로 2007년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230호로 지정됐다.


▲ 혜화동성당 제대는 하느님의 신비와 성사를 주제로 장식돼 있다.

▲ 혜화동성당 마당에 있는 로사리오의 길. 최봉자 수녀의 작품이다.

▲ 부활 성수대는 이종삼 화백과 임영선 교수 합작품으로 가시관을 쓴 예수가 못 자국이 선명한 두 손을 포개고 있다.

▲ 왼쪽 벽에 있는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 색유리화는 이남규 교수의 작품이다.




성미술 작품 화려

혜화동성당의 모든 성미술도 문화재급이다. 성당 정면 외벽 ‘최후의 심판도’는 김세중(프란치스코) 교수 작품이다. 화강석 부조인 이 작품은 재림하신 그리스도 왕을 중심으로 네 복음서를 상징하는 조각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로라’(요한 14,6) ‘천지는 변하려니와 내 말은 변치 아니하리라’(루가 21,33)는 복음 말씀이 새겨져 있다. 청동 대리석으로 된 제대와 제대 뒤 청동 십자가도 김세중 교수 작품이다.

성당 입구 계단은 일제 조선 신궁의 계단을 가져왔고, 여러 조각에 사용된 화강석은 장발 교수가 전라북도 황등에서 직접 골라 운반해 왔다. 십자가의 길과 로사리오의 길은 최봉자 수녀의 작품이다. 또 성당 입구 성모상과 성 베네딕토 상은 최종태(요셉) 교수의 작품이다.

성당 내부도 전통의 틀을 깼다. 기둥을 없애 어디에서든 제대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제대 뒷벽은 도자로 장식돼 있다. 권순형(프란치스코) 교수 작품이다. 도자 벽화의 주제는 ‘신비와 성사’이다. 우주의 신비를 시작해 성사 안에서의 삶을 표현한다. 황갈색은 풍요로운 밀밭, 청록은 심오한 신비를 지닌 우주와 주님의 포도밭을 상징한다. 도자 벽화 왼쪽 위에 그려진 태양은 모든 빛의 원천이자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을 표현한다. 이 태양이 도자 벽화의 정점이다.



색유리화 하나하나 의미 담겨

색유리화는 이남규(루카) 교수 작품이다. 제대 오른편의 색유리화는 ‘성부, 성자, 성령 그리고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로다’를 주제로 했다. 제대 오른편 4개의 색유리화는 ‘진리이신 그리스도(태양), 어둠을 비추는 진리의 빛,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가시밭길, 성체(밀)와 성혈(포도)인 생명’을 표현했다. 이 작품은 특히 제대 도자 벽화와 103위 성인화(복자화)에 주는 빛의 영향을 고려해 엷고 단순한 색만을 선택해 제대를 중심으로 한 각각의 성미술이 조화를 이루게 했다.

신자석 오른편 큰 창의 둥근 원은 천주 성부를 상징한다. 약동하는 파랑, 노랑, 빨강의 삼원색은 우주 창조의 신비를 나타낸다. 가운데 창은 성자를 표현했다. 십자가와 가시관의 고통, 승리의 월계수로 구성돼 있다. 세 번째 창은 성령이다. 비둘기와 주위의 빛으로 표현했다.

왼쪽 벽의 색유리화는 오른편 색유리화와 대칭적 조화를 이루기 위해 새로이 창을 내어 만든 작품이다. 본당 수호성인인 성 베네딕토와 아기 예수의 데레사,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를 상징하는 색유리화이다. 또 작은 창의 색유리화들은 천지창조, 빛의 찬미, 성경 말씀 등을 주제로 한 색유리화다.

1976년 제작된 103위 복자화는 문학진(토마스) 교수 작품이다. 문 교수는 작품 제작에 앞서 1년 동안 한국사와 교회사, 복식사, 교회법과 전례 등에 대해 전문가의 고증과 조언을 받아 이를 토대로 가로 4m, 세로 3.2m의 대작을 남겼다. 순교 시기와 신분, 순교 형태는 모두 달랐지만, 도봉산을 배경으로 103위 모두가 평등한 위치에서 일치를 이루고 순교의 은총과 기쁨을 드러내고 있다. 이 복자화는 1984년 5월 6일 103위 시성식 때 사용됐고 이후 문 교수가 직접 보수해 한국 교회 공식 103위 성인화로 지정됐다.

부활성수대는 이종상(요셉) 화백이 제작한 성수대 위에 임영선 교수가 예수 부활상을 얹은 합작품으로, 상반신 예수 그리스도가 가시관을 쓴 채 못 자국이 선명한 두 손을 포개 얹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세례대는 이순석(바오로) 교수, 성수반은 김종영(프란치스코) 교수 작품이다.

혜화동성당은 전례 공간일 뿐 아니라 표징으로서 교회를 드러내는 한국 교회이며 우리나라 문화재이기도 하다.

글·사진=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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