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출판
[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 명화] (2) '첨밀밀' & '미키마우스'
신세계 첫발 디딘 이민자의 꿈과 사랑
2017. 12. 10발행 [14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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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제작된 홍콩 영화 ‘첨밀밀’(甛蜜蜜, 중국어로 꿀처럼 달콤하다는 뜻)은 제목만큼이나 ‘꿀처럼 달콤하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고등학교 때다. 그때는 억세고 냉정한 여성인 이교(장만옥)와 조금은 답답한 시골청년 여소군(여명) 사이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시간이 지나고 영화를 다시 보니, 개혁개방 이후 중국 대륙 젊은이들의 파란만장 스토리에 중화권 톱스타 등려군의 노래 ‘첨밀밀’을 오버랩한 영화라는 느낌이다.

▲ 첨밀밀 포스터.

 

영화는 꿈을 따라 홍콩에 온 대륙의 젊은 남녀의 이야기다. 여소군은 북방지역인 텐진에서, 이교는 남방지역인 광저우에서 왔다. 최근 내가 베이징에서 1년 넘게 살아본 게, 영화 속 중국 북방 사람과 남방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들은 고향을 떠나 베이징에 정착하려고 고군분투하던 ‘외지인’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영화에 깊게 흐르는 등려군의 노래는 생계를 위해 홍콩에 올 수밖에 없었던 대륙 사람들을 위로한다. 당시 등려군은 중화권은 물론 아시아에서 ‘마릴린 먼로’와 같은 슈퍼스타였다. 그 시대를 살았던 대중의 가슴 속에는 청춘의 기억과 함께 언제나 ‘데레사 덩’이 있다.
 

등려군은 영화 속 시대상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장치다. 그는 1980~1990년대 ‘홍콩의 대륙인’을 한데 묶어 주며 그들의 힘겨운 삶과 무뎌진 감정을 위로했다. 당시 ‘홍콩의 대륙인’과 현재 ‘베이징의 외지인’은 시공을 초월해 묘하게 닮았다. 그들은 차갑고 불편한 모든 것을 참고 버텼고 여전히 버티고 있다. 꿈을 위해.
 

영화 ‘첨밀밀’에 표출된 ‘홍콩 드림’과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의 현대 작가 앤디 워홀을 생각나게 한다. 앤디 워홀은 ‘팝 아트의 교황’이라 불린다. 팝 아트는 동시대 사람들이 공유하는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대중적인 소재들로 예술 작품을 만든 장르다.
 

▲ 앤디 워홀이 그린 미키마우스.

 

앤디 워홀은 슬로바키아 이민자의 아들이었다. 이민자 가족들은 미국의 대형마트에서 동유럽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신세계를 처음 봤다. 앤디 워홀은 대형마트에 거대하게 쌓인 상품들을 보면서 달콤함과 행복감을 느꼈다. ‘캠벨 수프 깡통’, ‘브릴로 상자’ 등은 그의 초기 작품의 중요한 모티브가 됐다.
 

그는 유명한 공산품, 유명인의 초상화 등을 실크 인쇄로 대량 생산했다. 그의 작업실은 말 그대로 ‘공장’(factory)이다. 미키마우스, 코카콜라, 마이클 잭슨 등 유명하면 무엇이든지 그의 작품에 등장했다. 디자이너에서 예술가로 영화감독으로 자신의 욕망을 펼쳤던 그는 자신의 예술 세계를 이렇게 말했다. “코카콜라는 언제나 코카콜라다. 대통령이 마시는 코카콜라와 내가 마시는 코카콜라는 같은 그 콜라다!”

 

영화 첨밀밀 막바지에 등장인물들은 뉴욕을 표류한다. 영화 속 뉴욕의 콜라, 미키마우스, 자유의 여신상은 앤디 워홀이 미국의 대형마트에서 느꼈던 꿀처럼 달콤한 신세계를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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