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새 전례서 제작 현장] 문양 하나하나 깊은 뜻 담고, 한땀한땀 수작업으로 제작
새 전례서 이렇게 만들어진다
2017. 12. 03발행 [1442호]
홈 > 기획특집 > 일반기사
    기사를 카톡으로 보내기 기사를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기사를 twitter로 보내기 기사를 facebook으로 보내기


한국 교회는 전례력으로 2018년 새해가 시작되는 대림 제1주일(12월 3일)부터 새 「로마 미사 경본」을 사용한다. 아울러 「미사 독서」 1~4권, 「복음집」도 함께 사용한다. 이 모두를 교회는 ‘미사 전례서’라 부른다. 새해부터 사용하는 공식 미사 전례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취재했다.

글·사진=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첫 우리말 미사 경본 찍은 분도인쇄소



우리말 미사 경본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곳은 성 베네딕도회 덕원수도원이다. 당시 한국 교회 전례 운동의 중심지였던 덕원수도원은 1933년 「한국어 미사 경본」 등사본을 펴냈다. 앞서 1931년 성 베네딕도회 연길수도원 콘라트 랍 신부가 우리말 「미사 규식」 등사본을 만들어 보급했다. 이는 오늘날 「미사 통상문」에 가까웠다. 이 전례서는 정식 출판을 앞두고 랍 신부가 일본군에게 피살돼 간행하지 못했다.

새 미사 전례서는 덕원수도원 수도자들이 6ㆍ25 전쟁 때 피난해 정착한 왜관수도원의 분도인쇄소에서 만들었다. 수도자들과 인쇄소 직원들은 이번 미사 전례서 제작으로 덕원 수도자들의 전통과 정신을 잇게 됐다는 자긍심과 자부심으로 정성껏 미사 전례서를 제작하고 있다.

1. 중세 필사본 방식 고수

▲ 분도인쇄소 직원이 미사 전례서를 튼튼하게 제본하기 위해 천을 덧대어 풀칠하고 있다.



새 미사 전례서는 모두 30가지 공정을 거친다. 인쇄를 제외한 모든 작업이 수작업이다. 책이 뜯어지지 않게 하려고 천을 덧대는 등 중세 필사본 방식을 그대로 썼다. 두께와 간격이 일정해야 하기에 손이 작고 세심한 여직원들이 미사 전례서 작업을 맡았다. 분도인쇄소는 미사 전례서 제작을 위해 10여 명의 여직원에게 6개월간 교육을 시켰다. 분도인쇄소 오택민(노아) 수사와 김수미(안젤라)씨를 비롯한 모든 직원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전례서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2. 소가죽 표지에 속봉투 만들어


▲ 표지와 본문 표지 사이에 속봉투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분도인쇄소가 미사 전례서를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표지와 본문의 제본 과정이다. 책이 뜯어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미사 전례서 표지에 소가죽을 덧댔다. 소가죽은 부드러워 감촉이 매끄럽다. 또 통기성과 내구성이 좋아 오랜 기간 튼튼하게 사용할 수 있고 쉽게 갈라지거나 찢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표지와 본문 면지(표지와 본문 사이에 앞뒤로 두 장식 있는 종이로 표지와 본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함) 사이에 터널 모양의 공간을 두고 그 속에 봉투 모양의 속지를 부착해 전례서를 더욱 견고하게 했다. 이것은 중세 필사본을 만들 때 사용하던 기법이다. 이것도 수작업이다.

표지와 본문 면지의 접착력을 강화하기 위해 천을 세 겹으로 붙였다. 책등(책을 매어 놓은 부분의 바깥쪽으로 표지가 노출되지 않은 상황에선 유일하게 눈에 띄는 면적)과 꽃천(본문과 표지 제본을 위해 실로 엮은 가느다란 끈)에도 소가죽을 댔다. 가름끈도 일일이 손으로 접고 풀칠하고 다림질했다. 오 수사는 “이 같은 공법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분도인쇄소에서만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3. 미사 경본 무게만 4㎏


▲ 프레스로 미사 전례서 압착 작업을 하고 있다.



새 「로마 미사 경본」은 무게만 4㎏이다. 책이 두껍고 무거워 여러 권을 쌓으면 변형이 생길 수 있어 일일이 한 권씩 프레스기에 넣어 압축한다.

본문 종이는 한국제지 미색 모조지다. 종이 색상은 붉은색이다. 미사 경본은 시기별 기도문ㆍ미사 통상문ㆍ성인 고유 기도문ㆍ예식서 등 모두 4부로 나뉘어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미사 통상문 부분은 100g 종이를, 나머지는 70g 종이를 사용했다. 평량(종이의 면적이 가로세로 1m일 때의 무게)이 다른 종이로 책을 만드는 일은 드물다. 분도인쇄소는 미사 경본의 견고성을 위해 상식을 넘어 종이 평량에 차이를 뒀다. 그 결과 책을 묶는 사철 과정에서 수십 차례 기계 바늘이 부러졌다. 종이의 강도가 달라서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후 바늘이 부러지는 일 없이 사철 과정을 통과했다.



4. 마지막 공정 찾아보기표 부착


▲ 미사 전례서 마지막 공정인 찾아보기표를 붙이고 있다.



찾아보기표(견출지) 붙이는 작업이 미사 전례서의 마지막 공정이다. 전례서 찾아보기표는 두꺼운 소가죽으로 돼 있다. 새 「로마 미사 경본」에는 모두 38개의 찾아보기표가 있는데 손으로 일일이 붙여야 한다. 울퉁불퉁하거나 비뚤어지지 않도록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작업이다. 찾아보기표 하나만 어긋나도 책을 폐기해야 한다. 그래서 숙련자도 찾아보기표를 붙일 때는 반드시 종이 눈금자를 대고 작업을 한다. 작업 시간도 10가지 과정을 거치는 양장 공정보다 3배 이상 걸린다.



5. 미사 전례서 완성


▲ 새 미사 전례서를 만드는 데는 모두 30가지 공정을 거친다. 사진은 완성된 새 「로마 미사 경본」.



찾아보기표 붙이기 작업이 끝나면 미사 전례서는 완성된다. 분도인쇄소 직원 40명은 8월부터 주일을 제외하고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일 미사 전례서 제작 작업을 해 왔다. 모든 공정이 거의 수작업이어서 한 사람이 빠지면 그만큼 일이 늦어져 직원들은 휴가도 가지 못하고 미사 경본 제작에 매달렸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미사 전례서가 많아야 하루 200부 정도다. 한 직원은 완성된 미사 경본을 옮기다 떨어뜨려 표지 모서리가 한쪽이 찍힌 걸 보고 펑펑 울었을 정도다. 책이 나오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분도인쇄소 사장 오택민 수사는 “대림 제1주일부터 새 미사 경본을 비롯한 미사 전례서를 사용하게 되는데 납품일을 맞추지 못해 너무 속상하다”며 “기도와 정성을 다해 만드는 전례서인 만큼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기사를 facebook으로 보내기 기사를 twitter로 보내기 기사를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기사를 카톡으로 보내기
 관련기사보기
  미사 전례서 표지 디자인한 장긍선 신부가 밝힌 표지 속 비밀
첨부파일
이전뉴스 다음뉴스 추천 목록
 
발행일자
지난코너